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는 지켰고, 검정고무신은 뺏겼다

사후 70년, 프리랜서의 저작권 상속 가이드

by Designer Nine


2024년 1월 1일, 월트 디즈니의 초대 미키마우스 저작권이 만료되었다. 디즈니는 이 캐릭터를 지키기 위해 수십 년간 미 의회를 설득해 법까지 바꿨다. 그들에게 지식재산권(IP)은 기업을 지탱하는 핵심 자산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대한민국에는 안타까운 사례가 있다. 국민 만화 <검정고무신>의 故 이우영 작가는 생전 불공정 계약으로 인해 자신의 캐릭터를 마음대로 그리지 못하는 고통을 겪었다. 작가 사후, 유족들은 저작권을 되찾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법적 싸움을 벌여야 했다. 이 두 사례는 극명한 교훈을 준다. 잘 관리된 저작권은 사후 70년 동안 가족을 지키는 자산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저작권은 힘든 싸움을 남길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프리랜서 디자이너인 나에게도 이는 남의 일이 아니다. 내가 갑자기 부재할 때, 내 작업물과 권리는 어떻게 될까? 이번 화에서는 프리랜서의 퇴직금이자 연금인 저작권(IP)을 가족에게 안전하게 인계하는 실무적 방법과 최근 이슈인 AI 저작권 문제까지 정리했다.


スクリーンショット 2026-02-08 180532.png 유튜브 출처: JTBC News - '검정고무신' 법정 다툼 7년 만의 마무리… 고 이우영 작가 유족 최종 승소|지금 이 뉴스





1. 하드웨어의 물리적 가치와 데이터의 자산 가치


저작권법상 저작재산권은 창작과 동시에 발생하며, 엄연한 재산권으로서 상속의 대상이 된다. 디자이너에게 외장하드 속 원본 소스(ex. PSD, AI)와 플랫폼에 등록된 판매용 템플릿 등은 단순한 파일이 아니라 자본이다. 문제는 남겨진 가족들의 인식이다. IT나 디자인 업계 종사자가 아니라면, 그들에게 고인의 컴퓨터는 그저 처분대상에 불과할 수 있다.


해당 간극을 메우지 않으면, 가족들이 컴퓨터를 포맷하고 처분하는 과정에서 수십 년간 보호받을 수 있는 잠재적 자산이 영구적으로 소멸한다. 따라서 평소에 가족들에게 저장장치 내부에 저장된 데이터가 하드웨어 자체보다 중요한 자산임을 인지시키거나 최소한 내가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조금이라도 공유할 필요가 있다.


Frame 1.png USB, 구글 드라이브, iCloud 등 제품을 처리해도 데이터를 보존할 수 있는 곳에 정리하는 걸 추천한다.





2. 플랫폼 계정 정보와 접근 권한


나는 현재 크몽, 엣시, 외주 사이트 등 여러 플랫폼에서 활동하며 수익을 얻고 있다. 하지만 내가 사망 시, 가족들이 내 계정에 접근할 수 없다면 이 수익 구조는 멈춘다. 플랫폼 규정에 따라 휴면 계정으로 전환되거나, 수익금이 소멸할 수 있다.


그렇다고 살아있는 동안 가족에게 모든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것은 사생활 침해이자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일 수 있다. 그렇다고 또, 너무 숨겨두면 정작 필요할 때 가족이 찾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자동화 기능과 위기 상황 시 공유할 수 있는 장소를 활용해야 한다.


-2-1. 디지털 유산 기능 활용: 구글의 휴면 계정 관리자(Inactive Account Manager)나 애플의 유산 관리자(Legacy Contact) 기능을 설정해 둔다. 일정 기간 접속이 없으면, 미리 지정한 가족에게 데이터 접근 권한이나 계정 정보가 자동으로 전송된다.

(*관련된 내용은 내가 죽으면 내 비공개 인스타는 누가 지워줄까? 아티클을 참고해 주세요!)


