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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담 Nov 25. 2023

겨울 여행

-희망사항

  따뜻한 남쪽 지방에서 나고 자라서일까. 나에게 겨울은 그다지 현실적이지 않다. 온 나라가 꿍꽁 얼었다는 한파 소식에도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다. 겨울에는 잘 움직이지 않는 탓도 있을 것이고, 행동 반경이래야 집과 직장이며, 대중교통을 잘 이용하지 않으니 그다지 날씨에 민감하지 않은 탓이리라. 어릴 때부터 멀미가 심한 편이라, 운전이 거친 기사가 모는 버스나 택시는 여지없이 중간에 내려 숨을 고르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나 희한하게 내가 직접 운전할 때는 멀미가 안 나니, 나에게 자가운전은 그저 이동을 위한 생존 수단이다. 자가용은 무엇보다 이동수단으로서 효용가치가 가장 크니, 신차에 대한 욕심도, 차 인테리어도 그다지 관심이 없다. 그저 무사히 이동하게 해 줄 안전이 최우선이었다. 혹여 다른 사람이 운전하는 자가용이라도 조수석이 아닌, 뒷자리에 앉으면 멀미가 괴롭혀 여행 초반부터 진땀을 뺀다. 그리하여 거의 내 차로 이동하자는 제안을 하고 기사를 자처하니 누가 싫다하랴. 물론 좋은 장소에서 술 한 잔이 아쉬워 후회하기도 하나, 사실 알코올과도 친하지 않다. 쓰다 보니 참 멋 없다 싶으나 나름의 내 인생 즐기기 기준이 있다 보니, 타인에 맞추지는 않는 편이다. 나를 잘 아니 맞추어 즐기면 된다.


  제일 아쉬운 것은 비행기를 잘 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냥 멋 모르고 갔던 첫 해외여행에서 압력을 견디지 못한 귓병으로 이국 도착 후 이틀을, 귀국 후 일주일을 앓았다. 한 번 움직이려면 미리 병원 약이며 마음가짐까지 준비할 일이 두려워 거의 비행기는 그림의 떡이다. 휴가기간 해외여행 다녀온 친구들의 자랑을 듣노라면 내색은 크게 하지 않으나 부러움에 집에 와선 괜시리 내 귓병에 대한 검색만 해댄다.  의사선생님도 어쩔 수 없다는 걸 인터넷에 명약이 있을 리 없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결국 여행 반경도 좁다. 사실 사계절이 아름다운 우리 강산도 볼거리가 얼마나 많은지 다닐 수록 실감하고 있다. 그리고 한 번 가서 큰 감동 받은 곳은 그 계절이면 꼭 다시 찾게 된다. 게다가 자연 풍광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 키워 낸 문학, 미술, 음악 등 예술 공연이나 관람까지 곁들이면 아직 볼 것들은 너무 많다.


  이래저래 여행 이력을 돌아보니, 그래도 겨울에 제일 움직이지 않았음을 알았다. 무주로 멋 모르고 호기롭게 나섰다가 눈길 운전에 차가 헛돈 경험 후 크게 놀라 되도록 겨울여행은 자제한 탓도 있다. 론 하얀 설원에서 라브스토리 주인공마냥 드러누워 팔다리를 허우적대며 깔깔거렸던 기억은 항상 미소짓게 한다. 하이얀 설원은 그대로 마음에도 젖어들어 순수한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매력이 있다.


 올해 유달리 더위가 늦가을까지 지속된 탓인지 단풍이 영 부실했다. 자연은 받은 만큼 돌려준다는 진리 속에 인간의 이기적 개발에 기후는 제 궤도에서 자꾸 틀어진다. 가을이 준 실망때문일까 올 겨울은 반드시 흰 눈 속에 다시 뒹굴어보자는 용기가 생긴다. 얼른 크리스마스 연휴를 끼고 강릉 호텔을 예약하고, 인제 자작나무 숲까지, 그리고 '목마와 숙녀'의 시인 박인환 문학관 탐방 코스까지 일정을 잡았다. 설원 속 자작나무 숲의 경관은 반드시 보고 싶었다. 그들의 겨울 낮은 숨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었다. 그리고 고항 남쪽 겨울 바다와 다른 동해의 너른 품도 꼭 봐야겠다.


올 크리스마스가 기다려지는 요즘이다.  여행은 가기 전 설렘이 행복의 반을 차지한다. 용기내어 겨울의 참맛을 즐겨보자.


#겨울여행 #겨울바다 #자작나무숲 #여행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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