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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어 교원 Sep 11. 2022

여행한국어 수업

2021년 문화원 세종학당 1학기

"단단하고 마리아(<여행한국어> 교재 주인공) 씨가 한국으로 여행을 왔어요. 여기는 인천공항이에요. 공항에 도착하면 무엇을 해요?" 


"버스를 타요.", "호텔에 가요."


"네. 호텔도 가고 서울도 가요. 뭘 타고 가요? 버스, 택시, 지하철을 타고 가요."

"단단은 버스를 탈 거예요. 그런데 어디에서 표를 사요? 잘 몰라요. 그래서 물어봐요. 따라 하세요. '공항버스 매표소는 어디에 있어요?'" 


"공항버스 매표소는 어디에 있어요?"

   

2021년 1학기 여름방학 특별 수업으로 <여행한국어> 수업을 했다. <여행한국어>를 선택한 이유는, 정규 학기에서 다루지 못한 특별한 수업을 하고 싶었는데 마침 세종학당재단에서 단기 과정 용으로 만든 <여행한국어> 교재가 있고, 학생들이 PDF 교재를 누리 세종학당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으니 좋겠다 싶어서였다.


<여행한국어> 표지와 목차 (출처 : 누리 세종학당 <여행한국어> e-book)

      

<여행한국어> 교재 내용 일부 (출처 : 누리 세종학당 <여행한국어> e-book)


<여행한국어>는 총 10과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침서에 따르면 30시간 과정과 12시간 과정을 할 수 있다. 30시간 과정은 예비편을 포함한 모든 과를 공부하는 것이고, 12시간 과정은 1~3과를 필수적으로 하고 4과부터는 선택적으로 하는 것이다. 특별학기 총 수업 시간은 24시간어서 1~3과하고 학생들이 관심이 많은 4과 쇼핑, 5과 대중문화 1, 7과 체험 1 단원을 수업했다.


과목 : 여행한국어
대상 : 세종한국어 2권을 수료한 학생들
학습 목표 : 한국 여행을 할 때 자주 사용하는 말과 한국 문화와 관광 정보 등을 공부한다.
기대 효과 : 한국어 말하기 능력이 향상되고 한국 문화를 더 많이 알 수 있다.
수업 방법 : 줌(zoom)을 이용한 온라인 수업          


수업 준비를 할 때 제일 고민되었던 것은 학습자 수준이었다. 지침서에는 세종한국어 2~3권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주 대상이라고 해서 접수받을 때 세종한국어2 이상을 수료한 학생으로 받았는데, 학생 명단을 보니 수준이 세종한국어2권부터 5권 수료까지 다양했던 것이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는 교재 6과, 8~10과는 수준이 너무 높았다. 간접 인용 문법 '-다고 하다, -라고 하다' 등은 세종한국어 6권에, 축약형인 '-대요, 래요' 등은 세종한국어 7권에 나오는데, 대상이 세종한국어 2~3권 공부하는 학생이라는 <여행한국어> 교재 9과에 나왔다. 사실 1과부터 세종한국어 4에서 배우는 문법과 어휘가 나와서 세종한국어 2를 수료한 학생이 듣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했다. 


정규 수업 때는 문법 설명을 한국어로만 하고, 어휘도 가끔 베트남어를 참고할 때가 있지만 한국어로 설명을 한다. 그리고 수업은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하는 데 목적을 두고 말하기 연습에 중점을 두었다. 그런데 여행한국어는 학생들 수준에 어려운 단어와 문법이 많이 나오는 데다가 단기 과정이니, 문법과 어휘 설명을 하나하나 자세히 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문법과 어휘 설명을 하되 베트남어 번역본을 같이 보여줬고, 어떤 의미인지만 가르치고 연습도 아주 짧게 했다. 그리고 문법 설명을 최소화하고 문장을 여러 번 반복해서 암기하는 데 중점을 두었고, 단원의 마지막에 회화 연습을 조금 하는 방법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청각 구두식 교수법: 문법은 최소한으로 설명하고 제시된 문장을 반복해서 듣고 말하는 식으로 암기함. 어려운 문법 설명이 없어서 초급 단계에 적합하고 회화를 빠르게 익힐 수 있다는 장점과 배운 외국어를 실생활에 적용하기 어렵고 고급 수준 학습자에게 맞지 않는 등의 단점이 있음)



수업 자료. 베트남어 번역 부분은 구글 번역기를 사용한 후 친한 베트남 사람에게 교정을 부탁함.


