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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어 교원 Feb 08. 2024

다문화 학생이 학교 수업을 따라오려면?

다문화 학생, 다문화 가정 학생, 이주배경 학생...


부모 중 한 사람이 외국 출신이거나 부모가 모두 외국인인 가정 학생을 부르는 명칭이다. 교육부에서는 이들을 '다문화 학생'이라고 말한다. 


('다문화 학생', '다문화 가정'이라는 용어가 차별적이고 비합리적이라는 의견은 많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 태어나 계속 자랐으며 한국어에 아무 문제가 없는 학생이라도 부모 중 한 사람이 외국 출신이면 다문화 학생이고, 외국에서 태어나 계속 외국에서 자라다가 한국에 귀국하여 한국어에 서툰 학생이라도 부모가 모두 출생할 때부터 한국인이면 일반 학생이다. 둘 중에 누가 과연 '다(多)문화'에 가까울까 하면 후자가 더 가깝지 않을까. 그러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의미의 '다문화'를 대체하는 용어가 아직 없으므로 이 브런치에서는 '다문화 학생'과 '다문화 가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을 양해 바란다.)


다문화 학생은 21세기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3년 교육 통계 자료를 보면 다문화 학생은 181,178명이라고 한다. 2022년에는 전체 학생 중 3.19%가 다문화 학생이었으니, 2024년에는 다문화 학생 비율이 4% 가까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어느 시골 초등학교의 경우 반 학생 전부가 다문화 학생이라고 하니, 다문화 학생이 앞으로 더 많아지는 건 당연하고 이런 현황에 맞춰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교육 정책이 더 세분화되고 다양해져야 하는 건 필수적인 일이다.

출처 : 2023년 다문화교육 지원 계획안(교육부)


교육부와 학교, 지자체 등 각 기관에서는 다문화 학생을 위한 한국어 지원, 다문화 학생 대학생 멘토링, 다문화 학생을 위한 교육 자료 개발과 교육 지원 확대 등의 정책들을 꾸준히 계획하고 시행하고 있고, 그런 정책들은 일정 부분은 분명 효과를 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학교 생활과 수업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매우 많고, 다문화 학생을 위한 정책은 개선되어야 할 점이 많다.


편의상 '다문화 학생'이라고 통틀어 말하기는 하지만, 사실 이 학생들은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학생과 외국에서 태어나고 외국 학교를 다니다가 한국에 들어온 중도입국 학생, 외국인 가정 학생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심지어는 탈북 가정 학생도 다문화 가정에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다.


대상을 나누고 대상별로 적절한 정책을 시행해야 하지만 한국의 다문화 학생 교육 시스템은 아직 그 정도로 발전하지 못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찾아가는 한국어교육'(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한국어 교실이 따로 없는 학교에 한국에 강사가 출강 가서 다문화 아이들을 개별 지도하는 프로그램)만 봐도 그 문제가 선명하게 보인다. 찾아가는 한국어교육 강사는 한 학교에 한 명만 배정되기 때문에 한 명의 강사가 각각 배경도 수준도 다른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 시간은 정규 수업이 끝나는 방과 후, 하루에 최대 3시간 가능하다. 가르치는 학생이 1~2명이면 괜찮은데, 3명 이상인 데다가 배경도(국내 출생 자녀인지 외국인 가정 자녀인지 등) 학년도 한국어 수준도 다르면 수업을 원활하게 하기가 어렵다. 방과 후 수업이다 보니 학생들의 개인 일정 때문에 수업을 못하거나 일찍 끝내야 하는 경우도 가끔 생긴다. 출강 강사 계약 기간도 단기간이며, 그 단기간 계약 기간을 계속 연장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한다. 수준별로 나눠진 교육도 안 되고 안정적인 수업 진행도 안 되니 학생들의 한국어 능력도 빨리 늘지 않는다.


