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14일 11:55am
여름휴가로 어디를 갈까. 매년 즐거운 고민을 한다. 그런데 '즐거운'이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다. 여름휴가는 나게엔 또 다른 '고민'으로 다가온다.
보통 대게는 '여름휴가는 해외여행'이라는 공식으로 인식되어 있다. 코로나 이전까지는 나 또한 그랬던 것 같다. 가까운 나라, 먼 나라 구분 없이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주어지면 어디든 나가려고 했었다. 없는 돈과 시간을 쪼개 쓰며 해외여행을 가려고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돈과 시간이 있어도 해외여행이 매력적으로 다가오지가 않는다.
곰곰이 생각해 봤다. 왜 여행은 나에게 매력을 상실했을까?
사실 업무적으로 장거리, 단거리 할 것 없이 출장을 많이 다녔기에 더 이상 '해외'라는 것에 대한 설렘이 없다. 대부분은 공항을 생각하면 기분이 들뜬다고 하는데, 나에게 공항은 그저 북적거리는 긴 대기 줄을 이겨내야 하는 공간으로 전락했다. 유럽, 미주, 아시아 등 새로운 지역의 풍광이 더 이상 '새롭다'로 다가오지가 않는다. 신선함이 줄어들게 되니 더 이상 여행이 당기지가 않는다. 계속 단맛을 먹다 보니 단 맛이 물리는 것과 비슷하다.
40대의 싱글이면 이제는 같이 여행 갈 친구가 거의 없다. 모두 아이를 키우느라 바쁜 친구들이 대부분이라 나의 여행은 언제나 혼자다. 나는 혼자가 가장 편한 성향이기 때문에 혼자 여행 자체는 항상 좋았다. 내 마음대로 일정을 짜고, 여행지에서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오롯이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혼자 여행하는 것이 조금 심심해졌다. 외롭다고 해야 할까, 함께 공감할 누군가가 없으니 살짝 김빠진 콜라를 마시는 느낌이다.
짧게는 2-3시간, 길게는 10시간이 넘는 비행을 해야 하고, '쉼'이 아니라 계속 보고 걷고 활동해야 하는 해외여행이 어느 순간 '휴가'가 아니라 여름 훈련 캠프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해외에서도 그냥 늘어지게 쉬어도 될 텐데, 가성비를 생각하면 그건 낭비다. 그냥 쉴 것이면 집에서 쉬는 것이 제일 편할 텐데, 돈 쓰고 시간 써서 힘들게 도착한 여행지에서 여유롭게, 한가하게 쉰다는 건 내 기준엔 용납되지 않는다. 의미와 목적을 추구하는 이놈의 성격 탓에 여행지에서의 일정은 언제나 촘촘하게, 꼭 달성해야 하는 미션이 된다.
이런저런 이유들을 생각해 보니 결론은 '가성비'가 떨어져서가 가장 궁극적인 원인인 것 같다. 일 년 중 가장 많은 시간과 돈을 할애하는 휴가인데, 새로움도 재미도 떨어졌다. 국내 여행도 다를 바가 없다. 더군다나 독서에 몰입하면서 시간과 공간, 그리고 생각의 여행을 한계 없이 다니다 보니 이것만큼 훌륭한 여행이 없다. 그러면서 나의 삶은 한층 더 단출하고 단순해졌다. 쌓여있는 마일리지를 써야 하는 미션이 남았기에 언젠가는 또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가겠지만 당분간은 가성비가 떨어지는 여행은 잠시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