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1.30)
이번 주말도 행복했다.
우리 아기는 웃음이 많고,
난 그 웃음이 쏟아지는 가을빛 같다.
온 마음을 다해 그 빛을 담았고
오래도록 머금으며 흠뻑 느낀 주말이었다.
아낌없이 행복했다.
우리 아기를 만난 이후로,
나는 이런 삶이 가슴 깊이 벅차오르고 감동적이다.
한순간도 변함없이. 앞으로도 틀림없이.
다만, 시간마다 불쑥 고개를 내미는 걱정들이 추가되었다.
이 삶을 오래도록 살기 위해서
우리 아이를 위한 고민을 멈출 수 없다.
이번 주 갔던 병원에서 가장 먼저 물어보았던 건 ABA 치료에 관한 내용이었다.
자폐 치료의 기본이라고 하는 ABA가 우리 아기에게 필요할까,
필요하다면 어느 정도의 수업 일수가 좋을까.
구체적인 질문들을 쏟아냈을 때 돌아온 답은 의외의 것이었다.
"ABA까진 아직 필요하지 않아 보이고, 오히려 놀이치료를 권해드립니다."
어제 갔던 치료센터에서 만난 감통 선생님의 의견도 결이 비슷했다.
"ABA는 우리보단 중증 아이들에게 맞을 것 같아요.
놀이치료를 추가하시는 건 너무 좋은 것 같고,
우리가 그렇게 수업을 받으면 좋아질 영역이 많아 보여요."
오늘 교회에서는 부장선생님꼐 상황을 공유드렸다.
교회 유아부의 부장님은 다름 아닌 우리가 다니는 어린이집의 원장님이다.
지금 어린이집의 인연이 감사하게도 이곳에서 시작된 이유이다.
"우리가 자폐 성향이 보이지만 아직 확진할 정도는 아니라고 얘기를 들었어요.
물론 제 입장에선 낙관적이기만 한 것이 우리에게 좋지 않은것 같아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고요.
다만, ABA보단 놀이치료를 추천해 주셔서 선생님의 생각이 궁금해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부장선생님(원장님)은 약간 미심쩍은 표정을 보이셨다. 적어도 내 느낌엔.
조금은 더 우리 아이의 어려움을 확신하는 듯해 보였고,
ABA적 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이미 굳히신 느낌이었다.
"우리가 본인이 하고자 하는 것이 안되면 우는 걸로 표현할 텐데, 그럴 땐 단호하게 대응하셔야 해요."
우리 아기를 바라보는 여러 가지 의견들이 들린다.
'자폐'라는 특수한 상황을 놓고 보는 사람들 각자의 견해가 보이고,
그 얘기들이 허공을 맴돌다 내 머리속을 휘젓고 지나가는 날들의 반복이다.
난 그 어지러움을 그저 참고만 해보고자 한다.
결국 우리 아기를 가장 걱정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는건 나랑 아내일 테니까.
우리의 판단을 믿어보기로 한다.
너무 고집스러지 않게.
그래서 결정된 루틴:
1주일에 언어치료 1회, 감통 2회, 놀이치료 1회.
ABA는 당분간 보류하기로 한다.
낙엽이 눈처럼 떨어지는 늦가을.
깊게 물든 그 빛깔과
어지럽게 널려 있는 모습들이
지금의 내 모습 같다.
그래도 잘 되겠지.
좋은 선택이겠지...
우리 아기, 내일도 많이 웃고
오래 웃을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