사실, '내가 만약 정책을 하는 사람이면 다문화 학생들을 위해 어떤 정책을 할 수 있을까?' 자주 고민하지만, 모두가 만족할 만한 실효성 있는 정책은 잘 모르겠다. 그 해답을 알기 위해 다문화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국내 다문화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은 많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학교 생활 적응'이다.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2021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를 보면,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각종 정책에도 학생들의 학교 생활 적응도는 점차 낮아지고 있으며,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학교 공부가 어려워서'라는 응답이 56.2%로 가장 많았다. 또 학부모의 경우도 자녀를 양육할 때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 자녀의 학습 지도와 학업 관리(50.4%)라고 응답했다.


다문화 학생들이 학교 공부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바로 '한국어'이다. 한국어를 모르니 학교 공부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국내 출생 자녀들의 경우는 큰 문제가 없는데, 중도입국 학생과 외국인가정 학생은 경우가 다르다. 한국어를 모르는데 국어, 과학, 사회 등을 어떻게 공부하겠는가. 아예 한국어를 못하는 학생도 있는데 이 학생들은 '정규 수업을 꼭 들어야 한다'는 지침 때문에 수업 시간에 교실에 앉아 선생님과 친구들이 하는 말을 멍하니 흘려들으며 소외감을 느낀다. 담임선생님이 돕는 데도 한계가 있다. 원래 업무도 많고 신경 써야 할 다른 학생도 많은데 중도입국 학생과 외국인가정 학생만 집중적으로 도와줄 수는 없다. 이렇다 보니 학생도 학교 생활에 적응하는 걸 어려워하지만 이들의 담임선생님도 고생을 많이 한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인도 학생 샨드라의 경우, 과목 중에서 수학과 미술을 가장 좋아한다. 그 이유는 바로 수학과 미술은 한국어를 몰라도 수업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가장 싫어하는 과목은 국어이다. 이유는 굳이 쓰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샨드라뿐만 아니라 이제까지 가르쳤던 다문화 학생들은 모두 '국어'를 제일 싫어하고 어려워했다.


그렇다면 한국어를 몰라 수업에 뒤쳐지는 중도입국 학생과 외국인 학생은 학습 부진아인가? 아니다! 학교 수업에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기초학력 수업을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때로는 초등학교 한국어강사 구인 공고에 강사 업무로 '기초학력 수업'이라고 쓰여 있기도 하다. 기초학력이란 말 그대로 기초적으로 필요한 학습 능력, 초기 단계 학습 능력이다. 이런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기초학력 수업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언어 능력 부족'과 '기초학력 부족'은 엄연히 다르다! 한국어를 못한다고 해서 읽고 쓰기 능력이 부족하거나 사칙연산을 못 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단순히 학교 수업에 따라가지 못한다고 한국어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기초학력 보충 수업을 하는 실수를 학교에서 하는 것이다. 이는 부당한 일이며, 교육적으로도 효과적이지 않다.


내가 이제까지 가르친 학생들은 수업 이해 능력이 부족한 학생이 아니었다. 다양한 학생들을 가르쳤기에 물론 그중에는 한국어 수업조차도 잘 따라오지 못하는 정말 기초 학력이 부족한 학생도 있었지만, 수학에 재능을 보이는 학생, 샨드라처럼 말을 아주 조리 있고 설득력 있게 잘하는 학생, 수업 이해 능력이 뛰어나고 매우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학생, 배경 지식이 감탄이 나올 만큼 풍부한 학생도 있었다. 다만 그들은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을 뿐이었다.


이렇게 재능 있는 학생들, 그리고 뛰어난 재능은 없어도 일반 학생과 똑같은데 한국어만 서툴 뿐인 학생들이 학교 수업에서 언어 문제로 인해 소외되고 부진아 취급을 받는 것이 참 안타깝다. 이 학생들이 학교 수업에 잘 따라가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교육부와 여성가족부, 각 지자체에서 이런 학생들을 위해 많은 프로그램과 자료를 제공하고 있기는 하다. 예를 들면 중앙다문화교육센터에서 교사들에게 다문화 학생을 위한 교육 자료와 학생들에게 익숙한 언어로 번역된 학습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EBS 두리안에서는 아직 지원 언어도 베트남어와 중국어, 영어밖에 없고 자료도 많이 없지만 동영상 학습 보조 강의를 들을 수도 있다.


