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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담 Dec 01. 2023

겨울상념

침묵의 계절

 낮게 내려앉은 찬 공기에 천지가 조심스럽고, 침묵하는 겨울이다. 오늘도 나는 글을 풀어보나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


 문자로 얽혀진 내 글이 진한 향기로 남아 오래 기억되는 글을 쓰고 싶었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옛 연인의 향기처럼, 잔향을 남겨 돌아보게 하는 글을 쓰고 싶었다. 이런 욕심은 오히려 글을 쓰지 못하게 했다. 타고난 재능이 부족하면 악착같이 써 내려는 끈기라도 있어야 하건만, 그저 스스로 실망하는 나에게 실망 중이다. 어린 나이에 멋 모르고 쓴, 멋부린 글들이 불러온 섣부른 칭찬들이 나에게 독이 된 것은 아닌지. 늘 돌아갈 곳은 '글쟁이'이다 여기고 있으나 정작 글은 나를 부르지 않고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아직 여물지 않은, 설익은 사고와 신념은 올바른 길 안내를 해 주지 못한다. 그저 뱉고 싶다는 조바심에 자꾸 얕은 글만 끄적이는 것은 아닌지. 브런치 안에서만도 무궁무진한 글감을 지니고 유려하게 글을 풀어내는 작가들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부러우면 지는 거랬는데, 난 매일 지는 패잔병이다.


 때로는 긴 말보다 침묵이 더 큰 의미로 다가가기도 하듯이, 나 역시 침묵의 계절을 보내야하나 싶다. 날개짓을 멈추는 새들처럼, 꺼낼 것 없는 속을 자꾸 헤집지 말아야겠다. 다 떨궈낸 맨몸 그대로 겨울을 이겨내는 나목처럼 온통 멋부린 치장을 다 거둬내고싶다.


 언제나 너른 품 그대로 깊은 속내 드러내지 않고 고요함을 전하는 바다처럼, 한 해의 끝 이 겨울, 잔잔히 평정의 침묵을 가져볼까 한다. 내년 새롭게 돋아나는 상념들로 가득채워질 날을 기대하며. 

 겨울 바다가 그리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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