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설원에서 배운 ‘자기 사랑’의 언어
어린 시절, 세상 누구에게도 고백할 수 없고 감히 입 밖에 낼 수 없던 그리움이 밀려올 때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늘 마을 뒷산에 올랐습니다.
언제나처럼 산꼭대기 커다란 바위틈에 몸을 웅크리고 앉으면, 맞은편 높은 곳에서 푸른 하늘이 지긋한 미소를 머금은 채 내려다봅니다. 그 옆으로 흰 구름의 커다란 그림자가 다가와, 조용히 외톨이의 짝꿍이 되어주었답니다. 그리고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군용 비행기 한 대가 ‘부우웅~’ 소리를 내며 다가왔다가 이내 ‘우웅~’의 잔향만 남기고 사라졌죠. 다시금 멍하니 앉아 있던 저에게 바람에 출렁이는 솔잎들의 속삭임이 ‘쏴~쏴~’하며 다가와 외로움을 닦아줍니다. 그러자 따스한 햇살이 조용히 다가와, 슬픔에 젖은 작은 몸을 포근히 감싸 안아주었죠. 마치 그분의 품처럼.
그렇게 잠이 들어 몸이 식어가던 순간, 저 아래 마을에서 외할머니가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세상 그 누구도 몰랐지만, 왜 그렇게 산으로 달려가는지를 유일하게 알고 계셨던 분이었습니다.
그 시절 늘 물었습니다. 왜 내 곁에는 마땅히 있어야 할 ‘그 사람’이 없을까.
왜 이토록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나는 이렇게 혼자일까?
그렇게 많은 세월이 흘러, 어느 늦은 오후였습니다.
한 학생과의 상담을 마친 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영화 다운로드 사이트를 둘러보다 한 편의 영화를 발견했습니다. 2018년작 아이슬란드 영화 《아틱(Arctic)》. 제가 좋아하는 배우 매즈 미켈슨(Mads Mikkelsen)이 주연을 맡은 작품이었죠.
끝없이 펼쳐진 눈과 얼음의 땅, 북극이라는 극한의 공간에서 한 인간이 고독 속에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입니다. 비행기 추락 사고 후 홀로 고립된 오버가드는 매일 반복되는 생존의 루틴에 매달려, 기계처럼 움직이며 살아갑니다. 그의 세계에는 감정도, 대화도, 희망도 없습니다. 삶은 단지 하루하루 ‘버텨내는 행위’로 축소되어 있었습니다.
그런 그의 고독한 세계에, 어느 날 한 여성이 추락한 헬기 속에서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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