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바다에 띄운 주황색 문장들

타인의 바다를 향해 묵묵히 구명튜브를 손질하는 마음

by Itz토퍼

♣ 본 글은 이미 발행된 두 편의 글을 하나로 엮어 새롭게 편집하였습니다. 이는 작가가 집필한 미니시리즈를 단일한 호흡의 글로 재구성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발행이 완료되는 모든 미니시리즈는 이와 같이 편집되어 다시 올려질 예정입니다. 아울러 본 작업은, 앞으로 작가의 글이 단편에서 중편으로 구조적 확장을 시도하며 어떤 서사적·사유적 지향점을 향해 나아갈 것인지 탐색하는 일종의 실험적 기록임을 미리 전합니다.


“도대체 이 글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가?”


책을 읽거나 글을 마주할 때 사람들은 한결같이 자문합니다. 수많은 문장의 숲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 작가의 진심을 집요하게 되묻곤 합니다. 그 질문에 대한 저의 대답은 의외로 소박하고도 한결같습니다. 삶의 거친 파도가 예고 없이 밀려올 때,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화려한 기교의 문장이 아니라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는 주황색 구명튜브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가르치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자리를 옮겨온 저의 문장들이,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안전 기지가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다시 시작할 용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누군가의 생명줄이 될 묵묵함: 구명튜브로서의 글쓰기

by ChatGPT

어느 유명 작가님께서 제게 이런 말씀을 건네신 적이 있습니다. “글을 읽다 보니 작가님은 여전히 선생님 같아요.” 그러시더니 제가 글을 쓰는 방향이나 내용에 대해 애정 어린 조언을 전해주셨지요. 그 말에 저는 “정확히 보셨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어쩌면 가르치는 사람이었던 그때도 그랬지만, 글을 쓰는 지금도 그 틀을 벗지 못했습니다. 아니, ‘벗지 않습니다’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네요. 삶의 한 부분을 매듭짓고 다시 시작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과거의 연장선 위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이왕이면 제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그 선상에 고스란히 놓고 싶었습니다. 아직은 그것을 완전히 놓을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학문의 눈으로 보던 지식을 삶과 일상으로 가져올 때, 그 의미는 사뭇 달라지며 때로는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필요가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가르치는 자의 소명과 쓰는 자의 고뇌가 만나는 지점, 그곳에 여전히 저의 문장이 머물고 있습니다.


방파제 한구석, 바닷바람을 맞으며 빛바랜 주황색 구명튜브가 놓여 있습니다. 평상시에는 누구의 시선도 끌지 못한 채 풍경의 일부로 존재할 뿐이지요. 가끔 개구쟁이 아이들이 놀이용으로 굴리며 놀다가 한쪽에 방치해 두기도 합니다. 하지만 거센 파도가 누군가의 삶을 집어삼키려 하는 찰나, 이 '묵묵한 존재'는 세상에서 가장 절실한 생명줄이 됩니다. 누군가를 위해 글을 쓰는 것, 특히 지식과 위로, 그리고 용기를 문장에 담는 작업은 어쩌면 이 구명튜브를 비치해 두는 마음과 같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사실 우리 곁에는 찰나의 즐거움을 주는 글들이 참 많습니다. 따분한 시간을 때워주거나 자극적인 재미로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글들도 분명 우리 삶에 필요하지요. 하지만 인생의 모든 순간이 가벼운 흥미만으로 채워질 수는 없지 않을까요. 삶의 무게에 짓눌려 숨이 가쁠 때, 화려한 웃음보다는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는 문장 하나가 더 간절해지는 법이니까요.


나의 필요가 아닌 타인의 필요를 위해 글을 쓰기로 마음먹을 때, 저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이타적 동기(Altruistic Motivation)'를 되새깁니다. 이는 거창한 자선이라기보다, 아무도 보지 않는 밤길에 미리 가로등을 켜두는 소박한 마음입니다. 당장의 우렁찬 박수갈채보다는, 언젠가 길을 잃고 헤맬 누군가를 위해 문장이라는 이정표를 하나하나 세워두고 싶은 것입니다.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에서 강조하는 '보유 환경(Holding Environment)'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아이가 세상이 무너질 듯 울 때 부모가 묵묵히 안아주는 '안전한 품'을 뜻합니다. 어떠한 말도 필요 없이, 그저 포근하게 안아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상태를 말합니다. 딸 보배단지가 아기였을 때, 잠투정이 참 심한 편이었습니다. 침대에 누워 우렁차게 울 때면, 종일토록 피곤했던 엄마가 깨지 않게 조용히 아이를 안고 거실로 나와 동요를 불러주곤 했습니다. 그러면 금세 새근새근 잠이 들었지요. 하지만 다시 침대에 조심히 내려놓으려 하면 어떻게 알았는지 또다시 울어버리는 바람에, 결국 품에 꼭 안고 같이 잠이 들곤 했습니다.


저의 글이 누군가에게 그런 포근한 품이 되기를 바랍니다. 사고가 없는 평화로운 순간에도 수평선을 응시하는 안전요원처럼, 저 역시 묵묵히 깨어 있고 싶습니다. 이것은 누구로부터 강요받는 의무가 아니라, "당신이 위태로울 때 내가 여기 있겠습니다"라는 저 스스로의 약속이자 책임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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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를 나만의 색으로 물들이며 ‘나답게’ 걸어가는 글무리 작가 Itz토퍼입니다. 오늘 당신의 하루에도 작은 위로와 빛이 스며들길 바라며, 제 속의 글무리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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