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학교 일로 고생하는 딸이 안쓰러우셨는지, 평소 그렇게도 싫어하던 요리를 하셨다. 메뉴는 소금빵 샌드위치.
상담을 마치고 허겁지겁 먹은 샌드위치가 어찌나 맛있던지. 빵 안에 들어 있던 달걀과 약간의 마요네즈는 고단한 하루를 잠시 잊게 해줬다. 그러나 내가 먹은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청포도를 디저트로 먹기도 했지만, 식사 시간이 지나서는 내 손톱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내가 나를 갉아먹는 방식. 아무도 모르게, 아주 조용히, 아무도 상처 받지 않는 방식.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손끝이 욱신거리고, 그 아픔이 마음 끝까지 퍼져나간다.
일을 하지 않는 일요일보다 일을 하는 월요일이 이상하게 더 마음이 나은 것을 의아해하며 출근을 하던 어느 날, 나는 문득 생각했다. 나는 왜 손톱을 뜯을까. 왜 하필 내 몸의 일부를, 그것도 가장 자주 쓰는 손을 상처내며 위안을 얻을까. 손톱이 아프면, 마음이 덜 아프기라도 한 걸까. 생각보다 깊게 파였다. 살점 가까이 닿았는지, 따끔한 통증이 올라왔다. 아프면서도 시원했다. 시원하면서도 더 아팠다.
그러다 문득 멈췄다. 이건 내가 원하는 해결 방식이 아니란걸, 나도 안다. 나도 안다, 라는 걸 알면서도 왜 멈추지 못할까. 그만둬야지, 하면서도 어느새 또 뜯고 있다.
‘그만’이라는 말에는 여러 뜻이 있다. 이쯤에서 멈춘다는 뜻. 혹은 끝이라는 뜻. 어쩌면, 너무 힘들다는 말일 수도 있다. 그만. 진짜 그만하고 싶다. 하지만 내가 진짜 그만하고 싶은 건 손톱을 뜯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걸 하게 만든 마음이다. 말하지 못한 마음, 받아들여지지 않은 감정, 눈치 보느라 꾹꾹 눌러 담은 속내들. 손톱을 뜯을 때마다 내가 갉아먹는 건 사실 손톱이 아니라 내가 가진 ‘감당하지 못한 감정’이다. 불안, 두려움, 외로움, 그리고 억울함.
그래서 이제는, 그 감정을 먼저 바라보기로 했다. 손톱이 아니라 마음을 먼저 다듬어보기로 했다. 아프기 전에 멈추는 연습. 상처 내지 않고도 표현할 수 있는 방법. 오늘도 손끝이 시큰하다. 그러나 마음은 조금 덜 욱신거린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는 나를 덜 갉아먹는 사람이 되고 싶다.
손끝에 남은 잔여물들을 바라보며 나는 무언가를 실감했다. 내 피곤, 내 무력감, 그리고 말로 다 하지 못한 감정들까지도 씹어 삼켰다. 그 모든 것들이 내 입을 거쳐 몸속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나는 결국 상담을 신청했다. 손톱이 먼저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이제 나 좀 돌봐줘.”
학생들의 삶을 듣고 품기 위해선, 나의 삶도 안전해야 하니까. 예산을 도저히 주지를 않는 내 부서는 포기하고 먼저 도와주고 싶다는 쪽지를 보내주신 다른 부서의 부장 선생님께 도움을 청했다. 조심스럽게 사정을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사주시겠다고 하셨다… 처음받아보는 승낙. 현재 부서에서는 내가 입만 열면 거의 다 거절인데…세상은 아직 그래도 살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손끝이 아프다. 하지만 마음만큼은 조금 덜 아프다. 손톱에 걸린 마음이 조금씩 내려앉는다. 나는 오늘도 나를 조금씩 돌본다. 다음에는 손톱이 아닌 내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기를. 상처내기 전에 다정하게 손을 잡아주기를. 그렇게, 내가 나를 미워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