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수천 수백만 가지의 나쁜 것들, 나쁜 행동들, 나쁜 일들을 보게 되는 것 같다. 점점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게 된다는 것이 짧은 인생을 살았음에도 조금은 이해가 가는 것 같다. 악한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악해지는 것일까. 악한 놈이 악한 세상을 만드는 것일까. 정직하게 살면 바보가 되는 세상. 정직한 삶은 뜬구름을 잡는 어린아이의 바람인지도 모르겠다.
B라는 공식 파트너사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앞으로 전국 총판을 맡아 A파트너사와 같이 우리의 영업활동을 도와줄 것이라 한다. 어디 한 두 군데 사이트를 맡기는 대리점도 아니고 전국 총판을 맡아줄 파트너사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면 파트너사를 선정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으로 1) 영업력이 있는지 2) 어느 정도 시장에 자리 잡았는지 3) 재무상태는 어떤지 4) 인원은 몇 명인지는 알아야 하지 않나 싶다. 파트너사를 선정해 보거나 검토해보는 프로세스를 내가 몰라서 그런 걸까? 한 사람의 통보로 뚝딱 공식 파트너사 하나가 세워졌다.
B라는 공식 파트너사는 우리 회사 팀장 한 명의 요청과 어필로 인해 파트너사가 되었다. 아주 엄청난 권한을 소유했나 보다. 자세한 검토도 없이 넙죽 우리 제품 총판권이 B파트너사에게 주어졌다. B파트너사는 보름이 지났지만 아직 사업자등록증도 제출하지 않고 있다. 재무상태? 모른다. 회계 상태? 모른다. 비딩(bidding)을 진행했나? 안 했다. 알고 봤더니 대표와 팀장이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서로 얘기를 해서 자회사 하나를 창업 지원받아서 설립한 것 같다. 6개월 된 회사다. 팀장은 HQ에 '대표자가 같고, 같은 회사다'라고 구매팀과 사업팀에 얘기를 해놓은 것 같다. 그렇게 다들 알고 있었다. 찾아봤더니 대표자명이 다르다^^...(이것도 그냥 찾으려면 안 나오더라) 왜 사업자등록증을 바로 안 줬을까 이해가 갈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정말 정말 우연의 일치일지도 모르겠지만 김이박최도 아닌데 팀장과 대표자 성씨가 같다. 냄새가 난다. 많이 난다. 손만 뻗으면 꼬리가 잡힐 것 같다. 팀장 주머니에 얼마나 꽂혀들어가는지, 배임, 횡령은 아닐지 아주 의심이 간다.
신경 쓰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하면서 어김없이 일해오고 있다. 거래처들을 늘려나가며 계약을 따내고, A 파트너사와 같이 사업을 확대해가고 있는데 팀장한테 연락이 온다.
'A가 해주는 것도 없는데 너무 날로 먹는 것 같다. B가 몸집이 작고 아직 A와 경쟁이 안되니까 B를 키울 거다. 앞으로는 B 하고만 계약을 따라.', 'A는 채찍질이 좀 필요하다.'
라고 한다. 말만 듣고 보면 맞는 말 같지만 이직한 이레로 팀장이 A파트너사를 칭찬한 건 본 적이 없다. 같이 일하면서 그들의 수고와 노력들, 성과들을 봐왔음에도 HQ에 A를 이간질하는 모습만 자주 보였을 뿐이다. 그의 인식이 이렇게 박힌 나에게는 B파트너사에 일감 몰아주기, 자기 실속 채우기로 밖에 안 보인다.
엄밀히 따지면 내가 하고 있는 업무는 A도, B도 적극적이진 않았다. 내가 따온 거래처들에 대해서 '지원' 정도의 역할이 있었다. B를 데려온 명분이 A의 영업력에 채찍질을 가함이라면,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내가 따온 거래처들을 B에게 몰아줘야 한다면..
그냥 HQ다이렉트로 거래를 맺거나, A와 B 모두에게 거래처를 따오라고 지시하고 관리하려고 한다.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善)의 방법과 방식을 찾기 위해 지혜를 구해야 할 것 같다. 정직하고 바르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점점 어려워진다. 중심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 힘들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