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1.22)
매일 아침 출근길.
나는 7시에 집을 나서고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강변역으로 향하는 광역버스를 탄다.
그 시간이 7시5분.
그 버스를 타면
30분 정도 후 강변역에 도착하고,
지하철 2호선으로 갈아타 삼성역에서 하차,
회사에는 8시쯤 도착하게 된다.
하지만 지난 월요일은
회사로 향하는 여정에 첫 시작인
광역버스를 놓쳤다.
시간은 맞춰 나갔지만
바로 내 앞에서 버스 좌석이 모두 차버린 것이다.
내 앞 사람보다
조금만 더 일찍 왔다면
놓치지 않았을 출근길의 첫 시작.
이 시점부터는 선택을 해야 한다.
1. 지금 이 버스정류장에서 다음 광역버스를 기다리기.
2.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경춘선 지하철로 출근하기.
3. 그 지하철 역 근처 잠실로 바로 가는 또 다른 광역버스 타기.
-1번을 선택할 경우
다음 버스 시간은 7시25분.
사람들의 출근 시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때다.
우리 동네에서 강변역으로 향하는 마지막 정류장인 이곳은
앞 정류장에서 사람들이 버스를 가득 채우면
‘잔여 좌석 0’이라는 전광판을
무심히 바라보며 또다시 버스를 떠나보내야 한다.
날씨는 너무 추웠고,
다음 버스를 놓친다면 그 다음은 7시 42분.
더욱 사람이 몰릴 시간이다.
그래서 이 선택은 포기하기로 했다.
-2번과 3번 사이에서
지하철역 근처에서 타는 광역버스는
배차 시간이 조금 더 짧아 좌석의 여유가 있는 편이다.
1번의 상황처럼 밖에서 오래 기다릴 위험도 적다.
2번 역시 이 점은 비슷하지만,
배차 간격이 길어 지하철을 한 번 놓쳤을 때의 타격이 크다.
집 앞 정류장에서 지하철역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
다음 지하철은 앞으로 15분 뒤 도착.
서두르면 충분히 맞출 수 있지만
변수는 두 번이나 건너야 하는 신호등.
안전하게 3번을 선택해야 할까.
빠르게 머리를 굴리고 있던 찰나,
갑자기 배가 아파왔다.
급박한 상황까지 치닫는 고통은 아니었지만,
“너 좀 긴장해.”
“나 언제 심각해질지 몰라.”
그렇게 얕고 간헐적인 복통이
슬며시 올라왔다.
‘아, 어제 아이스크림 먹고 자서 그런가.’
그래서 생긴
3번을 선택했을 때의 위험성.
잠실로 가는 버스 안,
차가 꽉 막혀 예상보다 훨씬 늦게 도착한다면.
그 와중에 슬슬 아프던 배가
사이렌처럼 울리며
온몸을 비틀게 하는 고통으로
악랄하게 변해버린다면.
.
.
.
2번을 선택하기로 한다.
어젯밤 내린 눈으로 하얗게 변해버린 거리를
조심조심, 하지만 느긋하지 않게 걸어갔다.
다행히 지하철은 무사히 탈 수 있었고
회사에도 잘 도착했지만,
시간은 8시30분.
평소보다 30분이나 늦어버렸다.
만약 내가 1분만 더 일찍 집을 나와
내 앞사람보다 먼저 줄을 섰다면
집 앞 정류장 광역버스를 무사히 탈 수 있었을 텐데.
그랬다면
무려 30분을 절약할 수 있었네.
그 1분으로
30분이 변해버렸다.
그리고 그 30분을 위해
나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선택했다.
변수들을 헤아리고
최선을 다해 결정했지만,
회사에 가장 먼저 도착할 수 있는 시간에는
결국 닿지 못했다.
너무 과장일 수도 있지만,
나는 이게 요즘 내 삶 같다.
온 힘을 다해 선택하지만
뜻하지 않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열과 성을 다해 고민하며
이리저리 헤매는 상태.
하지만 결국 도착할
내 인생의 끝.
결국엔 이루고 싶은 나의 삶.
그냥 그런 생각들이
불연듯 떠올랐다.
그리고
나의 모습,
우리 아기의 웃음이 스쳐 지나갔다.
30분정도 늦으면 어때.
도달할 수만 있다면.
그래.
잘 선택해보자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