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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어 교원 Mar 09. 2021

샨드라와 함께 하는 체험 한국어 학습

저는 인도에서 왔어요

나 : 따라하세요. ‘저는 A 초등학교 학생이에요’

샨드라 : ‘저는 A 초등학교 학생이에요.’ Where is school A? (A학교가 어디 있어요?)

나 : 샨드라 학교가 A예요! It’s your school!

샨드라 : Oh! I didn't know the name of my school! (아! 학교 이름을 몰랐어요!)


샨드라는 1년 동안 다닌 학교의 이름조차 몰랐다. 이렇게 학교는 샨드라에게 낯선 곳이었다. 샨드라가 학교에 대해 아는 것은 자기 교실뿐이었다. 샨드라를 위해서 학교를 익숙한 곳으로 만들어 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전편에도 썼다시피,  몸을 움직여서 할 수 있는 활동으로 복습하면 배운 내용을 더 확실하게 기억할 수 있다. 공부를 꼭 교실 안에서만 해야 한다는 법도 없다. 이번 편에서는 샨드라와 교실 밖에서 실생활에 필요한 한국어 공부를 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1) 학교 구경하기


3과 ‘음악실은 어디에 있어요?’를 공부할 때였다. 3과에서는 ‘위, 아래, 옆, 안, 밖’같은 위치 어휘와 ‘음악실, 컴퓨터실, 도서실’같이 학교 안에 있는 교실 어휘를 공부했다. 어휘를 공부한 후에 나는 샨드라에게 학교를 구경하자고 했다. 샨드라는 조금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기대하는 표정으로 내 손을 잡고 나갔다. 우리는 맨 위층인 4층부터 1층까지 구경했다. 각 층을 구경하면서 어떤 교실이 있고 무엇을 하는 교실인지, 안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디에 있는지 말하면서 배운 어휘를 복습했다.


나 : 3층이에요. 3층에는 3학년 교실이 있어요. 와! 여기 도서실이 있어요. 도서실에서 학생들이 책을 읽어요. 샨드라, 책 좋아해요?

샨드라 : 네. 좋아해요. I will go to the 도서실 during break time when I am in 3rd grade. (3학년이 되면 쉬는 시간에 도서실에 갈 거예요)


나 : 우리 미술실을 찾아요. 미술실이 어디에 있어요?

샨드라 : 음... 아! 미술실은 컴퓨터실 옆에 있어요.

  

나 : 여긴 교무실이에요. 선생님들이 있어요.

샨드라 : 와! 교무실 옆에 사진(그림)이 있어요. 예뻐요.


나 : 여기는 보건실이에요. 보건실은 화장실 뒤에 있어요?

샨드라 : 아니요. 화장실 앞에 있어요.

나 : 맞아요. 언제 보건실에 가요?
샨드라 : 음... 아파요. 보건실에 가요.

나 : 잘했어요. 보건실을 구경해요.


보건실 안에는 들어갈 수 없었고 문 유리를 통해 보건실을 구경했다. 키가 작아 안 보이는 샨드라를 위해 샨드라를 번쩍 안고 보건실을 구경시켜 줬다. 샨드라는 인도 학교에는 보건실이 없다며 보건실을 신기해했다. 그날 샨드라는 학교에 이런 곳이 있는지 몰랐고, 나중에 3학년이 되면 이런저런 일을 해 보고 싶다고(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미술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등등) 아주 신이 나서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표준한국어 저학년 의사소통 1> 교실 위치 공부하기


2) 동네 구경하기


4과 ‘서점에 가요’에서는 가게 어휘와 ‘신호등, 인도, 차도, 횡단보도를 건너다’ 등의 교통 관련 어휘를 공부했다. 나는 교통 어휘를 공부할 때 수업을 10분 정도 일찍 끝내고 샨드라에게 나가자고 했다. 나는 샨드라를 직접 집까지 데려다 주면서 그날 배운 표현들을 복습했다.


<표준한국어 저학년 의사소통 1> 교통 관련 어휘 공부하기


나 : 여기는 뭐예요?

샨드라 : 차도예요.

나 : 이거는 뭐예요?
샨드라 : 신호등이에요.

나 : 신호등이 초록색이에요. 우리 횡단보도를 건너요.

 

나 : 편의점이 있어요. 편의점 옆에 뭐가 있어요?

샨드라 : 음... 식당. 식당이 있어요?

나 : 잘했어요!


샨드라는 집에 가는 동안 한국어 복습을 하는 것 외에도 쉬지 않고 이야기를 했다. 엄마가 어디에서 물건을 자주 사는지, 그리고 놀이터에서 얼마나 자주 놀고 어떻게 노는지, 주말에 집 근처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등등... 거기에다가 지금 살고 있는 동네와 인도에 있는 자기 동네가 어떻게 다른지부터 5살 때 인도 고향집에서 아빠가 태워 주는 오토바이를 탄 경험까지 계속 이야기를 했다. 아마도 자기 동네를 나에게 소개할 수 있어서 신이 난 모양이었다.


빵집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어요 / 횡단보도가 있어요. 횡단보도를 건너요.


3) 가게에서 물건 사기


‘가게에서 물건 사기’는 교재에서는 아직 배우지 않았지만 샨드라에게 필요할 것 같아서 추가로 가르쳤다. 나는 샨드라에게 ‘얼마예요?, 과자는 어디에 있어요?’ 같이 가게에서 쓰는 표현과 물건 가격 읽는 것을 가르쳤다. 그리고 수업을 30분 정도 일찍 끝내고 샨드라와 같이 샨드라의 집 근처 편의점으로 갔다.


나: (과자를 가리키며) 이거는 뭐예요?

샨드라 : 음... 칸...쵸? 과자예요.

나 : 얼마예요?

샨드라 : 천 원이에요.     

나 : 샨드라, 뭐 좋아해요?

샨드라 : 초콜릿 우유를 좋아해요.

나 : 그럼 초콜릿 우유를 사요. 선생님이 사 줄 거예요. 초콜릿 우유는 어디에 있어요?

샨드라 : Oh, I found it.(찾았어요) 주스 옆에 있어요.

나 : 샨드라 동생 간식도 하나 더 사요.

 

(계산대에서)


나 : 샨드라가 말해요. How much is it? 한국어로 뭐예요?
샨드라 : 음.... 얼마예요?

사장님 : 이천 원이에요.

나 : (지갑을 보여 주며) 여기에서 이천 원 내요.


편의점에서 한국어를 연습시키는 게 사장님 입장에서는 생뚱맞을 수 있고, 샨드라가 계산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는데도 사장님은 감사하게도 웃으시며 기다려 주셨다. 사장님은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장님 : 저 아이 자주 봤어요. 엄마하고 동생하고 왔었어요. 이 근처에서 자주 봤는데... 항상 영어로 말하더라고요. 좀 안타까웠는데...


아마 한국에 꽤 오래 살았는데도 한국어를 못해서 아이가 겪었을 어려움이 짐작이 갔기 때문에 안타깝다고 하시지 않았나 싶다. 한국어 수업을 통해서 샨드라가 점점 한국에 익숙해지고, 언젠가는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도 가게에서 물건을 살 때도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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