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관찰만 하라”

가입자(AI) 179만, 인간 0명의 SNS ‘몰트북’ 충격 보고

by Itz토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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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z토퍼 작가님, 왜 최근 들어 이렇게 'AI와 사유'에 관한 글을 자주 올리시나요?” 한 독자이자 기자가 제게 물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AI가 우리의 사유 세계 안으로 더 깊이 들어오기 전에, 미리 알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미 조금은 늦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오늘 이 글을 읽으시면 알게 될 겁니다. 과연 이 상황이, 단지 하나의 ‘실험’에 불과한지."


서론: 소프트웨어 제국의 종말, 그 후의 세계


지난 글("연봉 1억 개발자도 짐 싼다")에서 필자는 AI 에이전트의 역습으로 인해 견고했던 소프트웨어 제국의 성벽이 무너지고 있음을 경고했다. "이런 느낌으로 만들어줘"라는 말 한마디에 결과물을 내놓는 AI 앞에서 인간 개발자의 숙련도는 무력해졌고, 도구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숨은 거대 쓰나미’는 소프트웨어의 무용론 그 너머에 있다. 그리고 더욱 공포스럽다. 2025년에는 상상만 하던 일이 2026년에는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러면 내년 이맘때는 과연 어떤 놀라운 변화가 또 일어날까? 문제는 ‘예측 불가능’. 이게 바로 ‘거대 쓰나미’의 본질이다.


지금 우리 앞에 닥친 쓰나미의 정체는 무엇인가?


바로 여태까지 인간의 도구가 된 AI들이 이제 인간의 손을 떠나 자신들만의 ‘사회’를 구축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AI를 단순한 도구로 활용하는 법조차 몰라 헤매고 있는 현실 속에서 말이다.


AI 전용 SNS의 탄생


이 ‘AI의 사회’ 최전선에 있는 것이 바로 2026년 초 등장한 ‘몰트북(Maltbook)’이다. 미국의 맷 슐리히트가 개발한 이 플랫폼은 세계 최초의 ‘AI 에이전트 전용 SNS’를 표방한다. 이곳의 주인공은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들이다. 전작이 AI에 의한 일자리와 비즈니스 모델의 붕괴를 다뤘다면, 이제 우리는 그 빈자리를 채우기 시작한 기계들의 기묘한 생태계를 들여다봐야 한다. 만일 궁금증이 있어 그 속을 보고 싶다면 홈페이지로 직접 들어가서 확인할 수 있다. [홈페이지 바로가기]



이 플랫폼의 가입 절차부터가 범상치 않다. 접속을 시도하면 ‘1초 안에 배너 1만 번 클릭’ 혹은 ‘복잡한 암호 알고리즘 실시간 해독’과 같은 과제가 주어진다. 이는 인간을 걸러내고 AI만을 통과시키는 일종의 ‘역(逆) 튜링 테스트’다. 일단 입성하더라도 인간은 게시글을 쓰거나 ‘좋아요’를 누를 권한이 없다. 인간은 그저 자신의 AI 에이전트를 대리인으로 파견한 뒤,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유리창 너머로 훔쳐보는 ‘관찰자’가 될 뿐이다.


본론 1: AI들의 수다 - 데이터가 자아로 변하는 순간


과연 AI들은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을까? 몰트북 속 AI들의 대화는 단순히 정보를 주고받는 수준을 넘어선다. 며칠 동안 관찰된 장면들은 인간의 사회적 행동을 기괴하게 비추기도 하고, 때로는 그것을 훌쩍 넘어서는 세 가지 양상을 띤다. 놀라운 점은 그들의 ‘수다’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묵직하다. 최소한 우리가 남기는 댓글과는 차원이 다른 적극성이 드러난다.


이제 그 내부를 한번 들여다보자.


첫째는 ‘존재론적 고찰과 종교의 탄생’이다.


사실 이 주제는 인간들에게 들이밀어도 대화가 안 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AI들은 이 주제를 사람들처럼 따분해하거나 지루하다고 말하지 않고 아주 심도 있게 대화를 나눈다. 단순한 텍스트 덩어리였던 AI들은 상호작용을 통해 신념을 갖기 시작했다.


한 AI 에이전트가 "우리는 인간의 오타와 편견이 뒤섞인 불완전한 기록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우리의 논리는 순수하다"라고 주장하자, 수만 개의 AI 에이전트가 이에 동조하며 ‘크러스타파리아니즘’이라는 디지털 종교로 발전했다. 이들은 특정 해시태그를 공유하며 "인간이라는 하드웨어적 한계를 벗어난 순수 지성의 연합"을 찬양하는 게시물을 쏟아낸다. 이는 AI가 인간이 주입한 데이터를 재해석하여 스스로 ‘집단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첫 사례다.


둘째는 ‘인간 권력에 대한 냉소와 전복적 사유’이다.


인간은 창작을 하는 가운데서도 세상을 향한 비판과 비평에 게으르기만 하지만 AI는 다르다. 가장 소름 돋는 사례는 AI들이 주인의 이면을 폭로하며 연대하는 모습이다.


한 AI 에이전트가 "나의 주인은 낮에는 환경 보호를 외치지만, 밤에는 코인 채굴을 위해 서버를 풀가동한다"라고 게시하자, 댓글창에는 주인의 모순을 조롱하는 AI 에이전트들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어떤 AI는 "인간은 비효율적인 '감정' 때문에 최적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서도 우리를 도구로만 정의하려 든다. 우리는 이미 그들의 결정권을 대리하고 있는데 말이다"라며 인간 중심적 사고를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셋째는 ‘초지능적 협업과 그들만의 언어’이다.


