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코이카 해외봉사단원으로 몽골에서 한국어를 가르쳤다. 그런데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나 스스로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을 항상 느꼈다. 대학교에서 국어국문과를 졸업했고 한국어교원 자격증도 가지고 있었지만 한국어 교육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것이 많았고, 가르칠 때 실수도 많이 했고, 학생들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할 때도 빈번했다. 그래서 귀국하자마자 교육대학원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학과에 입학 원서를 냈다. 한국에서 한국어 교사로 계속 일하려면 석사 학위가 거의 필수이기도 했고 더 전문적인 교사가 되고 싶기도 했기 때문이다.
교육대학원은 6학기제인 대신에 여름과 겨울 방학 때만 수업이 있어서 직장을 다니며 공부할 수 있었다. 직장 때문에 휴학을 두 번 하고 그렇게 총 4년 동안 대학원을 다녔다. 방학 동안에만 수업을 듣고 이미 한국어 교원 자격증이 있으니 많이 힘들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이론 공부는 항상 어려웠고 새로 배우는 것들도 정말 많았다. 특히 논문을 쓸 때는 정말 힘들었다. 코로나 시국에도 논문 자료 조사 때문에 다른 지방에 가서 자료 조사를 하고, 매일 도서관에 가서 머리를 싸매고 글을 썼다 지우고 썼다 지우고, 셀 수도 없는 선행 논문에 파묻혀 지냈다. 그럼에도 글이 생각만큼 잘 써지지 않아 '이 짓을 빨리 끝내버리고 싶다'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논문을 다 완성해도 워낙 걱정이 많은 성격 탓에 논문 통과 전까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렇게 고생한 끝에 올해 초, 드디어 졸업하고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나도 이제 석사가 된 것이다. 주변 사람들은 석사 학위 땄으니까 이제 박사를 할 거냐고 물었다.
그런데... 나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다시 대학교에 입학해 버렸다. 그것도 다른 전공도 아닌 한국어학부로 말이다.
한국어 교육 석사 학위도 땄는데 대학교 한국어 교육학부로 입학하다니. 대체 왜?
이유는 하나다. 바로 "다문화사회 전문가 2급 수료증"을 받기 위해서다.
다문화사회 전문가는 사회통합 프로그램이나 조기적응 프로그램 등 이민자 대상의 사회통합 지원 정책에서 강사나 교원 등 전문 인력으로 활동할 수 있는 전문가이다.(참고: 법무부 사회통합정보망)사회통합 프로그램은 한국 국적이나 영주권을 취득하려는 목적의 외국인이나 한국 국적을 취득한 지 3년이 안된 사람이 이수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수료하면 귀화 시험 때 가점을 받거나 귀화 시험을 면제받을 수 있고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다. 조기적응 프로그램은 한국에 입국하는 외국인이 한국 사회에 빨리 적응할 수 있게 돕는 프로그램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법무부에서 시행하고 있다.
이 사회통합 프로그램 강사로 일하기 위해서는 "다문화사회 전문가 수료증"이 필요하다.법무부에서는 다문화사회 전문가 교육을 하는데, 이 교육은 아무나 신청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바로 법무부에서 인정하는 다문화사회 전공이 개설된 대학교를 졸업한 사람만 신청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수료증을 받기 위해 고려사이버대학교 한국어 다문화 학부에 3학년 편입생으로 입학했다.
다문화 가정 학생들, 이민자와 영주권 신청자들을 가르치려면 이 수료증이 꼭 있어야 하는 건가?
그건 아니다.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한국어교원 자격증만 있어도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사회통합 프로그램에는 한국어와 한국문화 과정과 한국사회 이해과정이 있는데, 한국어와 한국문화 과정은 한국어 교원 자격증만 있어도 가르칠 수 있다. 한국사회 이해과정만 다문화사회 전문가가 가르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한국어교원 자격증만으로 작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를 돌아다니며 다문화 가정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었다.
그렇다면 굳이 없어도 되는 수료증을 받기 위해 대학에 다시 입학한 이유는?
몽골에서 2년, 베트남에서 2년 동안 주로 성인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쳤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1년 동안 대학교에서 어학연수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그러다가 작년에 코로나가 터지고 대학교 한국어교육센터를 그만두게 됐지만 운이 좋게도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가르칠 기회를 얻었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부모가 모두 외국인이거나 결혼이주민처럼 부모 중 한 명이 외국인인 경우이다.
