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의 두 얼굴, 내향인은 방어하고 외향인은 전진한다
[지난 글] ‘나는 나로 충분하다’는 말이 단순한 자기 위로가 아니라, 자기 이해–자기 수용–성숙의 여정을 통해 완성되는 심리적 성장의 과정임을 이야기했습니다. 거울의 김을 닦듯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자기 이해), 부족한 나를 따뜻하게 품으며(자기 수용), 넘어짐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는 힘을 배우는 것(성숙)이 진정한 자존감의 기반임을 말했죠. 결국 행복은 더 나은 내가 되는 데 있지 않고, 지금의 나를 사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이제부터는 그 자존감의 기초가 되는 ‘자기 이해’의 구체적인 요소들을 살펴보려 합니다.
오늘의 주제는, 성격의 원재료이자 본능적 에너지의 중심에 자리한 ‘고집’입니다.
철없는 어린 시절, 저는 이런 말을 자주 했습니다.
조금은 과격한 표현이지만, 제 안의 ‘고집’이 가장 원초적인 형태로 드러난 문장이었죠.
‘고집’이란, 자신이 원치 않는 일에는 결코 휘둘리지 않겠다는 강력한 자기 주도성과 거부의 힘입니다. 그래서 ‘고집’에 대해서 우선 언어적인 접근부터 알아보고, 심리학적인 고집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고집은 단어 하나로만 사용되지 않죠. 다들 이렇게 사용합니다.
“고집이 세다.”
한국 사회에서 이 표현은 대체로 부정적인 뉘앙스로 쓰입니다.
공동체 중심 문화 속에서 개인의 의견보다 조화와 순응이 중시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는 사람은 종종 ‘불편한 존재’로 여겨집니다.
아마 전 어려서 사람들에게 조금 불편했던 존재였나 봅니다.
항상 저는 고집이 세다고 핀잔을 받기 일쑤였으니까요.
그런데 “고집이 세다”는 단순한 관용구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언어와 심리의 만남이 녹아 있습니다.
‘세다’는 단순히 힘이 크다는 뜻을 넘어 쉽게 꺾이지 않는 상태, 즉 저항의 강도를 뜻합니다.
“바람이 세다”, “술이 세다”처럼요. 이를 성격에 적용하면, “고집이 세다”는 자기 생각이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이 됩니다.
‘세다’는 결국 버티는 힘, 내적 밀도를 의미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세다’고는 말하지만, “고집이 약하다”는 표현은 거의 쓰이지 않습니다.
‘고집’이란 말 자체가 이미 강한 뉘앙스를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성격은 타인의 기준보다 자신의 판단을 더 신뢰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 의지와 신념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물론 완고함과 융통성 부족으로 비치기도 하지만.
결국 “고집이 세다”는 말은, 자기 생각이 바람 앞의 촛불이 아니라 바람 그 자체처럼 꺾이지 않는다는 표현입니다.
심리학적으로 인간의 개별적 특성은 기질(Temperament)과 성격(Personality)으로 구분됩니다. 기질은 타고난 정서적 반응성, 에너지의 방향, 자극에 대한 민감성 등 인간의 선천적 토대를 이루며, 내향성과 외향성 역시 이 기질 차원에 속합니다.
따라서 고집은 단순한 ‘성격의 일부’가 아니라, 기질의 한 단면이 성장 과정에서 굳어진 행동 패턴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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