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조직문화, 채용, 인재
AI가 당신의 자리를 대신할 겁니다.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이런 말에 불안해진 적이 있을 겁니다. 특히, 최근에는 '신입의 종말'이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초급 직무에 대한 채용이 확연히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글로벌 기술기업 IBM이 2026년 2월, AI로 대체하던 초급 직무의 채용을 오히려 3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1]
스탠포드 대학 연구에서 AI 노출 직종의 초급 인력 고용이 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바로 그 시점이었습니다. [2] IBM은 왜 정반대의 길을 택했을까요?
IBM의 최고인사책임자(CHRO) Nickle LaMoreaux는 직접 경험한 사실을 공유했습니다. AI로 초급 업무를 대체해봤더니, AI가 처리할 수 없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했다는 것입니다. [1]
비정형적 문제 해결, 고객과의 미묘한 상호작용, 맥락을 읽는 판단력. 이런 역량은 아무리 정교한 AI도 흉내 낼 수 없었습니다. IBM은 반복적인 코딩 업무를 AI에 맡기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고객 소통과 문제 해결에 집중하도록 직무를 재설계했습니다.
단순히 사람을 더 뽑은 게 아닙니다. 핵심은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역량, 즉 'AI 유창성(AI fluency)'을 갖춘 인재를 뽑기로 했다는 점입니다.
AI에 업무를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AI와 함께 일하는 능력이 채용 기준이 된 것입니다. Korn Ferry 보고서에 따르면 37%의 기업이 초급 직무를 AI로 대체할 계획입니다. [3] 하지만 이 전략에는 심각한 부작용이 따릅니다.
초급 인력 채용을 줄이면, 5~10년 뒤 중간 관리자가 부족해지는 '인재 파이프라인 공동화' 현상이 발생합니다. 장기적으로 인재 확보 비용이 급증하고, 조직 내 지식 전수 체계가 무너질 위험이 있는 것입니다.
IBM은 이 함정을 일찍 알아챘습니다. AI가 '전체 업무를 대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AI와 인간의 협업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초급 인력의 역할이 재조명되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 발표가 흥미로운 건, 채용 규모보다 조직 내부에 미치는 심리적 파급 효과 때문입니다.
AI 도입이 가속되는 시기에 '사람을 더 뽑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기존 구성원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보냅니다. '회사는 AI로 당신을 대체하려는 게 아니라, AI와 함께 일할 사람을 더 필요로 한다.'
이 메시지가 전달되면, 조직 안의 불안 수준이 눈에 띄게 낮아집니다. Edmondson(1999)은 이런 상태를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라 불렀습니다. [4] 구성원이 자기 자리가 안전하다고 느낄 때, 비로소 새로운 도구를 시도하고 실패를 감수할 여유가 생깁니다.
AI 도입기에 이 기반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기술을 도입해도 조직은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심리적 안전감이 확보되면 그 다음 단계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구성원들이 주어진 업무를 수동적으로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역할 범위와 방식을 스스로 재설계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Wrzesniewski & Dutton(2001)이 말한 잡 크래프팅(Job Crafting)이 바로 이것입니다. [5] IBM의 초급 엔지니어들이 반복 코딩 대신 고객 대응에 집중하게 된 것도, 위에서 시킨 것이 아니라 직무 재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난 변화입니다.
여기에 Z세대의 특성이 촉매 역할을 합니다. 입사 첫날부터 AI를 기본 도구로 쓰는 세대가 유입되면, 조직 전체의 AI 활용 기준이 올라갑니다. Dropbox, Cognizant 등이 Z세대 초급 채용을 확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6] 이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업무 방식이, 기존 구성원의 디지털 전환까지 자연스럽게 견인하고 있습니다.
IBM의 전략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들은 꽤 의미심장합니다.
UC 버클리 연구진 Ranganathan & Ye(2026)는 AI 도입 후 업무량이 줄지 않고 오히려 증가해, 번아웃 위험이 높아졌다고 보고했습니다. [7] AI가 업무를 덜어줄 거라는 기대와 정반대의 결과입니다.
TechCrunch(2026) 보도에 따르면, AI 도구를 적극 활용하는 숙련 개발자들이 19% 더 오래 일하지만 생산성은 고작 3%만 향상되었습니다. [8] AI를 가장 잘 쓰는 사람들이 오히려 가장 먼저 지쳐가고 있다는 역설입니다.
Kim & Lee(2024)의 연구에서는 AI 도입 초기, 직원의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이 정신 건강의 핵심 완충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9] '내가 AI를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심리적으로 건강하게 적응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결국 아직까지는 AI 자동화가 초급 인력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AI를 잘 다루는 사람의 가치가 더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IBM 사례에서 다른 기업이 주목할 전략은 명확합니다.
하나,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역할에 맞춰 직무를 재설계하고, AI 활용 능력을 갖춘 초급 인력을 적극 채용해야 합니다. 단순 업무 축소가 아닌 직무 가치 재창출에 집중할 때 장기 경쟁력이 확보됩니다.
둘, 대규모 채용은 심리적 안전감과 사회적 유대를 강화할 기회입니다. AI 도입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체계적인 멘토링과 온보딩 프로그램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셋, Z세대의 AI 친화적 역량을 조직 전반에 확산하기 위해 세대 간 협업 문화를 장려해야 합니다. 전 구성원 대상의 AI 활용 교육과 디지털 리터러시 투자는 혁신 속도를 높이는 핵심 열쇠입니다. AI 시대에 살아남는 조직은 AI를 가장 많이 도입한 곳이 아닙니다. AI와 사람의 역할을 가장 잘 설계한 곳입니다.
IBM의 CHRO인 Nickle LaMoreaux의 말이 떠오릅니다.
"3~5년 후 성공하는 기업은 지금 초급 채용에 투자하는 기업이 될것이다."
당신의 조직은 AI 시대의 인재 전략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References
[1] Fortune (2026.02.13). "Tech giant IBM tripling Gen Z entry-level hiring, rewriting jobs in AI era."
[2] Stanford University (2025.08). "AI exposure and entry-level employment trends."
[3] Korn Ferry (2025). "The risks of replacing entry-level jobs with AI." HR Executive.
[4] Edmondson, A. (1999). "Psychological Safety and Learning Behavior in Work Teams."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44(2), 350-383.
[5] Wrzesniewski, A., & Dutton, J.E. (2001). "Crafting a Job: Revisioning Employees as Active Crafters of Their Work." Academy of Management Review, 26(2), 179-201.
[6] Dropbox HR interview, Melanie Rosenwasser (2026). "Z세대 AI 숙련도와 조직 혁신."
[7] Ranganathan, A. & Ye, X.M. (2026). "AI Doesn't Reduce Work—It Intensifies It." Harvard Business Review.
[8] TechCrunch (2026.02.09). "The first signs of burnout are coming from the people who embrace AI the most."
[9] Kim, B.J. & Lee, J. (2024). "The mental health implications of artificial intelligence adoption."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 Communications, Na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