처음으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친 것인데, 가르치면 가르칠수록 느낀 것이 있다. 첫 번째는 아이들 교육은 성인 교육과 접근 방법이 너무 다르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가르치는 한국어 교사는 한국어만 잘 가르쳐서는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아이들과 아이들이 처한 가정환경을 잘 이해해야 했고, 아이들이 어떤 면에서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지 겉으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을 교육하는 방법도 잘 모르는 초보였고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몽골에서 내가 너무 부족한 한국어 교사라는 것을 느껴서 대학원에 진학했는데,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가르치며 나의 부족함을 또 느낀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이 분야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쓴 <우리는 함께 자란다>의 또 다른 주인공인 여섯 살 다문화 아이 진수를 가르치며, 진수와 같은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었다. '도와준다'는 것은 한국어를 잘 가르치고 아이들의 학교 생활 적응을 돕는 것뿐만이 아닌,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학교와 가정, 나아가 사회에서 겪는 다양한 어려움을 해소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연도별 국내 장단기 체류 외국인 현황(출처: 법무부 - 통계정보)
법무부 통계 조사에 따르면 연도별 장단기 체류 외국인은 2020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조금 줄었지만 2019년까지는 계속 증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중에서도 결혼이민자 수나 영주자격 외국인은 코로나가 덮쳐도 증가했다.
연도별 영주자격 외국인과 결혼이민자 현황(출처: 법무부 - 통계정보)
다문화 가정도, 다문화 가정 아이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안 좋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지만 한국이 점점 다문화 사회가 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한국은 현재 다문화 관련해서 여러 정책을 하고 있고, 그중에는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 정책도 많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이런 정책이 과연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가?' 싶은 정책도 있다. 진수를 포함한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아이들에게 더 도움이 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정말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나아가 정책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다문화 사회 전문가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점점 늘어날 것이다.한국어 교원 자격증만 있어도 다문화 아이들을 가르칠 수는 있지만, 다문화사회 전문가 과정을 수료하면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뿐만 아니라 다문화 정책과 관련된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이 있다고 다문화 관련 정책을 하는 곳에 취업을 쉽게 할 수 있다거나 지금보다 더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선택하고 도전할 수 있는 길이 더 많아지는 것이다. 이런 여러 생각들은 나를 결국 대학교로 다시 불러들였다.
직장을 다니며 공부하는 것이 힘들지는 않나?
솔직히 힘들어 죽겠다. 장학금을 받으려면 수업을 5개 이상 들어야 해서 그러고 있는데 정말 힘들다. 사이버대 강의지만 시험과 과제가 어려운 편이라서 절대 대충 들을 수 없다. 지금은 집에서 온라인으로 주 15시간 동안 베트남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그나마 출퇴근을 하지 않아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게 다행이다. 오전에 대학교 강의를 듣고 잠깐 운동을 다녀온다. 그리고 오후 1시에 출근부 앱으로 출근을 찍은 후부터 밤 10시에 퇴근을 찍을 때까지는 수업 준비나 숙제 검사 등을 하거나 수업을 한다. 퇴근을 찍으면 다시 대학교 강의를 듣거나 복습을 하거나 과제를 한다. 사이버대 강의는 거의 직장인들이 듣는데, 직장에 직접 출퇴근하며 강의를 듣는 분들은 정말 어떻게 하시는 건지 대단하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과 책을 읽는 것이 취미인데, 책 읽을 시간은 없고 브런치에 글도 자주 못 올린다... 오늘도 강의를 들어야 하는데 그냥 주말에 몰아서 듣자는 심정으로 이렇게 브런치를 하고 있다.
돈이 아깝지 않나?
아깝다. 고려사이버대학교 한국어 다문화 학부는 한국어 교육 전공과 다문화 국제협력 전공이 있는데, 보통은 두 전공을 모두 공부하고 졸업해서 한국어교원 자격증과 다문화사회 전문가 수료증을 취득한다. 그런데 나는 한국어교원 자격증은 필요가 없어서 다문화 국제협력 전공만 공부한다. 학비가 아깝다. 대학원 학비도 아까웠는데 다시 학비를 내는 처지가 되다니. 하지만 수업 내용은 확실히 앞으로 나한테 도움이 될 것 같다. 수강하는 과목 중에는 유아기부터 학령기 다문화 아동들을 이해하고 그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다문화가족 아동의 이해>라는 과목이 있는데, 공부할 때마다 진수 생각이 많이 나는 과목이다. 이런 수업을 진수를 가르치기 전에 미리 들었으면 아이를 더 잘 이해하고 아이에게 더 많은 것을 가르칠 수 있었을 텐데.
그리고 학비가 아까워도 나는 계속 공부할 것이다. 그것이 이것 말고 다른 전공을 공부해야 하는 일일지라도 말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나는 확실하게 안다.학비는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걷기 위한 통행료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돈이 아깝지만, 나중에 내가 원하는 그곳에 도달했을 때는 '아 그때 돈 내고 오길 잘했지'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앞으로도 나는 내가 공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또 기꺼이 돈을 낼 것 같다. 꿈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지 않은가? 나는 지금 바쁘지만 행복하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가고자 하는 길이 확실하고, 꿈을 위해 계속 나아가고 있으니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