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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어 교원 May 15. 2023

[프롤로그] 우리 엄마는 우울증 환자였다

우리 엄마는 우울증 환자였다. 나는 우울증 환자의 가족이었다. 우울증은 환자 본인도 힘들게 하지만 환자와 가까운 사람들, 특히 가족도 힘들게 한다. 아니, 병들게 한다는 말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엄마의 우울증으로 나 또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그럼에도 나는 엄마와 같이 밝은 양지로 나아가기로 결심했다. 이제부터 엄마의 우울증이 시작됐을 때부터 내가 엄마의 손을 잡고 같이 우울증과 맞서기까지의 이야기 써 보려고 한다. 부디 이 글이 우울증 환자와 그의 가족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질 않길 바라며, 나의 솔직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때는 2021년 여름날이었다. 나는 엄마와 같이 엄마가 다니는 정신병원에 갔다. 평생 우울증과 같이 살아야 하느냐는 엄마의 질문에 의사 선생님은 웃으시며 확신에 찬 투로 대답하셨다.


"걱정 마세요. 우울증은 백 퍼센트 치료되는 병이에요."

"정말인가요?"

"네. 우울증의 결말은 두 개밖에 없어요. 완치되거나... 자살로 끝나거나. 다르게 말하면, 자살만 하지 않는다면 완치되는 병이라는 거예요. 지금처럼 꾸준히 치료를 받는다면 완치되실 겁니다."


정말 극단적인 정신병이다. 자살하거나 완치되거나라니. 그래도 치료다니 다행이다. 몇 년이 지나도 심해졌다 약해졌다만 반복하고 완전히 없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병이라 평생을 안고 가야 하나 했는데, 의사 선생님 확신에 찬 말을 들으니 안심이 되었다.


"선생님, 그러면 저희 엄마 상태는 정확히 어떤 상태예요? 심각한가요?"

"음... 정말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 당장 아파트 창문 밖으로 뛰어내린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상태입니다. 가장 심각한 상태라고 할 수 있죠."


선생님은 지한 표정으로 의사로서  환자의 상태를 솔직하게 말씀해 주셨다. 엄마는 아무 반박도 안 하고 그저 눈을 감았다. 아, 엄마가 자살할 수도 있는 거구나.


"그럼 저는 어떻게 엄마를 도와드려야 되나요?"

"지금처럼만 해 주시면 됩니다. 우울증 치료는 가족의 도움이 중요한데 따님께서 지금 어머니를 위해서 아주 잘해주시고 있어요. 이렇게 병원까지 같이 오시고요. 이런 가족이 많지는 않거든요. 다만 저는... 따님이 좀 걱정되네요."

"... 얘가 왜요?"


엄마가 힘없는 목소리로 선생님께 물었다.


"따님이 어머니께 많은 힘이 되어 드리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따님도 정신적으로 점점 힘들어지실 거예요. 게다가 어머니께서 따님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계시니까요. 어머니도 중요하지만 따님도 무너지지 않게 조심하셔야 돼요."


나는 의사 선생님께 괜찮다고, 자신 있다고 말씀드렸다. 진짜였다. 나는 내 정신 건강을 챙길 자신이 있었다. n 년을 우울증 중증 환자의 가족으로 살면서 이런 일 저런 일을 겪으며 강해진 내 마음이 자신감의 근거였다. 나는 엄마에게 공감고 엄마를 불쌍하게 여겼고, 도와주고 이해하려고 노력고, 그러다가 포기하고 화를 내고 마음의 상처도 받았다. 엄마의 우울증으로 우리 가족도 항상 우울이라는 바다에 발을 담고 살았다. 그 때문에 엄마를 조금 원망하기도 했었다.


내가 엄마의 손을 잡고 같이 정신병원으로 가기까지는 아주 많은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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