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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담 Nov 21. 2023

겨울비

-집으로 가는 길

눈으로 피지 못한 슬픈 물이 흐릅니다.

차가운 공기에도 눈물 맛이 납니다.

그리하여 바닥에서도 줄줄 흐르는 진눈깨비

이리저리 채이는 검은 눈물을 밟습니다.


침묵의 겨울 속 가벼운 함박눈으로 피어날 수도 있으련만

날지 못해 하강하는 비는 무겁기만 합니다.

고된 삶을 닮아 비조차 버거운 겨울 초저녁

진눈깨비를 어깨에 달고 돌아갑니다.


하늘도 내려앉아 도시 가득 회색 칠을 하고

일기장 한구석에 마구 휘갈긴 낙서마냥

섣불리 어두워진 거리 속에 끼어

검은 비를 밟으며 그래도 집으로 돌아갑니다.


가로등 얇은 빛 아래 우산 꼭 쥔 당신의 미소가 있고

시린 손 데워 줄 당신의 너른 호주머니가 있고

어깨 앉은 겨울비 툭툭 털어 줄 커다란 손이 있어

가라앉지 않고 이 거리 겨울비 달고 꼿꼿이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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