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어린이날을 맞아 맥포머스 자석블록을 샀다. 놀이동산 테마 풀세트로 구성하니 30만 원이 넘었다. 생일이며, 크리스마스며 모든 선물 받는 날을 통틀어 이제까지 산 장난감 중 가장 비싼 아이템이었다. 인스타와 맘카페를 둘러보니 아이 교육에 관심 좀 있는 엄마들은 요런 자석교구를 하나쯤은 사준다고 했다. 쬐금 무리이긴 했지만, 그래도 최대한 상품권 싸게 사기 신공으로 저렴하게 구입했다.(고 생각한다.)
배송된 상자를 보니 부피가 엄청났다. '나는 우리 아이를 위해 이런 장난감 정도 사줄 수 있는 멋진 엄마야' 자랑하고 싶어서 스토리도 하나 올렸다. 아이 아빠도 '나 어릴 때 이런 과학상자 비슷한 거 정말 갖고 싶었는데..' 하면서 잘 샀다고 했다. 뿌듯했다.
여행지에서 아이에게 깜짝 선물로 건넸다. 커다란 상자를 보자 아이는 놀라고 기뻐했다. 그날 우리는 신나게 자석 놀이를 했다. 역시 뭐든지 비싼 값을 하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잘 샀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대했다. 매일 유치원이 끝난 아이가 집에 달려와 스스로 자석 블록을 꺼내 맞추며 엄마랑 뚝딱뚝딱 만들고 즐거워 하기를... 그러나, 지난 6개월 동안 이 자석 블록은 밖으로 채 10번도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단 한 번도 먼저 꺼내오지 않았다...)
며칠 전, 아이와 나는 정말 크게 웃었다. 아이가 블록으로 만든 것을 내가 몸으로 따라 하는 놀이를 했는데, 신이 난 아이가 숨이 넘어갈 듯 깔깔깔 웃어 재낀 것이다. 놀이 방법은 단순했다. 아이가 블록으로 어떤 표정을 만들면 내가 조금 과장해서 웃긴 표정을 지었고 그때 꽥이나 힛 따위의 큰 소리를 내주었다. 그러니 이 별것 아닌 놀이에 아이는 웃겨서 데굴데굴 굴렀다. 그리고 말했다. "하하하! 엄마 오늘 진짜 재미있어! 하하하~ 엄마 우리 내일 또 이렇게 놀자~~"
아이의 말에 나는 생각했다. 이 블록은 삐까뻔쩍한 게 아니라, 예전에 어떤 책을 사고 받은 작은 사은품 나무 블록일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대단한 활동을 한 게 아니라 그저 아이의 눈을 보고 최대한 유치하게 아이처럼 행동한 것뿐이었다.
놀이와 소통의 본질에 대해 생각했다. 아이의 진짜 즐거움과 행복을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 이렇게 작은 일로 해맑게 웃어주는 아이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그리고 이 시간이 오~~랫동안 이어지길 바라고 바랐다. (사춘기에도 제발 엄마 귀 쪼물락 쪼물락 하면서 얼굴에 뽀뽀세례 퍼부어줘~ 문 쾅 닫고 들어가지 마~~~)
(당연히, 오늘의 결론이 맥포머스 무용론은 전혀 아니다. 자석블록은 엄빠가 해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언젠가 아이도(?) 우리만큼 좋아해 주리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