-2-2. 특정 공간에 보관: 자동화 기능이 없는 플랫폼 정보는 노트에 적어 밀봉한 뒤, 보험증권이나 임대차 계약서(혹은 중요 문서 보관함)가 보관된 파일에 함께 넣어둔다. 유족들이 사망 신고나 상속 처리를 위해 반드시 꺼내 보게 되는 서류와 함께 두는 것이 가장 확실한 전달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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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AI 생성물의 저작권 인정 여부


최근 미드저니, 챗지피티, 제미나이 등 AI 서비스를 활용한 디자인이 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법적 쟁점이 있다. 한국과 미국 저작권청은 "인간의 창작적 개입이 없는 순수 AI 생성물은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만약 AI로 생성만 해둔 제작물로 가득하다면, 이는 법적으로 독점적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공공재에 가깝다. 가족들이 이를 상속받더라도 권리 행사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정리가 필요하다. [순수 AI 생성물] [내가 2차 가공하여 창작성을 불어넣은 결과물]을 폴더별로 명확히 구분해 둬야 한다. 가족이 법적으로 보호받으며 수익을 주장할 수 있는 자산은 인간의 개입이 증명된 결과물 뿐이기 때문이다.


スクリーンショット 2026-02-08 183256.png 출처: https://www.newsspace.kr/news/article.html?no=7932





4. 제2의 검정고무신 사태를 막기 위한 계약 이력 관리


외주 작업을 하던 작가가 사망했을 때,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가 [원본 소유권 분쟁]이다. 클라이언트는 "비용을 지불했으니 원본을 달라"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때 가족들이 계약 내용을 모르면 속수무책이다. 특히 하단의 내용을 명확히 인지 후 구별해야 하는 것이 필수다.


1. 저작권 양도: 모든 권리를 넘긴 것인지
2. 이용 허락: 사용권만 준 것인지


<검정고무신> 사태 역시 불공정한 계약 내용이 발목을 잡았다. 만약 가족들이 어떤 클라이언트와 어떤 조건으로 계약했는지 모른다면, 정당한 권리가 있어도 대응조차 할 수 없다.


따라서 주요 프로젝트별 계약서나, 최소한 계약 조건이 요약된 업무 리스트를 남겨야 한다. 이는 가족들이 부당한 요구에 대응하고 내 저작권을 지킬 수 있는 근거 자료가 된다.


スクリーンショット 2026-02-08 182453.png 유튜브 출처: '검정고무신' 비극 다시없도록… 창작자 권리보호 대책 내놨다 [9시 뉴스] / KBS 2023.03.15.




마치며


학교가 끝나고 학원 가기 전에 간식을 먹으며 투니버스에서 틀어주는 만화를 보는 게 일상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검정고무신>은 달빛천사나 디지몬 어드벤처 같은 일본 만화보다 투박했지만, 내가 태어나기 이전의 한국 모습과 당시 500원의 가치를 알려주는 하나의 역사 다큐멘터리였다. 그만큼 한국인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콘텐츠였지만, 결국 저작권 문제와 관련해 논쟁에 휩싸이면서 작가님과 유족들은 오랜 기간 힘든 싸움을 진행해야 했다.


디즈니가 미키마우스를 지키고, 검정고무신 유족들이 힘겹게 권리를 되찾으려 했던 이유는 하나다. 창작물은 작가의 영혼이자, 남겨진 가족에게는 작가가 가족들을 위해 남겨놓은 실질적인 생계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보호받는 내 창작물을 명확히 분류하고, 이에 접근할 수 있는 정보를 가족이 인지할 수 있는 곳에 남겨두는 것. 내 작업물이 단순한 데이터로 소실되지 않고, 가족을 위한 실질적 자산으로 남기 위한 필수적인 절차다.


추억.png 故 이우영 작가님, 제 어린 시절을 따뜻하게 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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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작가님이 죽음을 알아요? 질문 앞에서

[9화] 내 마지막 순간에 "알아서 해주세요"는 없다

[10화] 장례식의 최저가는 1,500만 원이다

[11화] 빚은 물려주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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