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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엔 결심을, 밤엔 왜 후회

불타는 결심이 금세 꺼지는 뇌의 비밀

by Itz토퍼
[지난 글] ‘고집’을 언어적·심리학적 관점에서 탐구하며, 인간이 타고난 기질과 성장 환경 속에서 어떻게 자신만의 저항과 의지를 형성하는지를 조명했습니다. 내향인과 외향인에게 나타나는 고집의 차이를 설명하고, 고집이 신념이 될 수도, 관계의 벽이 될 수도 있는 양면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나아가 자신의 고집을 인식하고, 구분하고,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고집을 단순한 거부가 아닌 성장과 자기 이해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음을 제시하였습니다.


‘고집’이 ‘지키는 힘’이라면, ‘의지’는 그 위를 딛고 나아가게 하는 ‘추진력’입니다.

한쪽은 멈춤의 에너지이고, 다른 한쪽은 움직임의 에너지죠.


지난 일본 여행 후 저는 한 가지 고민에 빠졌습니다. 다름 아니라, 체중 조절이었습니다.

일행들이 더위 탓에 음식을 조금밖에 먹지 않아 남은 양을 식성 좋은 제가 ‘조금씩’ 처리하다 보니, 어느새 그게 습관이 되어버린 겁니다.

결국 돌아올 땐 청바지가 숨을 쉴 틈도 없을 만큼 꽉 끼는 상태였죠.

그제야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을 병행해야겠다고.

그리고 매일 식사량과 운동량을 기록하며 실천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여기에 의지와 고집의 차이가 있습니다.

고집이 식단과 루틴을 ‘세우는 것’이라면, 의지는 ‘지금 당장 나가서 뛰는 것’이죠.

계획이 아무리 완벽해도 실천하지 않으면 ‘배둘레햄’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고사성어 중 마부작침(磨斧作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磨(마): 갈다, 斧(부): 도끼, 作(작): 만들다, 針(침): 바늘’


즉,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이죠. “도끼를 갈아서 바늘을 만든다?” 얼핏 들으면 불가능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 말은 단순한 근면의 미덕을 넘어, 인간 의지의 불굴성을 상징합니다.

도끼와 바늘 사이의 엄청난 물리적 간극은, 우리 삶에서 목표와 현실 사이에 놓인 거대한 장벽과 같습니다. 이 간극을 메우는 건 타고난 재능이나 운이 아니라, ‘결코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뿐입니다.


이 말은 당나라 시인 이백의 일화에서 유래했습니다.

어린 시절 이백은 학문에 정진하기 위해 상의산에 들어가 스승 밑에서 공부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싫증을 느끼고 학업을 포기한 채 산을 내려왔습니다.

그때 시냇가에서 한 노파가 큰 쇠도끼를 바위에 쉼 없이 갈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백이 “무엇을 하고 계신가요?” 묻자, 노파는 태연히 “바늘을 만들고 있단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큰 도끼를 언제 다 갈아서 바늘로 만들겠어요?” 하자, 노파는 미소 지으며 말했습니다.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간다면 언젠가는 바늘이 되는 법이지.”

그 말 한마디가 이백의 마음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노파의 행위는 비효율이 아니라, 시간과 고난을 압도하는 인간 정신의 승리를 의미하죠. 아무리 느리고 불가능해 보이는 과정일지라도, 스스로 정한 목표 앞에서 타협하지 않겠다는 단단한 의지를 말한 겁니다.

그 힘이 이백을 다시 산으로, 다시 학문으로 돌려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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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를 나만의 색으로 물들이며 ‘나답게’ 걸어가는 글무리 작가 Itz토퍼입니다. 오늘 당신의 하루에도 작은 위로와 빛이 스며들길 바라며, 제 속의 글무리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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