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1.17)
아빠는 요즘이 본인 인생의 전성기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자식들도 다 키워 무사히 독립시키고,
길었던 회사 생활을 은퇴해,
몇 년을 꾸준히 준비했던 가죽 공방을 조그맣게 열어
노년을 행복하게 보낼 준비에 설레어 하셨다.
그 와중에 예쁜 손녀까지 태어나
"할비, 할비" 하며 손잡고 산책하는 상상을 자주 얘기하시곤 했다.
엄마 역시 마찬가지셨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동생이 매주말마다 부모님께 저녁을 대접하려 들렸지만
"너 이렇게 해주는 건 고맙긴 한데,
형처럼 결혼하고 예쁜 손주 안겨주는 게 훨씬 더 큰 효도야."
말씀하셨던 엄마다.
(동생은 그 말에 조금 서운하기까지 했던 듯하다.)
그런 엄마 아빠가 요즘
내가 회사에 있는 날 '우리'의 치료 센터 방문 일에
운전기사를 자청하며 집으로 오고 있다.
(부모님 집에서 우리 집까지는 대중교통으로 1시간 정도,
우리 집에서 치료센터까지는 차로 20분 정도 거리이다.)
운전을 못 하는 와이프가
아기를 안고 힘들게 고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감사한 배려이자,
손주의 얼굴을 봐야 마음이 진정된다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마음 아픈 걱정이 묻어 있는 행동이다.
오늘은 아기가 센터 치료를 받는 동안 대기실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생각했었다는 아빠의 얘기를 들었다고
와이프가 전해주었다.
엄마 역시 며칠 밤 잠도 못 주무시고, 밥도 잘 못 드신 듯하다.
몸무게는 40kg 아래로 내려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는 엄마 아빠의 더할 나위 없는 효자에서
한순간에 삶의 의미까지 퇴색시키는 불효자가 되었다.
아기가 조금은 나아질 때까지 말씀드리지 말걸 그랬나.
내가 잘못 생각한 걸까.
요즘 이명으로 몸이 좋지 않으신 장모님께는,
어떻게 말씀드려야 하나.
나는 부모님들의 노후까지 행복하게 만들어 드릴 수 있는 사람인가.
그럴 역량은 되는 것일까.
책임질 수 있을까.
어떤 선택과 판단을 해야 하나.
우리 와이프, 아기, 엄마, 아빠...
모두 행복할 수는 없을까.
또다시
생각이 많아진다.
오늘,
잘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