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이유없이 만나는 사이여야 친구이다. 딱히 이유가 없어도 보고싶고, 별 얘기 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시간이 어느새 훌쩍 지나가버렸고, 헤어지고 나면 뭔가 몸 속 가득 에너지가 충전된 것 같고, 아쉬움에 "즐거웠다" 한 마디 툭 던질 수 있는 사이가 친구이다.
이래저래 체면치레하지 않아도 되는 친구들. 사회 생활하며 어깨에 하나둘 씩 짊어지게 된 이름표들. 때로는 직업상의 직책으로, 때로는 얼키고설킨 관계로 불리는 짐들. 이것들 다 떼어 두고 그저 이름 석자로 부르고 불리는 사이. 세상이 두럽지 않고, 용기충천한 그 시기를 같이 보낸 친구들. 세상을 바꿀 수 있으리라는 단순한 믿음이 신념이 되어 며칠밤을 새어도 거뜬했던 그 시절의 친구들.
사소한 일에 죽어라 목숨 걸 수 있었던 친구. 펄펄 끓는 가슴에 별을 담고 바다를 품을 수 있었던 친구. 별거 아니라는 어른들 말이 위로가 되지 않고 세상 끝날 것 같은 슬픔에 허우적댈 때 같이 곁을 지켜주는 친구. 밤새 울고 웃으며 떠들다 새벽별에 취해 힘껏 어깨동무했던 친구.
그 순수했던 나를 알고 있는 친구이니, 지금은 그저그런 모습으로 세상에 쥐여 살아도 봐주는 친구들이다. 잘난 대로 못난 대로 그 시절 에피소드 한 자락이면 술맛이 나는 친구들이다.
너니 나니 허물없이 지내는 친구 사이를 순우리말로 <너나들이>라 한다. 마음 속을 들여다 볼 수 있고, 서로의 속을 드나들며 보여줄 수 있는 친구 사이란 뜻이다.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허약한 우리 삶에 너나들이 딱 한 명만 있어도 살만 하지 않을까. 허한 마음에 타들어가는 노을 보며 친구를 떠올려본다.
잘 지내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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