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인연

by 직진언니
_ (10).jpeg 핀터레스트




2026년 2월 16일 9:36am




얼마 전 오랜만에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 고민들, 특별할 것 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통화가 무르익어갈 무렵 친구가 함께 친한 친구의 이야기를 꺼냈다. 요즘 그 친구와 연락을 하고 지내는지.


이야기는 이러했다. 우리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단체 대화방이 있는데 지난겨울 보냈던 메시지를 그 친구만 아직도 확인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그런 사실조차 몰랐지만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 그 친구의 성향도 있거니와 어딘가 모르게 우리와는 묘하게 다른 결을 갖고 있는 친구였다. 개별적으로 했던 연락은 받았지만 단체 대화방은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에 친구는 꾀나 상처를 받았던 것 같다. 짐작건대 그 친구는 우리와 거리를 두는 것이다. 손절까지는 아니지만 결이 맞지 않는 친구들에게 굳이 에너지를 소비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싶다.


나 또한 그런 친구들이 있다. 말 그대로 조용한 손절을 한 사람도 있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인연을 이어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기에 그 친구의 행동이 충격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모두가 서로에게 잘 맞는 인연은 아닌 것을 알기에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진다.


초등학생 때에는 나의 단짝 친구가 다른 친구와 친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질투도 하고, 멀어지는 친구를 보며 상처도 받고, 그런 유년기가 있었다. 나이를 먹어가며 삶에 대한 통찰이 하나씩 쌓이다 보니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기도 하고, 멀어졌다가 가까워지기도 하는 인연에 그리 연연하지 않게 되었다. 관계란 그런 게 아닐까. 뜨거워지기도, 차가워지기도 하는 계절, 밀물과 썰물 같은 들어오기도 나가기도 하는 물결. 영원한 것도 없지만 영원하지 않은 것도 없이 반복되는 것. 어쩌면 그 친구도 다시금 뜨거운 계절과, 밀물이 되어 다시금 우리 곁으로 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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