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의 외로움을 길들였다
나다운 삶이란 홀로 고립되어 완벽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심장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나의 온기를 기꺼이 나누는 과정 속에서 완성된답니다.
어린 시절 제가 자란 외갓집은 그야말로 시끌벅적한 ‘작은 동물농장’이었습니다. 안방과 부엌 사이를 번개처럼 오가며 날렵한 몸매를 과시하던 고양이부터, 대청마루 밑을 비밀 아지트 삼아 온종일 무언가 바쁘게 킁킁거리던 강아지까지. 마당 한쪽 작은 물웅덩이에서는 오리들이 유유자적 노닐고, 그 옆에는 큰 엉덩이를 뒤뚱거리며 마당을 호령하는 ‘경비대장’ 거위가 위엄을 뽐내곤 했죠.
안채를 나와 들마당으로 발을 내디디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졌습니다. 외양간의 누렁이 황소는 귀찮은 파리 떼를 쫓느라 꼬리를 채찍처럼 휘둘렀고, 창고 건초더미에선 노란 ‘삐약이’들과 아빠 엄마 닭들이 숨겨진 보물 같은 간식을 찾느라 요란하게 뒷발질을 했죠. 마당 한편엔 작은 우리들이 마치 오밀조밀한 아파트처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입구 쪽엔 코를 실룩거리는 토끼들이, 그 뒤엔 알을 품느라 꾸벅꾸벅 졸고 있는 암탉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구석진 명당(?)에는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다며 온종일 ‘꿀꿀’ 노래를 부르는 흑돼지 부부가 살고 있었답니다.
이 풍경의 정점은 단연 흑염소 떼였습니다. 돼지우리 냄새 때문에 숨을 못 쉬겠다며 아침부터 ‘메메’ 아우성을 치던 녀석들을 산비탈로 데리고 나가 풀어놓으면, 그제야 신이 나서 온 언덕을 누비며 초콜릿 같은 ‘응아’를 여기저기 지뢰처럼 뿌려대곤 했습니다. 그 천진난만한 소란스러움이 가득했던 외갓집의 풍경은 지금 생각해도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진답니다.
이처럼 인간이 다양한 동물을 곁에 두고 삶의 터전을 공유해 온 것은 인류 문명사에서 가장 매혹적인 사건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단순히 동물을 '이용'하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외갓집의 그 수많은 동물들이 그러했듯,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그들을 단순한 가축이 아닌 '가족'이라 부르기 시작했죠. 바로 ‘반려동물’입니다. 이 묘하고도 따뜻한 유대감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요? 그리고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들도 우리처럼 서로의 곁을 내어줄까요?
늑대에서 가족으로: 1만 5,000년의 비즈니스와 우정
인류와 동물의 첫 번째 만남은 사실 생존을 위한 철저한 '상호 보완적 계약'에서 출발했습니다. 약 1만 5,000년 전, 빙하기의 끝자락에서 인간의 정착지 주변을 맴돌던 영리한 늑대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그들은 인간이 남긴 음식 찌꺼기를 얻어먹는 대가로 밤의 불청객을 알리는 '살아있는 경보기'가 되어 주었고, 인간은 그들에게 안전한 보금자리를 제공하며 사냥의 파트너로 삼았습니다.
농경 사회로 접어들자 관계는 더욱 긴밀해졌습니다. 소중한 곡물을 훔쳐 먹는 쥐들을 일망타진해 주는 고양이는 당시 인간들에게 수호신과 다름없는 존재였죠. 외갓집에서 고양이가 부엌을 지키고 강아지가 대청마루 밑을 지키던 그 익숙한 풍경은, 사실 수만 년 전부터 이어져 온 인류와 동물의 전략적 제휴가 정서적 밀착으로 진화한 결과물인 셈입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