첫사랑이 내게 남긴 가장 따뜻한 상처
세상에 태어나 처음 느낀 ‘사랑’. 하늘에 붕 떠 있는 듯한 그 기분이 ‘첫사랑’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그것은 이미 너무 짧게 끝나버렸습니다. 이제는 기억 속에서만 이어갈 수 있는 사랑이 되었죠.
그래서 첫사랑의 기억은, 그녀에게 처음으로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쓰던 그 순간의 마음으로 아직도 남아있나 봅니다.
눈빛과 향기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던 몇 달간의 만남, 도서관에서 떨어진 볼펜을 주워주며 스쳤던 따스한 그녀의 손끝, 함께 집으로 향하던 길에 바람이 데려다준 그녀의 머릿결이 제 어깨를 스치던 그 작은 떨림이 아마도 전부였을 것입니다.
어느 여름날, 그녀의 아버지가 갑작스레 일본으로 파견을 가게 되면서 그녀 역시 가족들과 함께 떠났기 때문입니다. 남은 것은 짧은 엽서 한 장뿐이었죠.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습니다.
타이완의 습하고 후덥지근한 여름날, 저는 타이베이 역 근처에 있는 서점을 가기 위해 버스를 탔습니다. 그리고 버스에서 내리려다 갑자기 달려온 오토바이를 피하기 위해 급히 차 안으로 다시 돌아와야만 했습니다. 잠시 후 정신을 가다듬고 차에서 내려 서점으로 향했지만, 놀란 가슴도 그랬지만 도무지 무더위를 피할 길이 없었습니다.
그때, 멀리서 하얀 설경이 담긴 영화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일본 영화 <러브레터>였죠.
마치 자석에 끌리듯 극장으로 달려갔고, 다행히 표를 구해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스크린 속으로 펼쳐진 설경, 홋카이도 오타루의 고요하고 투명한 풍경 속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1995년 작 <러브레터>는 시간이 멈춘 듯한 오타루라는 홋카이도의 작은 해안도시의 설경으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순간, 잊고 있던 기억이 한여름의 여우비처럼 제 마음속으로 쏟아져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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