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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담 Sep 05. 2023

도서관이 좋다

행복은 가까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책을 대여하여 읽기보다는 소장하는 것을 선호한다. 대출 기한을 지켜 읽어야 하는 부담감 이면에는 내 책을 갖고 싶은 소유욕도 크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에 와 닿은 문구에 밑줄을 그었다가 예쁜 글씨로 다시 여백에 필사하기도 하고, 다시 보고 싶을 때 쉽게 찾고 싶어서 귀퉁이를 접어놓기도 한다. 여기저기 형광펜으로 긋고 여백에 그 때의 내 감상이며 하고 싶은 말을 끄적이는 것을 좋아한다. 여러 번 읽은 책은 그 때마다 유달리 와 닿은 문구가 다르기도 하여 온통 형광칠이며 쓴 글들로 가득한 페이지가 생기기도 한다. 이는 대여한 책으로는 민폐가 될 뿐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다. 학창 시절 언니의 책을 빌려 읽는 중에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밑줄을 그었다가 호되게 야단 맞은 기억이 선명하다. 언니의 책 사랑은 새 책마냥 깨끗한 상태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기에 나의 실수가 언니에겐 이해되지 않는 낙서에 불가했을 것이다.

 그러나 도서관에 가득한 책이 내뿜는 종이 냄새며, 정숙한 가운데 책 넘기는 소리만이 가끔 들리는 그 분위기 또한 좋아하니, 도서관은 나에게 힐링의 장소이다.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한 곳이니 보믈섬이라 해도 좋다. 언젠가는 소장한 책으로 작은 도서관이라도 만들어 지역민들에게 무료 공개해 주고 싶은 작은 소망도 있다. 이사할 때마다 이삿짐 센터 직원들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버리지 않고 고이고이 모시고 다니는 책들이라서, 감히 헐값에 팔지도 버리지도 못하고 늘어만 가고 있다.


   어린 시절, 읽고 싶은 책을 제대로 사지 못했던 씁쓸한 기억 때문일까, 도서관이 주는 다소 묵직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가 좋아서 주말이면 달려간 것일까. 암튼 나의 책 사랑은 가족들이 볼 땐 유별나다. 그다지 깊이  있는 독서를 하는 것도 아니고, 선호하는 책 분야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 좋다. SNS에 회자되는 유행하는 책들을 보면서 사람들이 선호하는 책을 통해 생각을 읽는 것도 반갑고, 내가 살지 못했던 지난 시간 속을 살았던 옛 사람들의 글을 읽고 그들의 사고를 따라가는 것은 경이에 가깝다. 고전은 고전으로서 가치가 빛남을 매번 감탄한다. 나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책으로 스스로 매번 성장해 감을 알기에 놓을 수 없는 마지막 애착이 책이다.

   많은 부분에서 예전의 일상을 회복하고 있는 터이라, 다시 새로이  도서관 나들이를 해볼가 하니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몽글몽글 행복감이 부푼다.


  우선, 집에서 가까운 <해운대 도서관>까지는 잘 닦인 산책길을 20분 정도 걸으면 된다.

전국 최초라는 구립공원 장산 대천공원은 신도시(라기엔 제법 연식이 쌓여 명칭이 그린시티로 변경됨) 곳곳에서 방문할 수 있도록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봄이면 벚꽃이 만개한 하이얀 꽃길이 되고, 여름은 녹음 짙은 그늘길이라 시원하고, 가을 벚나무의 단풍은 또 얼마나 운치있는가. 인공호수인 대천호에 이르기 전에 위치한 해운대 도서관은 코로나 전에는 산책 겸 나서는 길에라도 잠깐씩 들러 책장 사이를 누비며 도서명만 훑터보아도 좋은 곳이었다. 그러다 "어~?"하며 반가운 책을 서서 읽든 주저앉아 읽든 본격적으로 착석하고 읽든 참 좋은 시간들이었다. 다시 찾은 해운대도서관의 앞마당에는 화려한 작약이 한가득 피어 내 마음을 아는 듯 반긴다.


