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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약 Oct 22. 2023

수유 단상

아이에게 젖을 물린다. 요즘 시대에 대세는 아닌 줄로 안다. 굳이 젖을 물리는 이유는 몇 가지 있다. 당연히 아기의 배를 채우기 위함이다. 더불어 아기의 안정과 애착을 바람이다. 여기까지는 아기를 위하는 마음... 그러나 단지 아기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모유수유는 나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설거지를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 외출 시 이것저것 챙길 필요도 없다. 세세하게 물 온도를 맞추거나 양을 체크하지 않고도 하루를 잘 보낸다. 아기가 울어재낄 때도 이만한 대처방법이 없다. 가장 탁월하게 아이를 온순히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더불어 딱딱해지는 나의 가슴도 풀어주는 고마운 의식이다. 물론 애초에 아기가 없다면 수유를 할 필요도 가슴이 딱딱해질 일도 없겠으나... (즉 희생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것은 맞다.) 하지만 이제는 뭐 상호 도움을 주는 고마운 관계이자 시간이다. 우주정거장과 위성의 만남처럼(?) 정교하게 맞물린다. 누구보다 유능한 마사지사의 솜씨다. 거의 뭉친 어깨를 시원하게 풀어주는 느낌이다. 아기는 젖을 먹고 무럭무럭 자란다. 작은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엄마의 가슴을 조몰락거린다. 귀엽고 사랑스런 얼굴로 작은 땀을 흘리다 새근새근 먹고 편안히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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