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이라는 병

‘그냥 우울한 게 아니에요’

by 마음을 쓰는 사람
"요즘 왜 이렇게 힘들지?"
이 말은 현대 사회에서 흔히 들리는 말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종종 “우울하다”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기분이 가라앉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이유 없이 눈물이 날 때. “왜 이렇게 슬프지? 요즘 내 감정을 모르겠어.”
그러나 우리가 일상에서 말하는 ‘우울함’은, 의학적으로 정의되는 우울증과는 분명히 다릅니다.





우울감과 우울증은 다릅니다

기분이 우울한 것과 우울증은 명확하게 구분되어야 합니다.

우울감은 누구나 경험합니다. 실망했을 때, 실패했을 때, 외로움을 느낄 때 등 일상의 사건에 반응하는 일시적인 감정입니다. 하지만 우울증은 이유 없이, 오랜 시간 지속되는 심리적 고통입니다. 단순한 기분의 문제가 아닌, 정신 질환입니다.

미국정신의학회(APA)의 진단 기준에 따르면, 주요 우울장애(MDD)는 아래 항목 중 5가지 이상이 2주 이상 지속될 경우 진단될 수 있습니다.

거의 매일 대부분의 시간 동안 우울한 기분

일상 활동에 대한 흥미 및 즐거움의 현저한 감소

체중 변화 또는 식욕 저하/증가

불면증 또는 과다수면

피로감 또는 무기력감

무가치감 혹은 과도한 죄책감

집중력 저하 또는 결정장애

반복적인 죽음에 대한 생각 혹은 자살 시도

우울증은 단순한 의지나 노력만으로 벗어날 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공감과 위로도 중요하지만, 정확한 이해와 전문적인 개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왜 우울증에 걸릴까?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을 이야기할 때, “무슨 일이 있었길래?”라고 묻습니다. 그러나 우울증은 단일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생물학적, 유전적, 심리적, 환경적 요인이 상호작용한 결과로 봅니다.


- 생물학적 요인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세로토닌, 도파민 등의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은 우울증의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화학물질의 이상은 뇌 회로를 변화시키며 무기력, 자책감, 불안 같은 증상을 유발합니다.


- 유전적 요인

가족 중 우울증 환자가 있다면 발병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유전은 절대적인 원인이 아닙니다. 유전적 소인은 단지 취약성을 의미하며, 환경과 개인의 대처 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심리적 요인

심리학자 애런 벡은 우울증 환자가 세 가지 부정적 사고 패턴을 갖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를 *인지 삼제(Cognitive Triad)*라고 부릅니다.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다.
세상은 나에게 너무 가혹하다.
미래도 희망이 없다.


이러한 자동적이고 왜곡된 사고는 우울증을 더욱 심화시킵니다.


- 환경적 요인

이별, 실직, 학업 또는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가족 문제 등 삶의 사건들이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외부 자극이 없더라도 우울증은 찾아올 수 있습니다. 외적으로는 평온해 보이는 사람도 속으로는 깊은 고통을 겪고 있을 수 있습니다.




약물로 나아질 수 있을까?

항우울제는 뇌의 화학적 균형을 회복시키는 데 효과적입니다.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나 삼환계 항우울제(TCA) 등 다양한 약물이 증상 완화에 사용됩니다.


하지만 약물만으로 모든 증상을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인지행동치료(CBT)나 정신역동치료와 같은 '심리치료는 장기적인 회복과 재발 방지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약물 복용을 부끄러워하거나 거부할 필요는 없습니다. 감기약을 먹듯, 우울증도 약으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분을 좋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뇌의 기능적 이상을 회복시키는 치료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우울증은 뇌 내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에서 비롯되므로, 이 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약물 치료는 매우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단, 의사의 지시에 따라 꾸준히 복용하고, 갑작스럽게 중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약물은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며, 중단 시 심한 부작용이나 재발 위험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output (1).png 감정 흐름 그래프




우울증을 더 넓게 바라보기

우울증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무겁고 복합적인 주제이지만, 다른 심리적 증상들과의 연결성을 고려하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불안장애는 우울증과 함께 자주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불면, 예기불안, 신체화 증상은 두 질환의 공통적인 모습이기도 하며, 우울과 불안은 때로 동일한 뿌리에서 시작되기도 합니다.


또한, 자존감 저하는 우울증의 결과이자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해서 자신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사고방식은 우울감을 더욱 심화시킵니다.


그 외에도 공황장애, 섭식장애, 경계선 인격장애, 수면장애 등은 우울증과 밀접하게 얽혀 있을 수 있으며, 때로는 우울증을 통해 나타나거나 그에 의해 가려지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주제들을 앞으로 하나하나 다뤄보려 합니다. 우울증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부터 시작된 이 탐색은, 마음의 병을 더욱 정밀하게 이해하고, 그 안에서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하는 여정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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