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닌 파김치를 참 맛깔나게 담그셨다. 알싸한 파의 매운 맛과 달콤함이 잘 버무려져서 중독성이 있는 맛을 낸다. 그저 라면 한 그릇에도 파김치가 있으면 뚝딱 한 그릇 비워내고, 느끼한 치킨도 파김치와 함께라면 제법 많이 먹게 된다.
또 특제 고등어 동그랑땡은 남편의 최애반찬이자 안주거리였다. 고등어 살만 잘 발라 갖은 야채와 땡초를 넣은 반죽을 동그랗게 빚어 지글지글 구워내면 자꾸 손이 가는 인기반찬이 된다.
그런 어머니 찬스 반찬 공수 혜택도 이젠 비법도 채 전수받지 못했는데 막을 내렸다.
깜박깜박하는 기억력에 겁을 먹고 검사한 뇌검사에서 뇌혈관 혹을 발견 후 시술을 감행, 그 날로 6개월의 병원 신세. 선망증에 가족이며 시공간 개념까지 흐려지신 어머니 보며 마음 졸이며 또 몇년. 호전되지 않는 병세, 늘어나는 약 가지들...결국 파킨슨 병이 점점 짙어지면서 근육 퇴화로 거동이 불편해지시고 집안에서 수발없인 움직이실 수가 없게 되셨다. 우리 온 몸이 근육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이론으론 알지만, 그저 인간이기에 당연히 할 수 있는 동작이라 여겼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실감한다. 못 움직이니 팔다리 근육은 흐물어져 사라지고 뼈에 살가죽만 붙어 있어 만지면 그저 뼈와 얄디얇은 가죽만 있다.
가장 나쁜 건 삼킴 근육의 약화로 음식물을 넘기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늘 아버님은 "니 어미 두 수푼을 못 먹는다"하신다. 입 안에 음식물을 넣고 우물우물 하시나, 그걸 넘기시기가 안되나보다. 특히 액체류가 더 힘들고 물을 삼키는게 젤 고역이란다. 그러니 가지 수 많은 약을 드시려니 어찌되겠는가. 몇 컵을 마셔 겨우 약 먹기가 완료되고, 물로 배를 채우는게 다반사이다. 노인은 밥심이라는데, 그 힘이 없는 어머니는 점점 야위어 가신다. 그래도 가족의 극진한 보살핌으로 단백질 음료 뿐만 아니라 몇 개 못드셔도 가지가지 간식거리 입에 넣어드리며 근기를 채워 드리고 있다.
어머니를 아는 누구라도 늘 하는 말이 참 인정 많고 선한 사람이라 한다. 집 앞 복개천 공사라도 하고 있는 노동인들 보면, 일일이 커피라도 타 가서 나눠주어야 맘이 편해지는 분이다. 우리집 공사도 아닌데 뭐하러 그러냐 해도 보기 힘들어서 그렇다신다. 텃밭 농사 그만하라고 아버님 그렇게 만류해도 소일거리라며 작물 키우시는데 손이 만만찮게 드는 그 일을 하시고 또 다 먹지도 못하여 동네 여기저기 나눠 드린다.
누구나 늙고 병드는 것이니 생로병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나, 정작 눈 앞에 다가온 가족의 일이 되면 쉽게 수용되지 않는다. 선한 어머니의 그 좋은 표정이 이젠 무표정으로 굳어 간다. 안면 근육도 같이 퇴화되면서 표정을 읽기가 힘들다. 웃지 못하는 어머니는 얼마나 더 답답하실까. 목소리조차 점점 작아져 알아듣기가 힘들다. 듣지 못하는 우리도, 말하지 못하는 어머니도 그저 답답하다. 처음엔 몇 마디 웅얼거리시다가 우리가 네?하며 자꾸 되묻고 더 가까이 귀를 쫑긋대는 게 안타까우신지 요즘은 그저 말문을 닫으신다. 그저 쳐다만 보시는데 표정조차 읽을 수 없을 땐 상대를 아는지조차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홀로 부유하는 퀑한 눈으로 초점없이 응시하는 얼굴은 세상사 포기한 인간의 마지막을 보는 듯하여 그저 안타깝다.
그래도 어머닌 매일 걸음마 연습을 하신다. 혼자서는 못하니 식구 누구라도 찾아뵙는 날은 걸음마 연습하는 날이다. 한번을 안 한다 하시지 않고 꼭 목표 바퀴수를 채우신다. 좁은 거실 끝에서 주방까지 돌아 10바퀴를 천천히 도는 게 목표다. 꼭 하나둘 구령을 붙여 발걸음을 맞춰주어야 한다. 때론 휘청거리는 발이 불안하시어 그만할까요?해도 도리질치며 끝까지 다 돌아야 앉으신다. 그 의지가 바로 어머니의 마지막 생의 의욕이고 더 가족곁에 있고픈 어머니의 사랑임을 안다.
회븍되지는 못할지언정 지금의 모습으로라도 곁에 더 계셔주시길 바라며 어머니의 걸음마를 응원한다.
어미의 걸음마
어스름 갈빛 녹아든 좁은 주방에
하나둘 하나둘 걸음마 연습을 한다
펴지지 않는 무릎, 비뚜름한 발바닥
휘청이는 다리에 힘을 준다
뒤에 바투 붙은 딸 구령에 맞추어 가뿐 숨을 참는다
퀭한 살거죽 물같은 얼굴로
다시 한 살배기가 되어 하는 걸음마
두 팔 뻗어 주저하는 아들의 염려도
지나치는 더 늙은 주름의 남편도
오늘의 목표 열 바퀴를 멈출 수 없다
디디는 한 자욱에 서러운 옛 시어미 호통 밟고
또 디디는 한 자욱에 더 서러운 파킨슨 낯선 놈도 밟고
소식조차 없는 막내딸 생사도 지근지근
너희들이 보지 못하는 내 굳은 표정 속에
너희들이 듣지 못하는 내 굳은 성대 속에
아직은 저곳까지가 에움길이길 바라는 어미의 속내 보아라
오늘의 걸음마가 내 사랑이다
젖어가는 등줄기 땀이 내 사랑이다
부디 놀빛속으로 가는 길이 더디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