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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왜 완전히 이해될 수 없는가

5부작 미니시리즈, 『연주되는 삶, 빚어지는 사랑』- 제4화

by Itz토퍼
by Sora


지난 제3화에서 우리는 ‘타인이라는 필연적인 거리’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사랑이란 상대를 내 영토로 편입시키는 정복 사업이 아니라, 서로의 고유한 음색을 존중하며 ‘우아한 거리 감각’을 익히는 실내악적 조율의 과정임을 확인했습니다. 서로가 영원한 타인임을 인정할 때 비로소 우리는 가장 정중하고도 깊은 인사를 건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갈증이 남습니다.


"사랑하는데, 왜 나는 당신을 다 알 수 없을까?"라는 근원적인 질문입니다.




대학 시절, 음악 생활과 밀접했던 아르바이트.

바로 음악다방 DJ였습니다.


군생활을 마친 후 복학할 무렵, 당시 유명 가수로 활동을 하며 음악다방을 운영하던 선배의 배려와 가르침으로 DJ 자리를 맡게 되었죠. 당시 DJ의 승부수는 재치 있는 입담과 개성 있는 외모, 그리고 무엇보다 음악을 듣는 이들의 마음을 꿰뚫는 세련된 선곡에 달려 있었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추억처럼 말할 수 있지만, 그때는 정말 피가 마를 만큼 고민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무엇이든 시작하면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서울 시내 음악다방을 전전하며 관찰하고 비교해 보며 생각에 잠기곤 했습니다.


그러다 선배와의 상의 끝에 나름의 필살기로 작은 ‘신비주의 전략’을 하나 세웠습니다. 당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오프닝 곡(Rockwell – Knife)을 정하고, DJ 박스의 조명을 은밀하게 조절하는 것이었죠.


그 작전을 위해 근처 조명 가게 아저씨에게 ‘쌍’계란노른자를 넣은 쌍화차를 대접하며 도움을 구했습니다. 덕분에 자리에 앉기 전까진 불을 밝히지 않다가, 오프닝 곡이 시작되면 DJ 주변만 아주 어둡게 가리고 나머지 공간만 은은하게 밝히는 묘한 조명 설계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얼굴이 보일 듯 말 듯한 그 짙은 어둠은 손님들에게 "저 박스 안의 DJ는 도대체 누구일까?"라는 기분 좋은 물음표를 던지게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은 베일에 싸인 그 존재를 궁금해하며 호기심 섞인 탐색을 즐겼고, 정체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신청곡 메모지를 한 장이라도 더 DJ 박스 안 바구니에 밀어 넣곤 했습니다. 이 어설펐던 전략은 투박한 부산 사투리 멘트와 어우러져 묘한 시너지를 냈고, 덕분에 저는 제법 오랜 시간 인기 DJ로 자리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이 소소한 기억은 사실 사랑의 본질과도 많이 닮아 있습니다.


우리가 끝내 매혹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그가 이미 읽힌 이야기가 아니라 끝없이 읽고 싶어지는 ‘미지의 여백’으로 남아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이제 제4화에서는 그 갈증의 정체와, 우리를 좌절시키는 그 ‘이해 불가능성’이 역설적으로 어떻게 사랑을 숨 쉬게 만드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닫히지 않는 괄호: 타인의 내면이라는 미문의 영토



우리는 사랑에 빠지면 상대의 모든 것을 읽어내고 싶어 하는 열성적인 독자가 됩니다.


그의 어린 시절 상처부터 사소한 잠버릇, 문득 짓는 표정의 의미까지 단 하나의 각주도 놓치지 않으려 애씁니다. 그래서 고교 시절 이불 속에 숨어서 연애편지 쓰느라 밤을 새우자, “이놈아, 공부를 그리 열심히 하몬 하바드 수석 먹것다.”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죠. 그러나 아무리 탐독해도 상대의 마음이라는 책에는 끝내 해독되지 않는 문장들이 가득합니다.


심리학적으로 한 사람이 타인을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우리 각자의 내면에는 본인조차 언어화하지 못한 ‘무의식의 심연’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나조차 다 설명할 수 없는데, 어떻게 타인이 나를 완벽하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경계를 마주합니다. 상대를 더 깊이 알고자 하는 '탐구'가 자칫 상대를 완전히 소유하려는 '집착'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사랑과 집착은 겉보기엔 비슷해 보이지만 하나는 컬러이고 하나는 흑백일 뿐입니다. 그래서 극단적이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의 모든 비밀을 파헤치고, 그의 생각과 감정의 밑바닥까지 확인하려 드는 순간, 상대는 숨 쉴 공간을 잃어버립니다. 집착과 관심은 분명히 다르답니다. 관심은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마음이지만, 집착은 상대의 고유함을 지워버리고 내 불안이나 욕구를 채우려는 오만입니다.


