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타인을 위해 기꺼이 등을 내어준 이 세상 모든 치유자들에게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 그것은 찰나의 말 한마디나 가벼운 마음 한 조각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의 생을 깎아 타인의 빈자리를 채우겠다는 고요한 각오이며, 나를 소모하여 타인을 살리겠다는 지독한 희생의 길입니다. 그러니 서툰 동정으로 발을 들이지 않기를, 하지만 그 귀한 마음을 외면하지도 않기를 바랍니다. 다만 그 길 위에 서기 전, 당신이 치러야 할 '마음의 대가'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숙고해 보았으면 합니다.
평생을 누군가를 가르치고, 그들의 굽이진 삶을 함께 걷는 상담가로 살아온 나에게 어느 날 친구가 물었습니다. “너는 대체 뭐가 그렇게 많아서 늘 베푸는 삶을 사니?”
나는 그저 피식하며 조용히 웃었습니다. 내가 많아서 베푸는 것이라고요. 그러한 물질의 베풂은 창고가 넘쳐나 가만히 두어도 뒤로 쏟아져 내릴 때나 하는 호사이지요. 내게는 그런 넉넉함이 없습니다. 그저 수고로운 마음 하나, 고단한 어깨 하나를 내어줄 뿐입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돌이켜보니 내게 돌아온 보상들 또한 늘 '마음'이라는 이름으로만, 그것도 헐값으로 할인되어 돌아올 뿐이었습니다.
산길을 걷다 예고 없는 장대비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금세 지나갈 소낙비려니 하며 여전히 길을 오르는데, 작은 실개천 하나가 물웅덩이가 되어 길을 막고 있더군요. 자세히 보니 나무에서 떨어진 묵은 잎들이 물길을 막고 서 있었습니다. 곁에 떨어진 나뭇가지 하나를 주워 그 잎들을 조심스레 걷어냈습니다. 그러자 갇혀 있던 물길이 그제야 비로소 "솨-" 하는 해방의 소리를 내며 다시금 강으로, 바다로 달러가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의 수고란 바로 그런 것입니다. 실개천에서 강으로, 다시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가려는 한 영혼의 첫걸음이 낙엽과 잔가지에 막혀 고여 있을 때, 기꺼이 곁에 서서 그 길을 터주는 역할입니다. 친구의 말처럼 그들은 나를 지나 강으로 흘러가고 바다로 떠나갑니다. 그러니 그들이 다시 산으로, 내 곁으로 돌아올 일은 만무합니다.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라는 커다란 터울이 생기고 나니, 한편으로는 마음이 참 서글퍼집니다. 본업만큼이나 소중히 여기며 온 마음을 쏟았던 일인데 어찌 아무렇지 않겠습니까. ‘괜찮아’라는 사치스러운 말은 마음속 깊은 곳에나 가둬두는 것이지, 일상의 작은 스침에도 그 서운함은 되새김질되어 울컥 올라오곤 합니다. 그러니 마음으로 누군가를 위하려거든, 차라리 고요한 기도실에 가서 그를 위해 눈을 감고, 일기장에 그 애틋함을 글로 옮겨두는 것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내가 쓰는 이 글처럼, 허무를 달래기 위한 몸부림을 칠 필요는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오늘, 나는 그 허무의 끝자락에서 다시 펜을 듭니다. 매일 타인의 무너진 세상을 마주하며 자신의 영혼을 깎아 불을 밝히는 심리상담가들, 자식의 무게를 짊어지며 기꺼이 허리를 내어준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이름 없이 삶의 무게를 버텨내는 이 세상 모든 이들을 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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