여행한국어 수업을 하기 전에 세종학당 교원 재교육 과정 중 하나로  '비대면 한국어 수업의 이해'라는 수업을 들었었다. 그런데 강의를 들으면서 살짝 자책을 했다. 강의를 진행하시는 교수님께서 '패들렛', '퀴즈앤', '퀴즈렛', '구글 클래스룸' 등의 온라인 학습 보조 사이트 등을 알려 주셨는데, 온라인 학습이 보편화된 지금 이미 많은 선생님들이 활용하고 있는 사이트라고는 것이다. 나는 구글 클래스룸밖에 몰랐다. 나름 트렌드를 잘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뒤쳐지고 있었던 건가? 강의를 듣다 보니 퀴즈렛과 퀴즈앤 등의 퀴즈 사이트는 수업 시간에 게임을 하며 활용할 수도 있고, 예습이나 복습 자료로 활용하기에도 좋아 보였다. 이런 사이트를 활용한 교육 방법 예시를 보다 보니, 내가 너무 정보가 없었고 현재에만 안주하는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한국어> 수업에는 패들렛과 퀴즈렛을 복습 활동으로 쓸 수 있게 활용했다. 패들렛은 마치 교실에 있는 게시판 같은 하나의 작업공간(담벼락)에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포스트잇을 붙여 놓는 것 같은 작업이 가능한 웹사이트이다. 교사가 학습 자료를 학생들에게 공유하기에 편리해 보였고 학생들이 과제를 올리거나 서로 정보 공유하는 데 유용할 것 같았다. 그래서 수업이 끝나면 그날 배운 문법 자료와 복습 자료, 추가로 보면 좋을 자료(예를 들면 한국의 지하철을 배운 후 유튜브에 있는 지하철 환승 방법 영상 공유) 등을 패들렛에 올렸다. 퀴즈렛은 교사가 학습 내용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단어 쓰기, 낱말 카드, 카드 맞추기, 문장 쓰기 등 다양한 퀴즈를 만들어 준다. 번역된 구문만 반복적으로 연습할 수 있는 게 좀 아쉬웠지만 상대적으로 어려운 내용을 배우는 초급 학생들한테는 부담이 될 되고 당일 수업을 못 들은 학생도 수업 내용을 쉽게 알 수 있었지 않을까 생각한다.


퀴즈렛 퀴즈

                                                       

하지만 두 번째 수업 이후, 안타깝게도 수업 전에 걱정했던 대로 자기 수준에 맞지 않아 너무 어렵다며 수업을 포기하는 학생이 생겼다. 


"선생님, 죄송하지만 저는 수업을 못 들어요. 세종한국어 3권을 공부하지 않아서 저한테 수업이 어려워요. 다음에 다시 공부할 거예요."


학생 중에는 세종한국어 2권만 수료한 학생이 두 명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 포기한 것이다. 이건 내 잘못도 있었다. 수업 중 새로운 문법 설명을 할 때 내가 "이 문법은 세종한국어3권에 나와요. 3권을 공부한 학생은 기억나죠?"라는 말을 두 번 했는데, 두 명을 제외한 다른 학생들은 모두 아는 내용이라 다 기억난다고 대답을 했다. 그래서 2권만 수료한 그 학생은 수업이 자기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안 그래도 내용이 어려웠을 텐데 2권 수료 학생들을 생각하지 못하고 질문한 것이 미안했다.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전 단계 수업을 듣지 않은 학생이 있을 때는 학생들에게 그런 질문을 하지 않았다. 





지난주 여성가족부 공식 블로그에 '문화를 나누는 교실 2 - 우리는 서로 문화를 나눠요' 글이 올라왔습니다.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특히 다문화학생들 교육에 관심 있으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https://blog.naver.com/mogefkorea/222864888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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