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연수를 하는 4개월 간은 베트남어 공부에 집중하자 했지만, 그래도 아무 수입 없이 돈을 쓰기만 하는 건 심적으로 부담이 되어서 한국어 강의를 조금이라도 하고 싶었다. 웬만하면 학원을 통해서 온라인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었다. 이제까지 다양한 곳에서 일을 해 봤지만 한 번도 사설 학원에서 일해 본 적이 없어서 학원 경험도 해 보고 싶었고, 이곳 저곳 다니는 이동 시간도 줄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잡코리아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올리고 '온라인 한국어 강의'를 하는 학원만 지원했다. 한 다섯 군데 지원했나... 온라인 한국어 강의는 나같이 장소 제약 없이 일하고 싶어 하는 강사들이 지원을 많이 해서 자리를 쉽게 얻을 수 있다고는 생각 안 했다. 그런데 지원하고 1주일이 지나도 아무 데서도 연락이 안 왔다. 기운이 빠졌다.
'아무리 경쟁률이 있어도 한 곳에서도 연락이 안 오다니, 그래도 경력이 8년이 넘는데...'
학원을 통해서 온라인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건 포기해야 하나? 과외 자리를 알아볼까? 아니면 그냥 베트남어 공부만 할까? 그런데 그러면 너무 생활이 따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쯤, 모르는 사람에게서 카톡이 왔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지원하신 OOO 담당자입니다. 전화가 안 되어서 카톡으로 연락드립니다. 면접 가능하신가요?"
아, 나는 바보였다. 지원서에 당당히 한국 핸드폰 번호를 적어 놓고 해외에 있어 전화가 안 된다는 걸 안 쓴 것이다. 핸드폰이 아니라 메일로만 연락이 올 줄 알았다. 다행히 카톡으로 연락을 주셔서 면접을 봤고, 그다음 주부터 강의를 시작했다.
내가 온라인으로 가르치는 학생들은 한국어를 처음 배우는 몽골 학생들이다. 몽골에서 몽골인 선생님이 문법과 어휘를 대면 강의로 가르치시고, 내가 주말에 말하기와 듣기, 읽기를 가르치는 팀티칭 수업이다. 첫 수업은 몽골인 선생님께서 수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참관하셨는데, 처음에 내 소개와 "비디오를 모두 켜세요.", "책 20쪽을 보세요." 등 내가 하는 말을 학생들에게 통역해 주셨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선생님의 몽골어를 내가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몽골을 떠난 지 7년이 되어서 몽골어를 거의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몽골어를 들으니 내 안에 잠자고 있던 몽골어들이 하나둘씩 생각이 나기 시작했고, "집중하세요.", "책을 펴세요.", "이해했어요?" 등 간단한 말들은 굳이 통역이 없어도 내가 할 수 있었다.
몽골에 있을 때 '몽골어를 특기로 살려야지!' 하는 생각에 몽골어를 열심히 공부했었다. 하지만 귀국 후 바로 베트남 후에 세종학당으로 파견을 갔고, 몽골어는 어디 써먹지도 못하고 베트남어 공부에 방해만 되었다. 베트남어를 말하면서 가끔 몽골에서 자주 쓰던 표현들이 툭툭 생각나서, 몽골어가 베트남어 공부에 방해가 된 적이 많았다. 예를 들면 '저는 요리를 좋아해요. 그런데 아주 가끔 해요'를 베트남어로 말할 때 '그런데'만 몽골어로 말한다던가 말이다. 후에 세족학당에서 한국어를 가르칠 때 언젠가 학생들에게 배운 베트남어를 자랑한다고 베트남어로 말을 했는데, 학생들이 '이건 뭔 소리지?' 하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알고 보니 몽골어를 섞어서 말해 버린 것이다. 이렇게 그다지 도움이 안 되었던 몽골어가 이제 좀 도움이 되는 것이다. 학원은 몽골의 어학원과 연계해서 수업을 하고 있으며 장차 베트남에서도 수업을 열 계획이라고 했다. 그래서 학원은 내가 몽골과 베트남에 살았었고 말도 좀 할 수 있다고 해서 반가웠다고 한다.
이렇게 온라인 강의를 시작했고, '카페토크(Cafetalk)'라는 강의 사이트에 강사 등록도 신청했다. 카페토크는 세계 여러 나라 강사들이 언어, 컴퓨터, 운동 등 다양한 강의를 하는 사이트인데, 학생은 포인트를 이용해 강의를 신청하고 강사는 수수료를 제외하고 남은 포인트를 환전 신청을 해서 강의료를 받는다.
강사 등록을 하려면 프로필을 작성하고 면접을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이 일본 학생이고 서양 학생들이 좀 있다. 베트남과 몽골 사람들은 거의 없다. 혹시 몰라 강사 신청을 하기는 했지만 사실 카페토크를 통해 내 강의를 지원하는 학생들이 있을 거라는 기대는 크게 안 했다. 한국어 교육 분야에서 상위에 있는 강사들을 보니 거의 일본어를 하는 분들이고 학생들도 일본 학생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면접을 통과하고 프로필을 페이스북에 공개하니 베트남인한테서 메시지가 왔는데, 역시나 카페토크에 가입해서 강의 신청하는 방법을 잘 모르겠다고 개인적으로 가르쳐 달라고 했다. 그래서 후에 카페 토크 가입 방법을 알려주더라도 일단은 개별적으로 온라인 강의를 하기로 했다. 베트남어 공부만 하니 일상이 지루한데, 한국어 강의도 하니 좀 괜찮은 것 같다. 공부에 방해가 안 되는 정도로 강의를 할 것이다.
가끔 제가 브런치에 올린 한국어 교육 자료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나 한국어 교원에 대해 궁금한 점을 브런치 '제안하기'로 질문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진짜 '제안'이 아니라 미안해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제안하기'를 통해서 질문하셔도 되는데, 혹시 조금 긴 상담을 원하시면 카페토크를 통해서 질문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냥 가볍게 물어보고(혹은 상담받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만든 거라 가격은 0원으로 했습니다. 인스타그램이나 브런치 '제안하기'를 통한 메일도 언제든지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