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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담 Nov 04. 2023

[독서후기]상실의 아픔 극복기 <거미의 인사>/어윤정著

제 12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이대로 사라지지 않을거야.
다시 태어나 또 누군가를 신나게 사랑할거야.

  어른들이야 나이를 먹을수록 만남보다 이별이 잦음을 안다. 수 많은 연락처로 쌓인 관계에서 진실한 교우를 하는 이는 얼마 되지 않고, 점점 그 수를 줄여 나가게 됨도 안다. 관계 정리가 오히려 편안함을 선사한다. 이별도 다양하여 짧은 이별부터 긴 이별, 가벼운 이별부터 무거운 이별까지. 모든 이별은 쉽지 않지만, 살아온 세월만큼 그래도 받아들이는 요령도 터득하고 극복하려는 노력도 할 수 있다. 물론 그리하여도, 알아도, 죽음으로 인한 이별은 가장 아프고 뼈저리게 슬프다. 쉽지 않은 이별이다.


  이런 죽음으로 인한 이별이 어린아이들에게 닥친다면 세상이 무너지는 충격 그대로 아픔으로 다가올 것이다. 아무도 경험해 보지 않은 '죽음'이라는 세계를 어린이의 시선에서 어찌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사랑하는 이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림을, 혹은 내가 갑자기 죽어버리면 어찌되는지 상상이나 될까.


  그러나 이를 두려워하고 무서워만 할 수는 없다는 것이 작가의 창작 의도이다. 죽은 자의 시선으로 산자들을 다시 바라보고, 환생이라는 장치를 통해 마지막 인사를 제대로한 후 천국으로 인도한다. 때로는 재미 있고 흥미로운, 죽은 후 사건을 통해 죽음의 두려움에서 벗어나도록 배려한다. 갑작스런 사고로 인한 죽음이 잦은 현대사회에 꼭 필요한 배려와 같은 글이다.


초등중학년에게 읽히고 독서토론하기 좋은 책이다.

마음의 힘을 키워주리라 믿는다.


세 개의 소제목으로 나누어진 이야기는 서로 연결된다. 간단하게 소개해 보자.


거미의 인사

갑작스런 뺑소니 교통사고로 죽은 소년 누리에게도 백일 환생 서비스 기회가 오게 되고, 인간 외 다른 것으로 변신하여 하루를 지내다 돌아와 천국으로 갈 수 있다. 선택의 순간, 좋아하는 거미가 되어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지금껏 같이 살았던 애완견 코리역시 할머니가 환생한 것이었고 천국 대신 가족곁에 남아있기를 선택했음을 알게 된다.

누리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절망에 빠진 부모님과 동생 나리에게 잃어버린 웃음을 찾게하는 누리와 코리의 공동작전이 시작된다.


영혼의 무게

닥스훈트 군밤이의 이야기이다. 자기가 살던 세상에서 심장이 멈춘 동물은 영혼의 무게를 저울질한다는 무지개다리를 건너 천국으로 간다.

영혼의 무게가 무거워 선택의 땅에 떨어진 군밤이는 갈라파고스땅 거북 알마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승과 천국의 연결 통로이자 군밤이의 삶을 보여주는 생기루와 마주한다. 제대로 인사하지 못한 군밤이의 마음의 짐이 무거워 다리를 건너지 못했고, 생기루를 통해 사랑하는 이와의 오감 추억과 알마의 마지막 배려로 그림자로 잠시 할머니, 해준, 해인이와 재회하는 시간을 가진다.


알마 가라사대 사랑은 계속된다


천국으로 떠날  준비가 된 군밤이의 마지막 말

" 이대로 사라지지 않을거야. 다시 태어나서 또 누군가를  사랑할거야."

그리고 마지막 알마의 말

"알마 가라사대, 천국에도 사랑은 있다. 사랑을 멈추지 않는 한, 어디에든 사랑은 계속될지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결국은 사랑으로 이겨낼 수 있음을 작가는 말한다. 사랑만이 삶을 사랑하게 하고 소멸의 죽음도 받아들일 수 있다.

"서로 아낌없이 사랑하세요"


#정채봉문학상 #어윤정 #거미의인사 #샘터 #동화읽기 #독서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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