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담 Feb 03. 2024

[영화후기]10년의 사랑, 청춘, 긴 여운 <청춘적니>

 발목 잡는 현실에 우리는 소중한 것들을 얼마나 놓치고 살고 있는가. 지키고 싶은 것들을 지켜내기에 초라한 자신을 보며, 결국 포기해 버린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문득 살아온 날들을 뒤돌아보면, 이게 아닌데 하는 마음에 쓸쓸함을 넘은 씁쓸함에 가슴이 텅빈 것같은 공허험을 느끼지는 않은지. 어느새 세월의 무상한 반복 속에 감당하기 힘든 나이를 쌓고 있지만, 세월 한켠에 묵혀둔 파릇한 청춘의 뜨거운 열기를 완전히 꺼버리지는 못했나보다. 우연히 본 영화 한 편이 떨어뜨린 불씨가 온 가슴에 퍼져 종일 덴 자리 상처로 쓰렸다.


멜로/로맨스, 드라마  

중국 105분

개봉 : 2022.01.12.

감독 : 샤모

주연 : 굴초소 장정의


사진 :네이버 포스터

1994년생 굴초소(뤼친양 역) - 수 많은 열애 스캔들과 인성 논란으로 시끄러운, 나쁜 남자 스타일 배우인데, 연기력은 또 뛰어나 극에 몰입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그리하여 논란에도 꾸준히 활동을 하고 있는지도. 그저 극중 인물로만 포스팅하는 것일 뿐, 그의 개인적인 사생활은 온전히 빼고 배역으로만 보자.


1999년생  장정의(링이야오 역) - 완성형 미모에 재능과 지적 수준, 연기력까지 갖춘 부러운 배우로 한창 주가를 올리며 여러 작품에 출연한 유망주이다. 한가인을 꽤 닮아 친숙하게 느껴지며, 로맨스에 적합한 여주이다. 22년 11월 방영 진비우와의 로맨스 드라마 <점연아, 온나니>로 더욱 인기를 확고히 다진 배우이다.


이 영화의 묘미는 뭐라해도 OST의 탁월함이 아닐까.

영화 시작에서 여주가 피아노를 치며 부르는 주제가에 남주가 첫눈에 반하게 되고, 이는 영화 전반에 걸쳐 가사를 그대로 스토리와 영상으로 보여준다.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한다.

<這世界那麼多人-이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莫文蔚 Karen Mok의 음색과 가사가 그렇게 어울릴 수 없다.


다음, 아픈 이별의 순간 흘러나오는 포크송 <the end of the world>

심장을 덜컥 내려앉게 하더니, 옛 추억을 그대로 소환시켜 더욱 가슴 아리게 하는 노래이다.



영화의 본격적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화면, 그리고 제목 

<我要我們在一起-나는 너와 함께이기를 바란다>


3650일. 서로 떨어져 지냈지만 단 하루도 너를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다.

내일부터 그 어떤 것도 우리를 갈라 놓을 수 없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마지막 임무를 하는 뤼친양.

두 연인이 간절히 원했던 상상 그대로의 결혼식장, 아름다운 신부와 멋진 그.

하지만 문 밖을 나가지 못하는 그와 그를 찾는 목소리. 겨우 나선 밖은 눈으로 덮인 허허벌판.


다음 순간, 그녀를 처음 만나는 고등학교 시절로 영화는 되돌린다.

첫눈에 반한 그녀를 향한 뤼친양의 직진 고백, 1일이 시작된 것이다.

사랑해, 나의 아가씨.


연애편지가 발각되면서 삭발의 벌과 함께 전교생 앞에서 반성문을 읽는 영상이 각 교실로 전파된다. 그러나 오히려 전교생 앞에서 고백을 하는 계기가 되고,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는 그의 고백은 링이야오의 가슴에 새겨진다.