중앙다문화교육센터, EBS두리안


하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이 정도로는 중도입국 학생과 외국인 학생들은 학교 수업에 따라가지 못한다. 외국 학교 커리큘럼과 한국 학교 커리큘럼이 다르기 때문에 더 어렵다. 즉, 교육을 통해 필요한 학습을 경험하지 못해 잠재능력을 개발하지 못하고, 결국 다른 학생에 비해 제한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교육 소외'를 겪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 학생들이 학교 수업에 따라갈 수 있게, 교육 환경에서 소외되지 않게 도와줄 수 있을까 예전부터 계속 고민이 되었다.


그런데 샨드라와 샨드라의 동생 아미르로부터 한 가지 방법을 찾았다. 우리 한국어 수업은 3시 반에 끝나는데, 샨드라와 아미르는 다른 온라인 수업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3시에 집에 가야 했다. 나는 어느 날 샨드라에게 물었다.


"샨드라와 아미르는 3시에 무슨 공부를 하는 거야?"

"저희는 학교 공부를 해요."

"집에서 온라인으로 학교 공부를 한다고?"

"그런데 인도 학교예요. 인도 선생님이 학교 수업을 가르치세요."

"학원이 아니고 학교 수업을 듣는 거 맞아?"

"네. 저는 6학년 수업을 들어요. 수학, 영어, 과학, 사회 모두 배워요."

"그렇구나. 그런데 샨드라는 지금 5학년인데 인도 학교 수업은 6학년 수업을 듣는 거야? 인도 학교 커리큘럼은 한국과는 달라서 그래?"

"조금 달라요. 그런데 저는 똑똑해서 6학년 수업을 듣는 거예요. 아미르는 2학년 수업을 들어요.(아미르는 한국 학교에서도 2학년이다) 많이 어렵지만 괜찮아요."

"인도에서 미리 6학년 수업을 미리 들으면 한국 학교 수업도 조금 이해할 수 있겠네?"

"네. 과학하고 수학은 좀 이해해요. 그런데 국어는... 히히..."


샨드라는 모국인 인도에서 온라인으로 먼저 공부한 것을 한국에서 다시 공부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언어로 인한 어려움은 있지만, 다행히 그렇게 공부를 하는 것이 한국 학교 수업에 따라가는 것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샨드라와 아미르 부모님의 교육열은 예전부터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고 관심도 많이 쏟는다), 이런 방법을 찾으시다니 정말 배울 점이 많은 분들이신 것 같다. 샨드라와 아미르는 이런 부모님과 인도 학교의 온라인 수업 덕분에 교육 소외를 덜 겪고 있다.


안타깝게도 부모님으로부터 교육 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학생도 많고, 모든 국가가 온라인 학교 수업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은 점점 더 다문화 학생이 많아지니, 다문화 학생들이 교육 소외를 겪지 않기 위해 더 발전된 교육 환경을 만들고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야 하지 않을까?


'다문화가정 학생 언어교육의 국내외 현황 언어교육 강화 방안'(모경환 외. 다문화교육연구)이라는 논문을 보면,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교육 방법 중의 하나로 '주요 출신 국가와의 파트너십'을 제안했다. 주요 출신 국가의 교육 제도나 교과 편성, 학기 운영 등을 이해하고 서로 교과서나 교구를 교환하거나 기관을 상호 방문하는 등의 교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 나아가 산드라와 아미르의 경우처럼, 출신 국가 교사가 수업하는 온라인 수업을 제공하는 방법은 어떨까? 중도입국 학생과 외국인 학생의 모든 출신 국가와 연계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위 논문에서 제안한 것처럼 주요 출신 국가부터 출발하면 좋지 않나 싶다.


이외에도 다문화 가정 학생들이 한국 학교 수업을 잘 따라가게 도와주는 방법은 고민하고 연구해 보면 많이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니 앞으로는 상황이 더 좋아질 것이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더 이상 언어의 문제로 학교에서 주눅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학교에서 자신들의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으면 좋겠다.




<자료 출처>

2023년 다문화교육 지원 계획안(교육부)

2021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여성가족부)

'다문화가정 학생 언어교육의 국내외 현황 및 언어교육 강화 방안'(모경환 외. 2015. 다문화교육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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