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가불(假拂)

by 직진언니
핀터레스트




2026년 2월 1일 8:56am






일요일은 토요일에 비해 무언가 부채감이 조금은 느껴지는 요일이다. 토요일은 주중의 책임과 스트레스를 던져버리고, 하루 더 남아있는 휴일을 생각하며 온전히 나를 풀어놓을 수 있는 요일이다. 일요일이 있으니 주말 동안 해야 할 일은 대체적으로 일요일까지 미뤄두기 마련이다.



TV도 보고 새롭게 시작하는 넷플릭스 시리즈도 정주행하고 낮잠도 자고 책도 읽는다. 나에게 토요일은 '해야 할 일'이 없는 유일한 요일이다. 그렇게 자유로운 토요일을 지내고 일요일을 맞이하면 은근히 쌓여있는 '해야 할 일'을 마주하게 되면서 조금은 후회한다. 어제 조금 해둘걸.



조삼모사가 이 상황에 어울리는 말인지는 모르겠다. 토요일에 0개, 일요일에 3개를 하나 토요일에 2개, 일요일에 1개의 숙제를 하나 똑같은데 받아들이는 마음은 다르다. 온전히 휴식할 수 있는 하루와 의무가 있는 하루, 혹은 적당한 의무와 휴식이 섞인 2일의 휴일 중 무엇이 더 좋을까. 정답은 없다.



젊어 고생은 사서 한다는 말이 있다. 노년에 심신이 평화롭고 싶다면 젊은 나이에 부지런히 움직이라는 말일 것이다. 마치 인생 고생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이야기 같다. 돌이켜보건대 나의 10-30대는 40대보다 치열했고 지금은 이전보다 비교하지 못할 만큼 편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고 보면 인생은 가불(假拂) 인 것 같다. 고생을 미리 받아 겪으면 후에 받을 고생이 줄어들 테고, 반대로 안락을 미리 가불 받으면 후에 누릴 평화가 줄어들 것이다. 고진감래(苦盡甘來), 선고후락(先苦後樂)과 같은 고사성어만 봐도 옛말 틀린 게 하나 없다.



어쩌면 적당한 의무와 휴식이 섞인 2일의 주말이 정답인지도 모르겠다. 다음 주 토요일엔 숙제를 조금은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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