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문화원 세종학당 2학기
2025년 7월 22일부터 8월 1일까지 세 번째 파견 전 국내교육을 받았다. 첫 번째 파견이었던 2017년 상반기에는 2주 동안 모두 대면교육이었고, 두 번째 파견인 2021년 파견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첫날을 제외하고 모두 비대면 교육이었던 반면에 이번에는 첫 주 3일은 비대면교육, 나머지는 대면 합숙교육으로 진행되었다.
비대면교육은 세종학당재단에서 지원하는 외국어 온라인 플랫폼 강의 수강과 몇몇 이론 교육이 있었다. 이론 교육은 세종학당재단 교재에 대한 설명과 활용방법 수업, AI나 퀴즈 제작 사이트 등 온라인 도구 활용 수업 자료 개발 수업, 세종학당 문화수업 사례발표 등이 있었다. 나는 온라인 수업을 들으면 집중이 잘 안 되는데, 이번 온라인 교육은 나에게 필요한 수업이기도 하지만 교수자분들이 정말 수업 진행을 잘하셔서 집중이 됐다. 수업이 좋았던 것과는 별개로 수업이 아침부터 저녁 6시까지 계속 진행이 되어 눈이 아프고 허리가 아파서 '빨리 대면교육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대면교육은 '스카이파크 센트럴 서울 판교' 호텔에서 4박 5일 동안 했다. 2017년에는 세종학당재단 근처 3성급 호텔에서 했었고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가 형편없어서 교원들이 불만을 많이 했었는데, 이번에는 4.5성급 정도 되는 호텔이고 매일 훌륭한 호텔 조식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첫날과 마지막 날에는 중식도 호텔 뷔페로 먹었는데, 음식들이 모두 훌륭해서 내 배에 한계가 있는 게 아쉬웠다. 나머지 중식은 도시락으로 먹었고, 석식은 밖으로 나가서 먹는 거였는데 다 맛있어서 '이러다가 살 찌고 수료하겠구나' 싶을 정도였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건 동기 교원 분들과 함께였다는 점이다. 두 번째 파견 때는 첫날만 대면으로 만났고, 그나마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로 거리를 둬야 했다. 그래서 같은 나라에 파견 가는 교원들끼리만 교류할 수 있어서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얼굴 보고 친해질 수 있어 수업이나 파견 생활 등에 있어 서로 조언도 많이 주고받고, 고민 걱정을 나누고, 즐거움을 나누고, 수료 평가를 준비하며 으쌰으쌰 할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잠깐 딴 이야기를 하자면, 이번 기수는 약 50명 중에서 30명이 나처럼 기존에 세종학당으로 파견을 간 적이 있었던 '재파견 교원'이었다는 점이 특이했다. 세종학당재단이 세워진 지 15년 가까이 된 만큼 계약 만료된 파견 교원이 다시 파견을 가는 일은 흔했지만, 교수님과 재단 측조차 이번처럼 재파견자 비율이 많은 기수는 처음이라고 했다. 심지어 나처럼 세 번째 파견도 꽤 있었고, 네 번째 파견 가시는 분도 몇 분 계셨다. 그리고 재파견 교원이 아니더라도 KOICA(한국국제협력단)나 KF(한국국제교류재단) 등을 통해 자기가 파견 가는 국가에 대한 경력이 있는 분이 다수였다. 정말 해외 파견이 처음이신 분은 내가 알기로는 극소수였다. 특히 베트남 파견 교원의 경우는 모두 베트남 세종학당 파견 경험이 있으시거나 다른 경로로 베트남에 오래 있으셨던 분이었다.
그래서 이번 파견교원 현황을 보며 '갈수록 지원이 더 어려워지겠구나. 특히 베트남은 베트남 경력이 없으면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해졌다. 비단 세종학당 파견교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어교육 업계가 점점 경력과 학력 인플레이션이 심해지고 있다. 어느덧 석사 학위는 필수가 되고 경력 10년 이상, 1급 자격증 소지, 외국어 능력자인 교원이 넘쳐흐르게 되니,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은 진입이 더더 어려워지는 듯하다. 이런 인플레이션 상황에 반대로 시급과 단기 계약 반복, 보따리 장사꾼 같은 떠돌이 생활 등 한국어교원의 근무 조건은 바뀌지 않으나 참 아이러니하고 답답하다.
아무튼,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대면 교육은 힘들었지만 그만큼 재미있고 유익했다. 파견교원 복무지침, 실용 한국어 발음 교육 등 외워야 할 것이 많은 과목은 힘들었지만 문화수업인 '약막이 명태 만들기', '자개 그립톡 만들기'. '한국 장단 및 민요 교육'은 정말 즐겁게 배웠다. 수업 중에 조별로 교안과 피피티를 만들어 교수 방안을 발표하는 수업도 살짝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동기 교원들과 같이 하니 하하 호호 재미있는 분위기 속에서 할 수 있었다.
대면교육 마지막날, 오전에 교육을 받고 오후에 수료평가 후 수료식을 했다. 정말 즐거웠던 4박 5일이었다. 이제 학당과 연락해서 파견 준비를 착실히 하고, 지금 하고 있는 수업을 마무리하고 세종학당 학기 시작 전에 파견을 가면 되었다. 대부분이 비자 준비와 파견 준비로 마음이 급하신 듯했다.
하지만 나는 마음이 여유로웠다. 왜냐하면, 나는 '주베트남 한국문화원 세종학당' 파견이니까! 우리 학당은 어떤 이유에서든지 다들 파견이 늦어지니까! 정말 그랬다. 우리 학당은 제각각의 이유로 계약 후 바로 파견을 간 분이 거의 없다. 심지어 나는 2021년 파견 당시 1년 3개월이나 늦어지지 않았는가. 이번에도 늦어질 게 틀림없었다. 특히 베트남이 현재 대대적인 행정체계 개편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합격했을 때부터 나는 한동안 한국에서 재택근무를 해야 할 거라고 각오하고 있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어쩔 수 없이 한동안 온라인 수업을 해야 했다.
'마음 비우고 있자. 올해 안에만 가도 감사하다고 생각해야지. 아 근데 지난번처럼 1년 넘게 기다려야 하면 어쩌지? 계획한 일들이 산더미인데... 주변에서 계속 왜 베트남 안 가냐고 언제 가냐고 물어보겠지. 2021년에도 1년 넘게 이런 말 들어서 스트레스였는데. 아니야, 이번에는 그래도 그때보다는 일찍 가겠지! 그런데... 언제? 아 답답해.'
이런 생각으로, 또 끝을 알 수 없는 기다림 속에서 재택근무를 시작했다.