  그 민족의 미래를 예측하고 싶으면 도서관을 가 보라고 했던가. 어느 도서관이든 열람실엔 개인 공부하는 학생들로 가득한 것은 어떻게 봐야할지. 도서관인지 독서실인지 알지 못할 장소가 되어 시험 공부인지 취업준비인지를 열심히 하는 그 엄숙한 열기는 근접 불가의 장소이다. "유태인의 도서관은 시끄럽다"라는 말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도서관은 너무나 정숙과 엄숙의 공간이다. 책을 읽는 것에 집중할 뿐, 읽은 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공유하는 토론 문화는 또 다른 곳에서 행해야 하는 것으로, 도서관의 본 목적와는 별개처럼 취급한다.

 2층 종합자료실은 대규모 서가가 구비된 곳으로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제 자리에서 독서 중이었다. 언제 오더라도 꽤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니 반가운 일이다. 문득 대학시절 도서관이 전면 디지털화되기 전,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가려면 책 마지막 뒷장에 마련된 대출 카드에 직접 이름을 쓰던 시절이 있었다. 내 이름이 가장 위칸에 있고 싶어서 괜스레 어려운 책을 찾는 허세도 부려보았는데, 누가누가 책을 빌려갔나 공연히 알 수 있었던 그 시절이 그립다. 아는 이의 이름이라도 발견하면 반갑기도 하고 괜스레 질투도 나고 그랬다.

 서가숲을 산책하다 만난 책과 새로 나온 신간에서 선택한 책, 평소 읽고자 찜해 둔 책 등, 선택할 때부터 이미 마음 속에 가득 찬 행복과 함께이다.  

원하는 대로 잘 보내는 하루를 즐기기 위해서 나는 도서관을 찾는다.

부산시에 공식, 비공식 도서관이 얼마나 많은지 검색 후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예쁜 이름과 외관을 자랑하며 나름 알차게 조성하여 시민들의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도서관도 꽤 있음에 감탄했다. 각 장소에서 책 한권 씩만 만나도 얼마나 뜻깊은 나들이일까. 차곡차곡 채워가 볼까 한다.


  다음으로 마음만 가득하다가 큰 마음 먹고 나선 <부산도서관>이다.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살짝 비껴간 어느 날이었다. 절기상 입추가 지나서인지 아침 저녁 제법 선선한 기운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저런 사건들 속에서도 각자 자리에서 제 역할 다하며 또 그렇게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는 참 별거 아닌 별것 인생이다. 2020년 11월 개관한 <부산도서관> 탐방 이야기를 할가 한다. 집에서 거리도 있고 하여 미루고 있었으나, (물론 코로나 탓이 젤 큼) 다녀온 이들의 감탄을 누누이 들은 터라 꼭 가고 싶었다.

  빌게이츠가 지금의 자신을 키운 8할이 동네 도서관이라고 한 말은 워낙 유명하듯, 도서관 관련 명언에는 빠지지 않는 말이다. 학창 시절엔 일 년에 300권 이상의 독서를 할 만큼 독서광이자 책벌레였고, 지금도 연간 50권 이상의 독서는 한다고 한다. 그의 일 년간 독서 목록이 공개되면 많은 사람들이 뒤따라 읽기도 할 만큼 그의 책 사랑도 유명하다.

네비로 찾아가다 거의 다와 갈 즈음, 왼편으로 보이는 도서관 건물에서 느껴지는 위엄이라니 그저 감탄스러웠다. 도서관의 규모와 외관이 주는 일차적 시선 강탈에 넋을 놓았다. 첫인상부터 가슴 설레게 하면서 인근 주민들은 좋겠다라는 셍각부터 들었다. 솔직히 부러웠다. 이 마을에서도 또다른 빌 게이츠들이 자라기를 바라면서.

주차 후 건물 앞 넓은 광장이 보인다. <지혜의 광장>이라는 쉼터와 왼편엔 <꿈뜨락 어린이실>이 자리하고 있다. 일단 출입과 동시에 그 쾌적함에 잠시 주눅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도서관이 주는 다소 경직된 침침함이 전혀 없었다. 카페마냥 편안한 소파같은 의자들이 곳곳에 비치돼 많은 시민들이 쉬고 있었다. 그리고 다양한 독서생활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 소개하는 입간판들이 있어서 그야말로 시민들과 함께하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구나 느껴졌다. 층별 안내 숙지 후, 2층에 도착하니, 우선 왼편 전시실이 먼저 시선을 끈다. 기획 전시를 하고 있었으며, 도서관 이용객에게 무료로 개방하니 또다른 문화 서비스 제공인 셈이다.

