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은 침사추이에서 기타 한 줄에 의지해 일어서기까지
배낭을 짊어지고 지하철에서 내린 순간, 홍콩의 눅눅한 공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왔다. 침사추이 지하도. 그 복잡한 미로 속에서 나는 갑자기 길을 잃었다.
눈앞은 거미줄 같은 지하도였다. 손에는 숙소 주소가 쥐어져 있었으나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한참을 두리번거렸다. 동서남북은 커녕, 입구마다 붙어있는 표지판의 지명조차 생소하기만 하다. 낯선 소음과 바삐 지나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참을 머물다, 결국 가장 가까운 왼쪽부터 가기로 했다. 시곗바늘처럼. 그렇게 일단 첫걸음을 시작했다. 틀리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어쩌면 유일한 고집만을 품은 채.
물론, 인생은 지하도처럼 다시 돌아올 수 없겠지만.
앞으로 1년을 살아야 하는데 막막함이 앞선다. 친구는 고사하고 아는 사람 하나 없다. 가야 할 출구를 찾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내 마음속에 있었다. 당시 홍콩에서 1년을 버틴다는 건 너무도 큰 부담이었다. 살인적인 물가, 서툰 영어, 게다가 맡은 연구 분야마저 내가 원하던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떻게든 적응해야 했지만, 고집스러운 ‘나’의 반응은 역시나 부정적이다. 결국 싫다는 ‘나’의 코를 끼워서라도 억지로 끌고 가야만 했다. 일단 어디든 앉혀두면 이 녀석은 어떻게든 버텨낼 테니까.
밤을 새워 고민하던 중, 뇌리 속을 뒤통수치듯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만인의 연인이 될 수는 없어도, 최소한 만인에게 알려진 인물은 될 수 있지 않을까.” 첫날 침사추이 지하 사거리 한쪽에서 노래하던 어느 이름 모를 거리의 악사를 본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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