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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약 Oct 22. 2023

팬티를 어떻게 입니

아이를 키운다는 건 크게 보면 사회화를 시키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혼자선 아무것도 못하던 핏덩이를 먹이고 언어를 가르치고 예절을 알려주며, 독립할 수 있는 하나의 인간으로 성장시키는 것...


물론 아이는 적당하고 알맞은 안전한 환경이라면 스스로 잘 자라날 테다. 그러나 가끔은 확실히 친절한 양육자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이런 것까지 엄마가 가르쳐줘야 하나 싶은 걸 가르쳐줘야 한다고 느낀다.


예를 들어 첫째의 4살 땐 이런 일이 있었다. 아이는 포도를 먹을 때마다 매번 껍질을 까달라고 했다. 그래서 포도 껍질을 따로 손으로 벗기지 않고도 입으로 먹을 수 있는 법을 알려주었다. 


1) 포도를 송이에서 똑 따서 동그란 모양이 있는 쪽을 입에 댄다. 

2) 알을 살짝 깨물어서 쏙 빨아들여 껍질 안에 있는 과육을 뺀다. 

3) 입에서 오물오물 씹어 과육과 씨를 분리한 후 씨를 입으로 퉤 뱉어낸다.


너무 당연한 것 같지만 이것도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이 포도 특훈이 있은 후에 아이는 스스로 포도를 따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5살이 되어서는 이러했다. 아이는 이제 많이 커서 옷도 제법 스스로 잘 입을 수 있었다. 그런데 가끔 옷의 앞뒤를 반대로 입었다. 특히나 유독 팬티를 잘못 입었다. 하필 팬티는 잘못 입은 게 티도 많이 났다. 엉덩이로 가야 할 넓적한 부분이 앞으로 오고 좁은 앞부분이 뒤로 가니, 본의 아니게 티팬티가 되어 입은 사람도 보는 사람도(?) 불편했다. 그래서 나는 앞뒤 구분을 어려워하는 아이에게 넓은 쪽이 엉덩이로 가게 입으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런데 그 넓이 차이가 미묘해서 헷갈렸는지 아이는 도통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여러 팬티를 관찰하여, 리본이 있는 부분이 팬티의 앞부분이라 알려주었다. 그랬더니 아이가 그 이후로는 절대 헷갈리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아침, 아이는 등원 준비를 하다가 혼자 갸우뚱갸우뚱 낑낑 대고 있었다. 나는 아이가 늑장을 부리는 줄 알고 화를 내려다가 참고 왜 그러냐 물어봤더니 아이가 말했다. "엄마, 이 팬티에는 리본이 없어서 어디가 앞인지 모르겠어." 그때 알았다. 아직 이 교육이란 게 완성된 게 아니었구나. 나는 팬티에 리본이 없다면 보통, 작은 그림이 있는 쪽이 앞이라 알려주었다. 그제야 아이는 확실히 알았다면서 깨달음의 미소를 지었고 등원 준비를 신나게 스스로 마저 하였다.


이렇다. 자기 속옷의 앞뒤를 알아서 스스로 입는 것, 너무나 당연할 줄 알았던 이러한 것들도 사실은 당연한 게 아니었다. 인간은 하나하나 자세히 알려주는 누군가 덕분에 이런 것을 잘할 줄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그렇다. 숟가락 사용하기, 컵에 물을 따라 마시기, 신발의 오른쪽과 왼쪽을 정확하게 신기도 그러하다. 또 자기 이름 쓰기,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배려하기까지, 아직 응용이 안 되는 아이에게 하나하나 알려주고 가르쳐주는 것은 양육자의 커다란 노고 덕인 것이다. 나는 또 새삼 엄마의 자리를 느꼈다. 나란 사람의 소중함과 대단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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