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 우주는 정상 운행 중

"거참, 나 없으면 지구가 안 돌아가나?"

by Itz토퍼

2026년, 나는 작심삼일을 이긴 셈인가?


신년이 밝았다.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작심(作心)’이라는 이름의 무거운 배낭을 어깨에 짊어진다. 나 역시 슬쩍 그 대열에 발을 담갔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틀을 버텼다. 이틀이라니!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쟁 중 하나인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48시간 동안 고지를 점령한 셈이다.


사람들이 묻는다. "언제까지 갈 것 같아?"

나는 여유롭게 대답한다. "글쎄, 아직 삼일은 안 되었거든."


사실 이 말은 ‘내일이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비겁한 복선이자, 동시에 ‘아직은 패배자가 아니다’라는 가련한 자존심의 마지노선이다. 그래서 나는 전략을 바꿨다. 아예 무작심, 무계획, 무관심의 '3무(無) 정책'을 선포한 것이다. 계획이 없으면 실패도 없고, 관심이 없으면 상처도 없다. 침대와 물아일체가 되어 천장의 무늬를 세고 있노라면, 마치 해탈한 고승이라도 된 듯 마음이 평온해진다. 편하다.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편하다.


하지만 이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언제까지 그럴 건데?"라는 질문에 대답하기도 전에, 주머니 속의 문명이 반란을 일으킨다.


'징~ 징~ 징~'


스마트폰은 마치 굶주린 아기 새처럼 끊임없이 비명을 지른다. 단톡방에는 읽지도 못한 메시지가 수백 개 쌓이고, 카드 회사는 나의 안부를 묻느라 바쁘며, 앱들은 업데이트를 해달라고 아우성이다. 할 일들은 마치 좀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담장을 넘어 떼거지로 몰려온다. 이쯤 되면 짜증을 내야 마땅한데, 묘하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참나, 역시 세상이 아직도 날 필요로 하는군. 내가 없으면 이 거대한 시스템이 멈춰버리는 모양이야."

bc5821dd-060a-4479-98ba-f9e25bb7a76a.png by ChatGPT

하지만 이 근거 없는 자신감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거대한 천문학적 질서와도 같은 냉혹한 진실이 숨어 있다. 마치 달이 비록 독립적인 천체임에도 불구하고 지구의 중력권에 묶여 평생 그 주위를 맴돌아야 하고, 지구 역시 태양이라는 거대한 항성의 궤도를 벗어날 수 없는 것과 같다. 나라는 개인, 내가 이끄는 가정, 그리고 우리가 속한 사회공동체는 이제 하나의 거대한 '굴렁쇠 시스템'이 되어 멈출 수 없는 회전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는 자유롭게 '무작심'을 선택하고 개인의 주체성을 누리는 것 같지만, 실상은 시스템이 허용하는 짧은 유예기간 안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쏟아지는 업무 연락과 사회적 요구는 단순한 소음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이 거대한 궤도에서 이탈하는 순간, 생활이라는 중력 자체가 붕괴될 것임을 알리는 경고장이다. 가정을 지탱하고 사회적 일원으로 생존하기 위해, 우리는 개인의 순수한 자유를 조금씩 깎아내어 '시스템의 구성원'이라는 매끄러운 부품으로 변모해 간다.


이처럼 인간의 삶이 개별적 단독자로서의 빛을 잃고 거대한 구조의 일부로 편입될수록, 역설적으로 우리는 '나만의 개인적 시스템'을 고민해야만 한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면서도 스스로 자전하며 자신의 낮과 밤을 만들어내듯, 우리 역시 사회라는 거대 궤도 속에서 나만의 리듬과 중심축을 세워야 한다. 타인에 의해 설계된 작심(作心)이 아니라, 시스템의 소음 속에서도 나직이 들려오는 내면의 목소리에 응답하는 법을 익혀야 하는 것이다.


세상이 나를 필요로 한다는 착각은, 어쩌면 이 거대한 굴렁쇠를 굴려야만 하는 생존의 비애를 견디게 하는 유일한 진통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진통제 너머에서, 나는 오늘도 질문을 던진다. 시스템의 중력에 끌려가면서도 나만의 자전(自轉)을 멈추지 않을 방법은 무엇인가.


뭐, 어떤가. 이유가 무엇이든 나는 다시 바빠졌다. 세상이 나를 원한다는데, 기꺼이 속아주는 척하며 삼일째의 문을 열어젖힌다. 다만 이번에는 무작정 끌려가는 달이 아니라, 스스로의 축을 세우고 도는 행성이 되어보려 한다. 자, 세상아. 내가 가준다! 나 없으면 정말 우주가 멈출 것 같아 보이니, 내가 특별히 이번 한 번만 더 궤도를 돌아준다.


“응? 궤도 한 바퀴가 365일이라고. 알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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