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 없는 글쓰기, 오직 나만의 문장

독학의 고독을 창조적 자유로 바꾼다면

by Itz토퍼
"은퇴라는 낙인을 지우고, 독학의 고독 속에서 나만의 성채를 쌓아 올리는 한 초보 작가의 당당한 도전기"

오늘이 있기까지 나름 산전수전 다 겪으며 살아왔다고 자부했습니다. 웬만한 풍파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줄 알았죠. 그런데 막상 마주해 보니 예상보다 훨씬 당혹스럽고 끔찍한 사건이 하나 있더군요. 바로 ‘은퇴’라는 이름의 낙인입니다.


은퇴하는 순간, 우리는 조용히 ‘쓸모왕’에서 ‘존재왕’으로 직함이 바뀝니다. 사회로부터 “그저 존재만 하는 사람”으로 분류되는 것이죠. 평생 쌓아온 학력, 경력, 지식과 경험은 어느새 빛이 바래고 오직 ‘존재’라는 뼈대만 남습니다. 문제는 그 존재가 존중의 대상이 아니라, 어느덧 사회적 ‘관리 대상’으로 취급되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스스로 그렇게 느끼기도 전에 가정과 사회의 시선이 먼저 변해버립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떠오릅니다. “그 빈자리는 누가 채울 것인가?”


어쩌면 앞으로의 사회문제는 이 ‘존재왕’을 어떻게 다시 ‘쓸모왕’으로 회복시키느냐에 달려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도 중요한 선결 과제일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차라리 발상의 전환을 해봅니다. ‘노인 제국’이 탄생하면 어떨까 하고요. 아, 이름이 너무 무거우니 조금 달콤하게 ‘라떼 왕국’ 정도면 어떨까요.


분명한 건, 저는 그 나라의 왕좌를 준대도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평범한 백성으로 머물고 싶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는 평생 강단에서 제자들을 양육하다 은퇴한 후, 지금의 사회 공동체 속에서 계속 ‘살아있기’ 위해 찾은 답과 그 길을 걸어가는 과정을 소개해 보려 합니다.


은퇴를 앞둔 마음은 몹시 복잡했습니다. 좋게 말해 은퇴지, 제게는 ‘유효기간 만료’라는 알림처럼 쓸쓸하게 다가왔습니다. 무엇을 새로운 희망으로 삼을 것인가, 무엇이 저의 새로운 소망이자 수입원이 될 것인가. 이 세 가지는 연령을 초월해 삶을 지탱하는 필수적인 기둥입니다. 이 기둥을 상실한 채 산다는 것은 그저 떠날 날을 ‘기다리는’ 시간에 불과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기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너무나 길고 귀합니다.


그런데 제가 거주하는 나라에서는 만 60세가 넘으면 외국인의 경제 활동이 법적으로 제한되기에 마땅한 대안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렇다고 노년에 장사를 시작하는 것은 처음부터 선택지에 없었습니다. 제가 평생 지인들에게 강조해 온 소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교사나 공무원처럼 평생 정해진 궤도에서 살아온 이들이 은퇴 후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사업입니다. 자칫하면 평생을 견뎌 쌓아 온 퇴직금을 순식간에 무너뜨리는 패스트트랙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긴 숙고 끝에 저는 평생 마음 한구석에 품어왔던 글쓰기를 통해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물론 이 길이 결코 순탄치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압니다. 작가라는 직업으로 희망과 소망을 품을 수는 있지만, 다시 ‘수입을 창출한다’는 것은 어쩌면 실현 불가능한 도전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난생처음 시작하는 일이란 원래 바닥부터 다져가는 법이니, 결과는 잠시 접어두고 일단 ‘초보’라는 겸손한 마음으로 첫발을 떼기로 했습니다.


평생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왔지만, 작가로서의 삶은 그저 서툰 입문자에 불과합니다. 마음을 정한 후 지인들의 조언과 자료를 살피며 현실을 파악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취미를 일로 전환한다는 것에는 큰 이점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일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것인데, 글쓰기는 제가 사랑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글쓰기를 일상의 일부이자 가벼운 취미라 불렀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게 포장하여 저를 변호하고 싶지 않습니다. 일을 취미처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지만, 진심을 담은 취미는 충분히 숭고한 일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작가로 입문한 지 이제 4개월, 짧은 기간이지만 브런치를 통해 수많은 작가의 글을 접하며 매일 배우고 있습니다. 틈틈이 나름의 성찰을 글로 옮기며 저만의 틀을 만들고는 있지만, 아직은 기초공사를 위한 측량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단계일지도 모릅니다.


돌이켜보면 저의 문학적 기반은 대학 시절 교양 과목으로 들었던 ‘국문학개론’이 전부입니다. 그마저도 세월 속에 완전히 잊혔고, 정식 교육이나 체계적인 배움의 기회는 전무했습니다. 게다가 오랜 해외 생활로 한국 문학은커녕 한국인과의 접촉조차 드물다 보니, 한글로 문장을 만드는 것 자체가 거대한 벽처럼 느껴졌습니다. 문법은 고사하고 맞춤법과 띄어쓰기조차 가물가물한 상태였죠. 하지만 저는 그런 결핍 속에서도 오히려 저만의 방식을 터득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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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를 나만의 색으로 물들이며 ‘나답게’ 걸어가는 글무리 작가 Itz토퍼입니다. 오늘 당신의 하루에도 작은 위로와 빛이 스며들길 바라며, 제 속의 글무리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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