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과 우박 사이

by 틈새

벚꽃이랑 우박이 같이 날린다. 이상한 4월이다. 그런 4월만큼 이상한건 우리집이다. 우리집엔 기독교인은 엄마 1명인데 3명이 함께 교회를 갔다가 식사를 하는 요상한 일요일 아침 루틴이 있다. 늘 가기 싫었지만 맛있는걸 먹으니 참았건만, 오늘은 겸사겸사 가기 싫었는데 건강식을 먹는다 하니 더욱 더 가기가 싫었다.


“교회 안 가!”


문을 쾅 닫았다. 엄마는 식겁했다. 내가 차도로 내리는 줄 알고. 나는 사실 그냥 내가 처한 상황에게 화났던 거다. 내가 정할 수 있는 게 없는 삶. 학교도, 교회도… 정말 엉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나는 늘 엉망을 견디지 못해서 스스로를 갉아먹는 짠한 인물이었다.


혼자 여기 저기 배회하며 무언가를 계속해서 그저 미친듯이 먹고 있을 때 즈음 엄마가 카톡을 보냈다. 꽤 길었다. 사과와 위로와 “온라인 예배 권고”까지. 미안하지만, 예배는 정말 드릴 기분이 아니라 무시했다. 아무튼 사과할 사람은 나인데 사과를 받으니 더 미안했다. 학교에서는 찍소리도 못내는건 아니지만 찍찍소리 정도만 내면서, 집에서는 꽥꽥대는 내가 좀 우습고, 좀 미안했다. 눈물이 날 정도로. 눈물과는 별개로 결국 교회는 안갔다. 대신 폭식하다가, 책을 읽었다. 그리고 요즘 나의 가장 친한 친구로 자리매김하는 중인 Y를 만났다. 그러나 그중 어떤 것도 나를 완전히 온전히 위로하지는 못했다.


그날 밤, 엄마랑 대화를 했다. 참 엉뚱하게도 그게 오히려오늘의 위안이었다. 아침에 나랑 싸운 중년의 여성이, 저녁엔 내게 위안이 된다는게 꼭 4월에 벚꽃과 우박이 날리는 일과도 같구나 싶었다. 어떤 날은 폭식, 어떤 날은 책, 어떤 날은 사람. 그 위안은 날마다 다르다. 그리고 오늘은 엄마다. 그런데 인생은 늘 그런 식이었다. 기대하지 못한 곳에서 도움이 온다. 하, 월요일이 온다. 아오. 덤벼라. 기대하지 못한 월요일에 도움이 올지도 모른다. 기대하지 못한 4월의 우박이 벚꽃을 적셨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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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