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력 시리즈 1편
독해력, 사고력, 창의력, 표현력, 문제해결력 ...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글자는 ‘力(힘 력)’ 이다.
이는 곧 근육을 의미한다. 독해하는 근육, 사고하는 근육, 표현하는 근육. 근육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 뇌 속 어느 부분일 수밖에 없다. 무거운 운동기구를 들기 위해 근력이 필요하듯 수준 높고 어려운 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독해력이 필요하다. 물론 근력이 약한 사람도 자기 수준에 맞는 무게를 들어 올릴 수는 있다. 하지만 월드 클래스는 될 수 없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공부도 근육이 있다. 그게 바로 ‘공부력’이다. 공부력이 약하다면 남들만큼 공부하기 위해서 시간과 노력이 더 든다. 남들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낸다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다. 근력이 약한 사람이 무리하게 무거운 운동기구를 들어 올리려 하면 근육에 무리가 가고, 심하게는 뼈나 관절도 손상된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자기 공부력을 모르는 사람이 남들 흉내내느라 무리한 계획으로 공부를 시작하면 그나마 가지고 있던 공부 내공을 다 소모시켜 버리거나 공부 페이스를 잃게 된다. 그래서 자신의 공부력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헬스장에 가면 먼저 인바디 검사를 하게 한다. 체성분을 분석하고 비만도 등을 측정하는 과정인데, 보통 체지방률과 근육량의 비율을 중요하게 보고, 신체 부위별로 발달 수준을 평가한다. 이 과정을 통해 겉보기와 달리 체지방이 너무 많거나 근육량이 부족하다는 보이지 않는 문제점을 찾아내기도 하고, 내 신체 중 약점이 되는 부분이 어디인지 찾아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마른 체형이지만 내장비만인 경우에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서 운동 및 식이요법 조절이 필요하다는 예상 밖의 진단을 받기도 한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가끔 공부멋에 취해 사는 학생들이 있다. 하루 종일 독서실에서 시간을 보내다 온 것을 뿌듯하게 여기거나 인터넷 강의를 다 끝마쳤다는 보람에 중독된 학생들이다. 그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공부효능감과 실제 공부효과가 다른 것을 깨닫지 못한 채 공부를 흉내내고만 있는 학생들이 문제다.
이런 학생들의 대부분은 자신의 공부력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래서 실패한다. 예를 들어보자. 오늘 독서실에서 두 시간 동안 수학 문제집을 풀면서 단 한 문제도 틀리지 않았다면 기분이 어떨까? 아마 신나서 집으로 달려가 현관문을 박차고 들어감과 동시에 책가방을 던지고 텔레비전을 켜면서 엄마에게 자랑을 할 것이다. 부엌에서 들려오는 엄마의 환호성과 곧이어 과일과 함께 배달되어 오는 맛있는 음료수 한 잔이 들이키며 쇼파에 앉은 학생은 떳떳하게 리모콘을 이리저리 뒤적거릴 것이다.
무엇이 잘못된걸까?
이 학생은 오늘 하루 종일 자신의 역량에 맞지 않게 너무 쉬운 문제들을 풀어내느라 하루 공부 시간을 헛되게 낭비한 것이다. 근육이 언제 커지고 근력이 어떻게 강해지 아는가? 그것은 하루 운동의 클라이막스 시점에서 역치를 넘어서는 무게를 잠깐이나마 들어 올리는 바로 그 때, 근육이 찢어지는 아픔을 겪으며 성장되는 것이다. 오늘 하루 종일 수학 문제를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면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수학의 신이거나 바보 같은 고부에 도취되어 있는 진짜 바보이거나.
공부를 하려면 아파야 한다.
공부 근육이 찢어지면 아프다. 내 공부력을 한참 넘어서는 공부 계획은 허망한 것이고, 실현될 수도 없는 것이지만 거꾸로 내 공부력에 걸맞지 않게 너무 쉬운 공부를 계속하는 것은 나의 역량을 향상시키는 데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 이는 결국 자신의 공부력을 정확히 측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비극이다. 공부력은 뇌의 근육이므로 근력을 키우기 위해 운동선수들이 반복하는 과정처럼 자신의 근력 수준을 정확히 측정하고, 그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정밀한 계획과 고도의 집중력과 인내심을 통한 실행, 그리고 최종적으로 그 결과를 평가하는 하나의 공부 사이클을 통해 성장된다. 어느 것 하나가 빠져서는 안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진단이다. 나의 공부력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 그것이 제대로 된 공부의 첫 단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