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의 한계
갑자기 둘째가 친구를 데리고 왔다. 나는 오전에 청소기를 돌리며 정리를 해 놓은 상태라서 집은 신경 쓰지 않고 반갑게 아이들을 맞았다. 둘째 친구가 거실에 가방을 내려놓으며 뜬금없이 하는 말이
"우리 집은 너희 집보다 더 지저분해!"
'응?' 나는 잘못 들었나 싶었다.
'나 분명히 청소했는데?'
그때 아들의 친구는 한마디 더 붙였다.
"우리 집 바닥은 너희 집보다 뭐가 더 많아."
그 말을 듣고 둘러보니 나는 청소를 한다고 했지만 우리 집은 여전히 너저분했다.
나도 원래 이런 사람은 아니었다! 어린아이 셋을 가정 보육하며 데리고 있자니 정말 할 일이 많았고, 원래도 저질 체력에 한계가 왔다. 가장 먼저 포기한 부분이 '청소'였다. 아이들이 기어 다닐 땐 먼지라도 먹을까 봐 쓸고 닦았는데 이제 그 단계는 지났으니..
'청소하며 힘든 시간에 차라리 애들하고 더 놀거나 먹을 것을 잘 챙기자'
생각했고 그렇게 몇 년을 살았다. 그랬더니 어수선한 집이 너무 익숙해져버렸나 보다.
지금까지도 가끔 펼쳐보는 책인 박혜란 선생님의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에서 선생님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신 내용이 나온다. 할 일이 많아져서 버거운 차에 '청소'를 내려놓았더니 정말 편해졌다고, 그리고 지인분이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창의력이 뛰어날 것이다!'는 찬사를 보냈다고 하셨다. 실제로 선생님의 세 아드님은 모두 창의적인 직업을 갖고 계시니 틀린 말은 아니지 싶다. 물론 그게 다는 아니겠지만) 아무튼 이 책을 읽고 나서 마음 한편에 남아있던 찝찝한 마음마저 사라졌다. 다행히 남편도 나에게 깨끗한 집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너저분한 집이 못 견디게 싫었다. 아이들에게 '정리해라!'소리치며 깨끗하게 치우고 말했다.
"얘들아, 집이 깨끗하니까 너무 좋지?"
"어.. 좋으면 엄마 사진 찍어서 매일 봐."
"..."
아! 내가 낳은 아이들이지만 이렇게 멀다..!
지금은 아이들에게 매일 저녁 거실 정리를 하게 한다. 깔끔한 집을 원해서라기 보다는 정리도 교육이 필요하다 싶었고 '함께 사는 사람에 대한 배려'라고 말해주었다. 이 집은 '우리 집'이니 '우리' 모두 편안해야 하니까..
그런데.. 아이들은 불편하려나?
덧.
매일 아침 아이들이 나가고 나면 딱 5분간 큰 것을 치우고 청소기를 후딱 돌린다. 인친님은 5분 타이머를 맞춰놓고 한다는데 그것도 좋은 팁인 것 같다. 아침에 이렇게 5-10분만 후다닥 치워도 손 쓰기 어려울 만큼 지저분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