타인의 내면에는 내가 결코 발을 들일 수 없는 ‘남겨진 공간’이 반드시 존재해야 합니다. 그것은 비밀이 아니라, 그 사람을 그 사람답게 만드는 고유한 본질의 방이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내면은 우리가 영원히 경외하며 읽어 내려가야 할, 끝내 닫히지 않는 괄호와 같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불완전함이라는 신비: 지속 가능한 사랑의 동력



역설적이게도 사랑을 지속하게 만드는 힘은 '다 안다'는 확신이 아니라 '더 알고 싶다'는 갈망에서 나옵니다. 우리는 흔히 완전한 일치와 완벽한 이해를 사랑의 종착역이라 믿지만, 사실 사랑은 ‘지속 가능한 불완전함’ 위에서 가장 아름답게 꽃을 피웁니다.


모든 소리가 빈틈없이 메워진 음악은 금방 귀를 피로하게 만듭니다. 음악을 음악답게 만드는 것은 소리와 소리 사이의 짧은 여백이며, 연주자가 다음 음을 향해 나아가는 찰나의 긴장감입니다.


사랑도 이와 같습니다. 음악다방 DJ 박스의 어둠이 손님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듯, 상대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그 좌절감이 역설적으로 우리를 내일도 다시 상대의 눈을 맞추게 하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만듭니다.


"당신을 다 알지 못하기에, 오늘도 나는 당신을 탐구합니다."


이 겸허한 고백은 관계가 권태라는 고인 물에 잠기지 않도록, 잔잔한 수면 위에 끊임없이 새로운 파문을 퍼뜨립니다. 그렇게 불완전함은 결핍이 아니라, 사랑이 마르지 않는 샘이 되어 오래도록 흐르게 하는 메타포의 물길이 됩니다.



시간 위에서의 변주: 멈추지 않는 사랑의 악보



사랑은 액자에 전시된 사진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을 타는 연주입니다. 오늘의 당신이 어제의 당신과 같지 않듯, 우리 사이의 사랑 또한 매 순간 새로운 조(Key)로 변주됩니다. 때로는 장조의 환희가 울려 퍼지다가도, 어느 날은 단조의 갈등과 긴장이 화음을 깨뜨리기도 합니다.


우리는 갈등이나 오해를 연주의 사고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것은 사랑이라는 대곡(大曲)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불협화음의 변주’일 뿐입니다. 긴장된 불협화음이 나타나야만 뒤따라오는 해결 화음이 더 벅찬 감동을 주는 법입니다.


설렘이 편안함으로 바뀌고, 뜨거움이 은은한 온기로 변해가는 그 모든 과정은 사랑이 쇠퇴하는 증거가 아닙니다. 그것은 시간이라는 무대 위에서 사랑이 자신의 모습을 바꾸며 더 다층적인 구조로 깊어지는 과정입니다.


우리가 할 일은 그 변주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아침 새로운 악보를 건네받는 마음으로 서로의 변화를 기쁘게 연주해 나가는 것입니다.


by Sora

이해를 넘어선 수용의 합주



결국 사랑이란 상대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다 이해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수용하는 것’입니다. 상대의 내면에 존재하는 그 미지의 영토를 나의 잣대로 재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늘진 구석까지 껴안는 일입니다.


어두운 DJ 박스 안에서 어떤 음악을 틀어줄지 설레며 기다리던 손님들처럼, 우리는 서로에게 영원히 다 읽지 못한 악보로 남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를 연주하기를 멈추지 않을 수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서 더 애틋하고, 다 알지 못해서 매일이 새로운 이 합주는 오늘도 계속됩니다.



“사랑이란, 내가 알 수 없는 상대의 여백을 통해 감동과 감격을 발견하는 여정이 아닐까요.”



▶ 다음 이야기 제5화(최종화)의 질문: "삶과 함께 빚어지는 가장 위대한 예술은 무엇인가요?”



“모든 소리가 빈틈없이 메워진 음악은 금방 귀를 피로하게 만듭니다. 음악을 음악답게 만드는 것은 소리와 소리 사이의 짧은 여백이며, 연주자가 다음 음을 향해 나아가는 찰나의 긴장감입니다.”


HAUSER: 'Alone, Together' from Arena Pu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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