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이 자폐래요 33

(26.01.25)

by 우리 아빠


- 우리 : "베베가 쿵 하고 넘어졌어요."


어김없이 본인을 베베로 말하는 아기.


나 : 우리야, 너 이름은 뭐야?

우리 : 꼬! 우! 리!

나 : 그래! 넌 베베가 아니고 고우리야.

우리 : (따라 말한다.) 나는 베베가 아니고 고우리야.

나 : 우리는 몇 살?

우리 : 네 살!

나 : 그래, 그것도 맞았어! 그럼 뭐라고 얘기해야 돼 ?


이내 웃으며 대답하는 아기.


우리 : "우리가 쿵 하고 넘어졌어요."




- 최근까지도 밖에 나가면 엄마 아빠에게 안기려고만 하고

잘 걷지 않던 아기였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우리가 계속 걸었다.


나 : 우리야! 오늘은 안아 달라고도 안 하고 잘 걷네!

우리 : 우리가 씩씩하게 걸어!

나: 맞아! 우리 아기 지금 씩씩하게 걸어!!


손을 잡고 길거리를 걸으며

이번 봄에는 어쩌면 평화롭고 따뜻한 산책도 가능하려나

새로운 기대가 생겼다.


이마트에서 장을 보며

기특하게 내 손을 잡고 부지런히 걷는

허리 아래 빼꼼한 아기를 보면서


어쩌면 무사히 성장해 이렇게 손을잡고

같은 곳을 보고 걸으며

이런저런 생각들을 편안히 이야기할 수 있는

너무나도 꿈같은 날이


걱정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지금의 상황보다는 훨씬 선명하게

내 삶에 내려앉을 수도 있겠다는


그런 큼지막한 설렘을

흠뻑 느꼈던 오늘.




- 낮잠을 쿨하게 패스한 우리가

밤에는 조금 더 일찍 잠들지 않을까 싶었지만

오히려 잠들기 전 텐션이 더 좋아진 아기.


그리고 어김없이 나타나는 지연 반향어.

(그래도 책을 없앤 이후로 많이 줄어들었다.)


나 : 우리야! 안 졸려?

우리 : 안 졸려!

나 : 우리가 빨리 자야 엄마 아빠도 둘이 놀 수 있는데!

우리 : 으에에에에에이!! (화를 낸다.)


그리고선 작게 들리는 한마디


우리 : 아빠 나빠. 아빠 나가.


미안해졌다.

우리 아기, 다 알아듣고 있었구나.


나: 아빠가 미안해. 아빠 진짜 나가?

우리 : 아빠 빠빠이.


그래. 빠빠이.


우리 아기,

이번 주말도 행복하게 지내줘서

많이 웃어줘서


고마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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