졸업과 함께 대학진학과 취업으로 이별. 링이야오를 위해 취업 전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그러면서도 늘 밝고 건강하게 사랑하는 뤼친양.  반드시 마련하고 싶은 아파트 건축 현장, 미래의 보금자리에서 두 사람이 맞이하는 새해전야. 불꽃과 함께 그림자로 보여주는 두 사람의 사랑 표현. 연애 세포를 지극하기에 차고 넘칠 만큼 아름다웠다. 두 사람의 케미가 그저 시선 고정.


조금만 더 기다려줘. 내가 더 열심히해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너로 만들어 줄게.


 그러나 삶은 녹록지 않으며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하지도 않았다. 규칙대로 시공하려는 뤼친양과 달리 편법과 불법을 자행하는 사주와의 갈등, 그로 인해 무너지는 그. 더하여 새로 시작해보려는 그의 발목을 잡는 친구의 배신, 덥쳐 이야오 어머니의 입원과 그에 대한 냉랭한 멸시, 동네 부자 오빠의 등장. 모든 로맨스 영화의 갈등 클리셰가 다 등장하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의 꿋꿋한 사랑의 의지와 연기력으로 극복 가능했다.


 병원 비상계단에서 홀로 햄버거를 먹는 그를 찾아와 다스히 안아주며 위로하는 여주와의 장면은 참 먹먹하게 만드는 여운을 준다. 가난은, 현실은 참 가혹함을 어린 두 커플을 보며 안쓰러웠다.


지금도 나를 사랑하니?


 결국 빚 청산을 위해 풍력발전소 건설의 장기 프로젝트에 참여차 먼 신장을 가게 되고, 뤼친양을 이별을 선택한다.


넌 언제나 내 마음 속 최고야. 네가 나랑 살며 계속 고생하면 난 나를 용서할 수 없을거야. 네 삶에서 난 이제 빠져줄게.


링이야오를 그리워한지 1338일

서로 다른 삶을 살며, 점점 변하는 뤼친양.

The end of love 당신이 작별인사를 했을 때 우리의 사랑은 끝났다는 것을.


취업과 함께 양가 부모님들의 진행으로 결혼을 하게 된 이야오.

마지막으로 뤼친양에게 전화를 하게 되고, 예전처럼 전하는 메시지.


-어떤 남자가 너와 결혼해?

-착하고 용감하고 유머감각도 있고,

  때론 멍청하게 굴지만 그것도 난 귀여운데.

-암만 봐도 그건 나인데?

  결혼식에 꼭 동화를 신어.

  내가 데리고. 도망칠테니.

-우리 만나자. 너를 한번도 잊은 적이 없어.

  그날의 결정을 후회해.


영화 첫 장면의 그녀를 사랑한 지 3650일 이어,

3651일.

잘못된 측정을 다시 해 놓고 그녀에게 달려가 청혼을 하기로 한 뤼친양.

그를 놓치 못해 약속 장소를 달려가는 이야오.

그러나 하늘을 끝까지 친절하지 않아 갑작스런 폭설에 그를 가둔다. 결국 동사상태로 핸드폰을 두 손에 꼭 쥔 채 시신으로 발견된다. 그녀에게 전달되지 못한 문자들이 뒤늦게 이야오에게 전달되고, 그가 매일 썼던 일지 속 문구가 설원에서 펄럭이며 클로즈업 된다.


유성이 떨어지는 걸 봤어.

이야오, 꼭 행복해야해.

10년동안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내가 죽으면 링이야오에게 알리지 마세요.

내가 살아 있으면 링이야오와 꼭 결혼할 거니까.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피하고 싶은 비극적 결말이라 또 한 동안 넋을 놓고 긴 여운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결국 3번이나 다시 반복해서 보게 만들었고, 매번 눈물을 흘리며 진정하는 과정을 겪어야 했다. 첫사랑에 모든 것을 걸었던 한 남자의 청춘과 열정, 시련을 애틋하게 잘 보여준 영화였다.


#영화후기 #청춘적니 #중국영화 #굴초소 #장정의







매거진의 이전글 [독서후기]'시공간을 어루만지면' 치유와 위로/박영란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