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글을 안 올렸다. 글을 안 올린 이유는 100번째 글은 좀 더 특별한 글로 올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발행했다가 내린 글이 4개 있어서 100번째 글은 아니다. 내린 글은 정보성 글인데, 글을 올렸을 때와 지금이 달라진 것이 많아서 혹시 그 글을 읽고 잘못된 정보를 얻는 분들이 있을까 봐 내렸다. 실제 100번째 글은 아니지만, 그래도 작가 페이지에 있는 '글 100' 표시가 중요하게 여겨졌다. 연인들도 100일을 중요하게 여기고 아기들도 백일잔치를 하고, 한 세기의 단위도 100이지 않는가. 어쨌든 이러한 이유로, 100번째 글은 나 자신을 축하하는 글로 올리고 싶었다.
축하할 일 1. 100번째 글을 축하합니다!
브런치에 두근두근 떨리는 가슴을 붙잡고 첫 글을 올린 것이 엊그제같이 생생하다. 소심한 성격 탓에 내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읽힌다는 생각을 하니 좀 무섭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름 용기를 내어 작가 신청을 하고 글을 올렸다. 라이킷 수가 하나 둘 올라가고 댓글이 달릴 때마다 너무 신기했고 설레기도 했다. 그리고 혹시 나와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이 내 글을 읽을까 봐 걱정이 되기도 했다. 뭐 이상한 글을 쓴 것도 아니고 거짓을 쓴 것도 아닌데 왜 그런 걱정이 되었을까. 지금은 주변에 다 말하고 다니는데 그때의 나를 생각하면 나 자신이 좀 귀엽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쨌든, 이런 시절이 있었는데 어느덧 100번째 글을 올리게 되었다! 나의 100일... 은 아니지만 100번째 글을 축하합니다!
축하할 일 2. 공모전 입상을 축하합니다!
두 개의 한국어 교육자 수기 공모전에 도전했는데 상을 탔다! 그것도 두 개 모두! 하나는 충북 다문화교육지원센터가 주관한 '2021년 충북 다문화교육 우수사례 공모전'이고 다른 하나는 디지털서울문화대학교 한국어학과에서 주관한 '제12회 국내 및 해외 한국어 교육자 체험 수기 공모전 '이다. 충북 다문화교육 우수사례 공모전에는 브런치북 <다문화 학생들과 추억>에서도 소개했던 샨드라라는 9살 인도 아이를 가르친 경험을 다시 써서 응모했고 장려상을 받았다. 디지털서울문화대학교 공모전에는 지금 일하고 있는 세종학당에서 온라인으로 베트남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이야기를 썼고, 입선에 당선됐다. 두 공모전 모두 제일 낮은 상을 받았지만, 응모한 공모전에 모두 입상하다니 얼마나 좋고 감사한 일인가! 게다가 디지털서울문화대학교 공모전은 8년 전에도 입선이 된 경험이 있었다. 그때도 세종학당에서 경험한 일로 입선에 당선되었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때는 한국어 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품은 대학생이었고 외국인 학습자들에게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행사에서 봉사활동을 한 경험을 썼지만, 지금은 7년 차 한국어 교사이고 세종학당에서 일하는 교원의 입장에서 글을 썼다는 것이다.
디지털서울문화대학교 한국어학과에서 수상 소감을 보내달라기에 어떻게 써야 하나 고민이 되어 8년 전에는 어떻게 썼는지 찾아봤다.
"앞으로 한국어 교사가 되어 세계로 나가 일을 하면서, 그때 만났던 외국인 학습자들을 꼭 다시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그때의 수상 소감을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때 한 다짐을 정말로 이루었구나. 정말로 한국어 교사가 되었고 몽골, 베트남으로 나가 일을 했고 몽골에서 행사 때 만났던 친구들을 정말로 만났었다. 8년 전의 당선 소감을 보며 잠시 그동안 내가 살아온 길을 다시 돌아봤다. 수상 소감대로 살다니, 그렇다면 앞으로도 지금 쓰는 수상 소감대로 살 수 있지 않을까? 부자가 되겠다고 할까?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겠다고 할까? 아주 살짝 이런 마음이 들긴 했지만 당선 소감에 뜬금없는 속마음을 쓸 수는 없으니... 어떻게 써야 하나 고민하다가 이렇게 썼다.
"항상 초심을 유지하며, 지금보다 더 많은 학습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그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교사로 살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나의 초심은 세속적인 욕심에 휘둘리지 않는 것,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에 대해 과한 걱정을 하며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내가 살고 있는 현재에 충실하며 사는 것이다. 좀 오글거릴 수도 있지만, 초심을 유지하며 나에게 배우는 학습자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는 것이 내 진심이고 목표이다. (물론 부자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다는 것도 진심이기는 하다...)
사실 이것 때문에 그동안 글 발행을 미뤘다. 디지털서울문화대학교 공모전 수상작 글들은 홈페이지에도 올라오는데, 수상작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다. 그런데 수상작이 언제 올라올지 모르고 빨리 글을 발행해 브런치 결산 리포트를 받고 싶어 지난주 금요일에 온라인 시상식을 마치고 바로 글을 썼다. 공모전에 당선된 나 자신을 축하합니다!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나에게 많은 변화가 생겼다. 브런치를 시작한 게 올해 2월이었는데 8월에 책을 출간했다. 그리고 책을 출간하면서 앞으로의 인생 계획에 대한 확실한 목표가 생겨 그동안 막연히 생각하고만 있던 다문화사회전문가가 되기 위해 사이버대학교에도 입학했다. 그리고 브런치를 하면서 많은 작가님들을 알게 되었고 구독자도 감사하게도 300분이 넘었다.
취미도 바꾸었다. 작년까지 내 취미는 게임이나 독서였는데, 올해는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이 되었다.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나는 글을 쓰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글을 쓰는 것이 재미있어졌고, 내 글을 읽은 독자들의 반응을 보는 것도 좋아졌다. 물론 글을 쓰면서 내 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글이 써지지 않을 때, 다음 글에 대한 주제가 생각이 안 날 때는 스트레스를 좀 받기도 하지만 그건 좋은 스트레스이다. 그런 스트레스를 받는 것조차 재미있고, 결과적으로 글 한 편을 완성해 올렸을 때, 그것이 잘 쓴 글이든 아니든 소소하지만 뭔가를 해냈다는 쾌감이 들기도 한다.
벌써 연말이 가까워졌다. 그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제껏 살면서 어느 해나 평범하지 않고 항상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지만, 브런치와 함께 한 2021년은 몇십 년이 지나도 가장 특별했던 해로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