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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어 교원 Sep 18. 2022

상을 세 개나 타다니!

2021년 문화원 세종학당 2학기

2021년 10월에 후에 세종학당 운영요원 린짱이 갑자기 내가 쓴 <우리는 함께 자란다>를 들고 있는 사진을 메시지로 보냈다.


베트남 후에까지 간 <우리는 함께 자란다>



"아니 어떻게 샀어요??"

"한국 가서 샀어요!"

"아... 응아 씨가 보내줬구나."

"어떻게 알았어요? 맞아요. 응아 씨한테 사서 보내 달라고 부탁했어요."


응아 씨는 후에 세종학당에서 린짱과 같이 계속 공부한 친구인데 한국에서 유학 중이었다. 응아 씨가 며칠 전에 메시지로 책을 구매했다며 인증 사진을 보냈었는데, 린짱도 응아 씨에게 부탁해서 책을 산 것이다. 그 전에는 코이카 단원 시절 가르쳤던 몽골 학생이 한국에 있는 지인을 통해서 내 책을 구매했다고 연락을 했었다. <우리는 함께 자란다>가 몽골과 베트남에도 진출(?)했다. 해외에서 책을 구매해 준 그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웠다. 2021년에는 이렇게 개인적으로 좋았던 일들이 많이 있었던 거 같다. 그중에는 베트남으로 가야 하는데 가지 못해서 좋았던 일이 많았다.


2021년 9월이 되고 2학기가 시작되어도 나는 여전히 베트남에 파견을 못 가고 한국에 있었다. 베트남의 다른 세종학당과 달리 문화원은 공공 기관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베트남 문체부로부터 외국인 채용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게 베트남 상황(코로나+정치) 때문에 계속 나오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출국을 못하고 있는 게 싫지는 않았다. 온라인 수업은 불편하긴 해도 많이 익숙해졌고, 한국에 있어서 좋은 점도 있었다.


첫째, 책을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출간할 수 있었다. 베트남에 갔어도 출간은 할 수 있었겠지만, 출국 준비부터 현지에 가서 집 구하고 살림 장만하는 등 이것저것 할 일이 많아서 시간에 쫓겼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 있는 덕분에 그나마 여유 있게 원고를 쓸 수 있었다. 둘째, 코로나19 백신을 상대적으로 편하게 맞을 수 있었다. 현지에 파견 가신 교원들은 아무래도 백신을 맞는 게 한국에 있는 사람들보다 상황이 편치 않은 경우가 많았다. 현지에서 맞는 백신이 한국에서 인정하는 백신이 아닌 경우도 있었다. 셋째, 사랑하는 조카의 탄생을 옆에서 축하해 줄 수 있었고, 조카와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아이를 좋아하는 편이라 남의 아이도 사랑스러운데, 조카에 대한 마음은 확실히 다른 아이들을 대하는 마음과 다르다. 조카는 나한테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존재이다! 다행히 언니네 집이 옆 동네라 자주 갈 수 있었는데, 나는 시간이 있을 때마다 육아 휴직 후 집안일하랴 조카 돌보랴 바쁜 언니를 도와줄 겸 조카를 볼 겸 언니네 집으로 갔다.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커 가는 조카를 보는 건 정말 축복 같은 일이었다. 넷째,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던 엄마를 밀착해서 도와줄 수 있었다. 담당 의사선생님 말씀으로는 엄마의 상태는 '언제 뛰어내려도 이상할 것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 내가 집에서 엄마를 많이 도와줬고 그 덕분에 다행히 엄마는 예전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다섯 째, 공모전에 도전해서 상을 받았다. 그것도 세 개나!


하나는 지역 다문화교육지원센터에서 하는 다문화 교육 우수사례 공모전이었다. 브런치에도 올렸던 9살 인도 아이 샨드라를 가르친 이야기로 공모전에 도전했는데 장려상을 받았다! 또 하나는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한국어학과에서 하는 국내 및 해외 한국어 교육자 수기 공모전인데, 12회 공모전에서 입선이 되었다. 비록 상 중에서 가장 낮은 입선이었지만 그 자체로 감사했다. 내가 쓴 글의 제목은 "비대면이어도 한국어 수업은 계속된다"로, 한국에서 베트남 한국문화원 학생들에게 비대면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문화원 학생들과 나는 비대면 사회에서 비대면 상황으로 만났다. 하지만 몸이 비대면이라고 마음도 비대면은 아니다. 후에 세종학당 때처럼 학생들과 같이 카페나 식당에 가지도 못하고, K-POP 대회나 한복 입기 체험 등 모두 같이 모여서 재미있는 행사를 하지도 못하지만, 지금은 지금만의 새로운 추억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학생들도 나도 한국어 수업을 통해 우리의 꿈을 향해 계속 전진할 것이다.

- "비대면이어도 한국어 수업은 계속된다" 마지막


처음부터 하노이에 파견을 갔다면 거기서도 의미 있는 경험을 했겠지만, 한국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는 이야기로 입선이 되었으니 파견을 가지 못한 덕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2013년 3회 공모전에서도 입선이 되었었다. 그때는 세종학당 우수학습자 초청 한국문화연수회에서의 경험을 썼었는데, 8년 전에도 2021년에도 세종학당을 소재로 상을 받았으니 세종학당과 나의 인연은 생각보다 깊은 것 같다.


마지막 공모전은 세종학당재단에서 하는 감동수기 공모전이었다. "시간은 지나가도 마음은 이어진다"라는 제목으로 쓴 글인데, 장려상을 받았다. 후에 세종학당 학생이었던 린짱이 나와 김 선생님과 같이 일하고 싶어 후에 세종학당 운영요원이 된 것, 나 또한 린짱과의 일을 포함한 후에 세종학당에서의 추억을 잊지 못해 다시 세종학당 파견 교원이 된 것, 지금 문화원 세종학당에서도 학생들과 좋은 인연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쓰고, 마지막으로 파견 교원으로서의 임기는 2년이면 끝나지만 마음이 이어지는 한 인연도 이어진다는 내용을 썼다. 공모전에 제출한 원고를 린짱에게도 보여 주고 대화를 나눴다.


"쌤과 같이 지내서 그런지 읽을 때 감동받았어요. 눈물도 흘리고. 쌤 빨리 베트남 오세요. 대학원 졸업 선물로 후에 오는 비행기 사준다는 약속 지킬게요."

"알겠어요. 선생님은 비행기표 꼭 주세요. 선생님 덕분에 상 탄 거나 마찬가지니까 후에 가면 제가 밥은 다 사 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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