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시대 이상(理想) 이상(以上)의 이상(異常)한 천재작가

-시인 이상과 그의 시

by 다담

괴짜 시인

평범함을 꿈꾸는 것이 쉽지 않은 요즘.....평범한 꿈조차 저당 잡힌 채 갈래갈래 갈린 길에서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나 그래도 열심히 살아내 보느라 길고긴 하루를 사는 보통 아닌 보통 삶. 그 평범함의 무리 속에서도 남다른 특이한 행적을 보이는 이들이 있다.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끼고, 남과 다른 행동을 하고, 남과 다른 사고를 하고....아마도 그런 삶을 사는 것 또한, 요즘 시대 평범함을 꿈꾸는 것 못지 않게 힘들 것이다. 뭇매 따위 아랑곳하지 않는 비범함을 장착했다 할지언정 반복되는 평범에 좌절된 비범 역시 고통을 수반할지니. 그런 괴짜같은 삶은 산 천재시인이 이상이다


일제강점기에 요절한 천재 작가 이상을 떠올리면 항상 '남다름' '괴짜' 이런 어휘가 같이 연상된다. 망국민의 우울과 좌절감을 많은 문인들이 작품으로 형상화했으나, 그만큼 남다른 시각과 표현 방법으로 기이함을 전한 작가가 있을까.


본명 김해경. 경성공업고등학교 건축부를 수석으로 졸업한 수재로 12명 졸업생 중 유일한 조선인이었다고 한다. 1929년 조선총독부에 특채 입사하여, 1933년 폐결핵으로 각혈 후 기사직 사직하기까지 그는 건축가였다. 그의 시 제목이나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기이한 기호, 시어들은 건축과 연관된 것들이 많다. 유명한 <#오감도烏瞰圖> 역시 건축용어 '조감도(鳥瞰圖)'의 한자를 바꾼 신조어로 발표 당시도 부정적 어감에 반대가 심했다 한다. 1934년 7월 24일부터 8월 8일까지 《조선중앙일보(朝鮮中央日報)》에 연재된 작품이다. 원래는 30회를 목표로 연재를 시작했으나 "미친놈의 잠꼬대냐?", "그게 무슨 시란 말인가", "당장 집어치워라", "그 이상이란 자를 죽여야 해!" 등 비난 투서가 빗발쳐 결국 15편을 끝으로 연재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기본 띄어쓰기며 시의 관습적 형식을 무시한 그의 시는 시대적 억압으로부터 벗어나고자하는 그 나름의 탈피 행위가 아닐까. 시의 외형적 텍스트 자체가 하나의 이미지로 그의 도전 정신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본인 스스로 2000편의 작품들 속에서 고르고 고른 30편이 15편 연재 후 일방적 중단 선고를 받았고, '작가의 말'이라도 변명하려 했으나 거절되었을 때 그가 느낀 좌절은 얼마나 컸을까. 그의 시대 이상은 당대에 받아들이기에 너무나 앞서 있었던 것이다. 다름을 존중 받기보다는 다름을 비난하는 시대를 아파할 수 밖에.이는 현 시대에도 여전히 남은 과제이다.


시대를 앞서간 시인

서울대 권영민 교수님의 시인 이상에 대한 강의를 몇 개 연달아 들었던 적이 있다 -리가 생각하는 이상,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이상- 교수님의 해석이 없으면 이해할 수도 없는 난해한 시들이나, 하나하나 들으면서 어떻에 이렇게 기발할 수가 있는지, 시가 이래도 되는지 하는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이도 그의 시대를 표현하는 그만의 방법인 것을. 오히려 식민지를 살아가는 우리 문단의 후진성을 극복했다는 평판을 후대에서야 받게 되었음을 그에게 전하고 싶다. 시대 이상을 뛰어 넘은 그의 이상한? 이상이 재조명되고 있음을...그리하여 저 높은 곳에서나마 그의 평생의 내면적 불화가 무사히 악수로 화해하여 날개를 달고 비상하기를 바란다.


27년을 겨우 살다간 그이나 그가 남긴 삶의 행적, 사랑과 우정은 참 많은 일화를 남겼다. 종로에 연 그의 아지트 <제비다방>과 사랑했던 여인들, 시대를 같이 아파했던 <구인회> 벗들...참 남다른 그이다.


오감도 시제 1호


13人의아해兒孩가道路로疾走하오.

(길은막다른골목길이적당適當하오.)

제第1의아해兒孩가무섭다고그리오.

제第2의아해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제第3의아해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제第4의아해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제第5의아해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제第6의아해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제第7의아해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제第8의아해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제第9의아해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제第10의아해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제第11의아해兒孩가무섭다고그리오.

제第12의아해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제第13의아해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兒孩는무서운아해兒孩와무서워하는아해兒孩와

그렇게뿐이모였소. (다른사정事情은없는것이차라리낫소.)

그중에一인의兒孩가무서운 兒孩라도좋소.

그중에二인의兒孩가무서운 兒孩라도좋소.

그중에二인의兒孩가무서워하는兒孩라도좋소.

그중에一인의兒孩가무서워하는 兒孩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 適當하오)

13人의아해兒孩가道路로疾走하지아니하여도좋소.




오감도 시제 4호


患者의容態에關한問題.

1234567890●

123456789●0

12345678●90

1234567●890

123456●7890

12345●67890

1234●567890

123●4567890

12●34567890

1●234567890

●1234567890

診斷 0 : 1

26.10.1931.


以上 責任醫師 李 箱

- 원문은 숫자가 뒤집어져 있음.


22세 그가 공사판에서 감독하다 쓰러져 병원 이송 후, 폐결핵으로 1년살기 어렵겠다는 진단 받은 날이다. 본인이 본인을 진단한 것이 인상적이다. 무엇이라 진단했을까?




오감도 시제 5호


某後左右를除하는唯一의痕跡에잇서서

翼殷不逝 目大不覩

胖矮小形의神의眼前에我前落傷한故事를有함.

臟腑타는것은浸水된畜舍와區別될수잇슬는가


-원문에선 글자 크기도 차이가 난다. 최고로 난해하다는 시로 평가되며, 과연 저 도형은 무엇을 의미하며...시에 저런 도형을 넣을 생각을 누가 했으랴.

진정 이 시는 그림에 더 가까운, 읽기보다 보는 시라 할 수 있다. x-ray를 형상화 한 도형이라니, 과연 그에게 폐결핵 진단은 삶의 최대 전환점이었으리라.


거울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 내게 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ㅡ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고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만골몰할께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몸도 마음도 아픈 그가 거울을 보며 끝까지 자신을 찾고자 하나 좌절하는 모습이 더 보여,

보는 이도 아프게 느껴지는 시다.




#이상 #천재시인 #오감도 #거울 #일제강점기시인 #요절시인 #시와시인




keyword
이전 20화문학으로 담은 바른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