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식하면, 마음도 부어요

by 틈새

직장 스트레스를 견디고 또 견디다가 결국 다시 폭식을 시작했다. 한참을 참고, 넘기고, 괜찮은 척했지만 사실은 계속 쌓이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지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왜인지 모를 눈치를 살피며 나라는 사람을 계속 줄이고 또 줄였다. 몰랐는데, 나는 자존심이 그렇게도 퍽 상했던 것이었다. 그 마음의 벼랑 끝에서 음식 앞에 앉아 있었다.

씹고 삼키며 울컥했고, 무언가를 삼킨 건지 삼켜지지 않은 감정이 목에 걸린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폭식을 하고 나면, 속이 더부룩하다. 몸이 붓고, 마음도 붓는다. 몸은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지만, 마음은 며칠씩 그대로 땡땡 부어 있다. 마음을 쓰는 일이 생길 때마다 부은 자리가 스치듯 아프다. 폭식을 하고 나서 오는 붓기가 있다. 붓는 건 몸만이 아니다. 마음이 땡땡 붓는다.


그제서야 후회가 밀려오지만 알고 있다. 후회해도 나는 또 언젠가 음식으로 허기를 풀려 하겠지. 그러니까 알아차려야 한다. 폭식할 때, 나는 지금 슬프고, 외롭고, 처절하다고. 이런 나를 내가 알아줘야 한다. 달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음식 말고, 다른 온기로. 글로, 숨으로, 작은 산책이나 나를 생각해주는 누군가의 문장으로.


후회가 밀려올 때 필요한 건 다신 그러지 말자는 다짐이 아니다. 나, 그 정도로 많이 지쳤구나—하는 위로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버텼다는 기록이다. 비틀거리긴 해도, 살아냈다는 증거다. 아마 또 폭식하겠지. 다신 안 그러진 못할 거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다르게 알아차릴 수 있기를 바란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그렇게까지 애쓴 날이었다는 걸. 어설프고 엉망이어도 살아남은 하루였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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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