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코그래피: 안테나의 방향에 관하여
"교수님은 감성적이신가요, 아니면 센티멘탈한 분이신가요?"
"왜 그렇게 묻나요?"
"사실 제가 그 둘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서요."
우리는 흔히 눈시울이 붉어지거나 분위기에 쉽게 젖어드는 모습을 보고 '감성적'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또 어떤 이들은 예술을 하거나 창작하는 사람들을 보며 '센티멘탈하다'라고 하죠. 어쩌면 영어가 섞여 있어 조금 더 세련되어 보이기 때문일까요? 습관처럼 이 단어를 사용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둘을 제대로 구분하려면, 우리 내면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합니다.
분위기에 푹 젖어 있는 모습은 지금 이 순간을 오롯이 받아들이는 '감성'이라기보다, 특정한 감정 상태나 과거의 기억에 깊이 잠기는 '감상(Sentimental)', 즉 센티멘탈한 상태에 더 가깝습니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오롯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마음을 온전히, 흐트러짐 없이 쏟는 상태를 뜻하는 말입니다. "나는 오롯이 그대만을 위해 마음을 쏟는다"라고 하면, "내 마음을 남김없이, 온전히 그대에게 바친다"는 의미가 됩니다. 모든 마음을 다 쏟겠다는 전심(全心)의 뜻입니다.
감성은 바로 이렇게 마음을 전하는 힘과 맞닿아 있습니다. 반면 센티멘탈은 마음의 결을 느끼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애정을 곱씹는 내적 울림에 가깝습니다. 다시 말해, 감성은 전심의 방향이 외부 세계를 향해 있고, 센티멘탈은 그 마음을 자기 안에서 되새기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감성적인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건 단순히 눈물이 많거나 마음이 여린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그것은 세상을 향해 아주 세밀한 안테나를 활짝 펼쳐두고, 삶의 매 순간이 보내오는 신호들을 정교하게 포착하는 일에 더 가깝기 때문입니다.
본래 감성이란 특별한 사람들만 타고나는 재능이 아닙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니고 태어나는 보편적인 본성입니다. 갓 태어난 아이가 세상의 빛과 소리에 온몸으로 반응하듯, 우리 모두에게는 세상을 느끼고 해석하는 안테나가 기본적으로 내장되어 있습니다.
다만 자라나면서 그 안테나의 성능을 의심하게 되거나, 사용법을 잊어버려 녹슨 채로 살아갈 뿐입니다. 그러니 '감성적인 사람'이란 없던 능력을 새로 만든 사람이 아니라, 누구나 가진 이 안테나를 늘 깨끗하게 닦고 그 방향을 끊임없이 세상을 향해 맞추는 사람을 뜻합니다.
비 오는 날의 일상을 한번 떠올려 볼까요.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보며 센티멘탈한 사람은 대개 '기억'을 불러옵니다. 빗소리는 이내 그를 과거의 어느 갈림길로 데려가고, "그때 참 좋았는데"라거나 "그 시절의 나는 왜 그랬을까" 하며 이미 지나간 시간의 그림자를 붙잡게 만들지요.
반면, 감성적인 사람은 '현실'을 포착합니다. 유리창에 부딪히는 빗방울의 불규칙한 리듬, 비릿하면서도 싱그러운 흙 내음, 낮은 구름이 만들어낸 도시의 차분한 색감을 오감으로 읽어냅니다.
센티멘탈이 분위기에 취하는 일이라면, 감성은 세상의 질감을 온몸으로 만끽하는 일입니다.
이러한 태도의 차이는 인간관계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누군가 아픈 사연을 털어놓을 때, 센티멘탈한 사람은 상대의 슬픔에 쉽게 동화되어 함께 울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내 그 슬픔을 거울삼아 자신의 상처를 비추어 보곤 하죠. 눈물 끝에 "나도 그런 적이 있었지"라며 대화의 중심을 슬며시 자기 연민으로 옮겨오기도 합니다.
반면 감성적인 사람은 타인이 느끼는 감정의 층위를 헤아리고 그 깊이를 가늠하려 노력합니다. 이 슬픔이 상실에서 온 것인지, 억울함인지, 혹은 말로 다 못 할 고립감인지를 예민하게 읽어내어 묵묵히 그 곁을 지켜줍니다.
그래서 감성은 타인의 세계로 건너가는 튼튼한 다리가 되지만, 센티멘탈은 자칫 자기라는 섬 안에 갇혀버리는 핑계가 되기도 합니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요? 그리고 누가 당신의 곁에 있기를 바라나요?"
물론 두 성향 모두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센티멘탈한 사람은 인간미가 넘치고, 특유의 아련한 분위기로 삭막한 세상에 온기를 더해줍니다. 과거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때로 훌륭한 예술적 정취를 만들어내기도 하죠. 다만 감정이 판단보다 앞서 객관성을 잃거나, 과거라는 늪에 빠져 현재의 소중한 순간을 놓치기 쉽다는 점은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감성적인 사람은 뛰어난 공감 능력과 창의성으로 일상의 사소한 순간에서도 보석 같은 영감을 발견해 냅니다. 하지만 외부 자극을 지나치게 예민하게 받아들이다 보니 '감정의 과부하'를 겪기도 합니다. 결국 감성적인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잠재된 안테나를 기꺼이 세상을 향해 열고 삶을 더 입체적으로 사랑하겠다는 의지입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