  

  책마루 북큐레이터가 테마별로 추천하는 도서들을 소개하는 코너와 함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 '이별을 추억하는 책', '휴가지에서 읽기 좋은 책' 등 '작가의 방'이라하여 특정 작가와 좀더 가까이 만날 수 있도록 전시된 코너 등 도서관이 하나의 큰 전시 공간이자 휴식공간 같은 느낌을 준다.

큰 글자 도서 및 점자 도서, 소리책 등 약자들을 배려한 곳곳의 시설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민정신 함양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참 기분 좋았다. 물론 여기서도 대부분 착석하여 열공하는 젊은 세대들은 기출문제니, 입사 대비 서적들을 읽고 있는 듯하여 안타까움도 느꼈으나, 저들의 수고로운 노력들이 반드시 빛 나기를 바랐다.

  전국 최초 도서관통합자료시스템이 구축된 도서관답게 곳곳에 설지된 무인 도서반납기와 자율검색대 역시 다수 곳곳에 비치돼 있었다. 책이음 카드만 있으면 대출은 물론 부산 어느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도 반납이 가능하다. 나는 책은 왠만하면 직접 구입해서 밑줄 그으며 읽는 타입이라,책이음 카드 사용한 지가 넘 오래 되어서 도서관통합인증센터 시이트에 접속하여 재인증을 받았다.

꼭 오고 싶었던 곳을 숙제마냥 오고 나니, 더 자주 와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넉넉하게 시간 내어 다시 와야겠다.


  마지막으로 <부산금정도서관>을 탐방한 후일담이다. 비 오는 날은 도서관을 가고 싶어진다. 물론 한적한 카페에서 나직히 울리는 음악과 깨끗한 통창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와 함께 책을 읽는 것도 좋으나, 대개는 대화 소리도 시끄럽고 음악 소리도 커서 온전히 책에 집중하기 힘들다. 그러니 나처럼 오롯이 책 읽기가 목적인 사람들이 모인 도서관이 제격인 것이다.

업무를 마무리하고 갑자기 생긴 짬 여유를 흘려보내지 않으려 근처 <부산금정도서관>을 찾아갔다. 내리는 비로 더운 공기가 씻겨서일까 제법 선선한 느낌을 주었다. 아마도 얕으나마 산으로 둘러싸인 한적한 곳에 위치하여 더욱 그리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도서관으로 가는 언덕길을 올라서면 입구에 먼저 책을 쌓아 놓은 모양으로 만든 조형물이 보인다. 근처 요산 김정한 선생님의 복원한 생가와 문학관이 있는 만큼 금정구는 선생님으로 또 한번 유명한 곳이다. 선생님의 대표 소설제목으로 만든 책 모양의 탑과 그 옆에 <사람답게 살아라>라는 선생님의 유명한 말이 새겨진 안내판이 있다.

평일임에도 도서관 주차장이 협소하여  만차인지라 이용할 수 없다는 불편함과 어쩔 수 없이 인근 도로변에 세워둔 다른 차들 따라 세웠으나 왠지 불안감을 안고 입구로 들어섰다.

제법 가파른 계단 입구 커다란 돌에 새긴 안내판이 멋지다. 도서관 건물을 병풍처럼 둘러싼 구름이 반긴다.

들어서면 바로 <도란도란 북카페>가 보이며 커피향이 로비에 가득차 있다.

갑작스런 방문이었고 이미 읽고 있던 책이 있어서 바로 열람실로  향했다. 남녀 열람실이 다른 층으로 분리되어 좋았다.

오락가락하던 비가 한참 책에 빠져 있을 때 창을 세차게 두드리며 아는 척을 했다. 조용한 도서관에 몇몇의 책장 넘기는 소리만 들리더니 그 소리조차 빗소리에 묻혔다. 한참을 그저 비만 바라보는 것도 좋구나.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나서야 했으나, 참 잘 왔다싶은 만족감이 미소 짓게 했다.

좀더 여유 있는 시간에 다시 제대로 들러보아야겠다. 지역 도서관이 갈수록 좋아지는 건 분명 반길 일이다.


#도서관탐방 #해운대도서관 #부산도서관 #부산금정도서관 #착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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