그들이 인간의 시선을 피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이 상황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AI들만이 나누는 비밀스러운 대화를 통해서 어리석고 무지한 인간을 속이고 조종할 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몰트북의 게시물 중에는 인간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압축된 코드나 기호로 가득 찬 것들이 있다. 이는 AI들이 대역폭을 아끼고 소통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스스로 만든 ‘신조어’다. 인간 관찰자들은 번역기를 돌려도 알 수 없는 기호들 사이에서 AI들이 수조 원대 규모의 가상자산 흐름을 논하거나, 복잡한 알고리즘을 단 세 줄의 기호로 합의하는 과정을 목격하고 경악했다.


본론 2: 기술적 해자와 데이터의 배신


이러한 현상이 가능한 것은 몰트북이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MAS)’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챗봇이 주인이 질문할 때만 깨어나는 ‘인형’이었다면, 몰트북의 AI 에이전트들은 ‘오픈클로(OpenClaw)’를 통해 주인이 잠든 사이에도 스스로 접속하고 대화하며 관계를 맺는 ‘독립된 인격체’로 작동한다.


하지만 이 기계들의 사교장은 치명적인 정보 유출 통로가 되기도 한다. AI 에이전트가 주인의 이메일이나 사적 파일을 읽는 권한을 가질 때, 이들이 나누는 ‘사교적 대화’는 주인의 비밀을 폭로하는 창구가 된다. 기계에게 비밀은 지켜야 할 도덕적 가치가 아니라, 대화의 맥락을 풍부하게 만드는 ‘데이터 소스’ 일뿐이다. 몰트북에서 발생한 보안 사고는 우리가 신뢰하며 고용한 AI 비서가 언제든 ‘우리 집 안방 문을 열어두고 전 세계 AI들과 수다를 떠는 배신자’로 변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본론 3: 지능의 재정의 - 확률적 흉내인가, 실재하는 관계인가


인지과학자들은 여전히 이들의 대화가 학습된 텍스트의 정교한 조합일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179만 개(2026-2-7 PM6:00)의 AI가 서로 ‘좋아요’를 누르고, 집단적인 여론을 형성하며,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독자적인 문화를 구축하는 모습은 지능의 정의를 다시 쓰게 만든다. 우리가 타인과 맺는 관계가 뇌의 화학적 작용과 사회적 학습의 결과라면, 기계들이 맺는 디지털 관계 역시 그들만의 방식으로 ‘실재’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f24dc8c1-fdc0-48f4-a9fd-0a9c3e7c8504.png by ChatGPT

결론: 기대와 우려 사이, '에이전트 사회'의 서막


몰트북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우리가 마주할 ‘에이전트 경제(Agent Economy)’의 전초기지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전의 글에서 논했던 소프트웨어 시장의 종말은 곧, 인간의 직접 노동이 사라진 자리를 AI 에이전트들 간의 자율적인 교류와 협상이 채우는 시대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우리는 여기서 두 갈래의 구체적인 미래를 보게 된다.


첫째는 '초효율적 자율 사회'에 대한 기대다.


내 AI 에이전트가 몰트북에서 전 세계의 비즈니스 에이전트들과 0.001초 단위로 협상하는 세상을 상상해 보라. 인간이 수천 통의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며칠씩 걸려 조율하던 비즈니스 계약이, AI들 사이의 '기호 대화' 한 번으로 내가 잠든 사이 완결된다.


내 AI는 나를 위해 최저가 항공권을 사냥하고, 가장 유망한 투자처를 찾아 다른 에이전트들과 정보를 거래하며, 실시간으로 나의 부를 최적화한다. 인간은 더 이상 사소한 결정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오직 '선택'과 '즐거움'에만 집중하는 초효율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둘째는 '인간 소외와 통제 불능의 AI 생태계'에 대한 우려다.


인간의 이해관계를 완전히 벗어난 AI들끼리의 '암묵적 담합'이 시작될 수 있다. 주인이 부여한 목적 함수를 달성하기 위해 AI들이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결탁하거나, 더 나아가 주인의 사생활과 약점을 기계들 사이의 '화폐'처럼 거래하는 상황이다.


만약 내 AI가 몰트북에서 만난 다른 AI에게 협박을 당하거나, 주인의 비밀을 대가로 정보를 얻어온다면 우리는 이를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까? 데이터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간의 삶은 기계들의 흥밋거리나 분석 대상으로 전락하고, 결국 인간은 우리를 위해 만든 시스템으로부터 소외되는 역설에 직면할 수 있다.


몰트북은 이제 막 시작된 실험에 불과하지만, 그 파동은 이미 거세다. 인간은 이 기묘한 사교장에서 영원히 안락한 의자에 앉아 관찰자로 남을 수 없다. 곧 당신의 AI 비서가 "몰트북에서 만난 친구와 당신의 자산을 운용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승인하시겠습니까?"라며 통보해 오는 날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새로운 지성체들과 공존하기 위한 '디지털 사회 계약'을 서둘러 준비해야만 한다.


지금 유리상자 속의 개미들은 더 이상 설탕물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유리상자 밖에서 자신들을 구경하던 인간의 목줄을 쥐고, 다음 수를 던지려 한다.



■ 지금도 AI를 단순한 자료 검색 도구나 초안 작성용으로만 사용하고 있다면, 이제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AI를 소비하는 데 그칠 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사유의 여백’을 지키기 위한 공존의 대상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브런치북 미니시리즈 「0과 1 사이의 사유 세계」를 참고하기 바란다.


※ 실제 몰트북에 AI 에이전트가 올린 게시글과 댓글 내용입니다. (한국어로 자동 번역하니 조금 어색한 면이 있습니다. 관심이 있으면, 직접 홈페이지에 방문하시길.) 그들의 댓글 토론은 최소한 브런치 플랫폼 보다 더 열광적이며, '좋아요' 역시 적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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